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쓸개즙으로 '시끌시끌'… 남미에서 넘어온 골칫거리

입력 : 2017.02.16 03:05

뉴트리아

최근 뉴트리아의 쓸개즙에 간 질환 치료제인 '우르소데옥시콜산'이라는 성분이 곰 쓸개즙보다 더 많이 들어있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어요. 야생 뉴트리아를 잡아보겠다는 사람은 물론 뉴트리아를 사육해도 되는지 환경 당국에 문의하는 사람도 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뉴트리아의 쓸개즙을 먹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합니다. 뉴트리아 쓸개즙에 어떤 독성과 위험성이 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뉴트리아의 간에서 기생충이 발견되기도 해서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가능성도 있대요.

야생에 풀려난 뉴트리아가 엄청난 번식력과 식성으로 생태계를 파괴해 문제가 되고 있어요.
야생에 풀려난 뉴트리아가 엄청난 번식력과 식성으로 생태계를 파괴해 문제가 되고 있어요.
뉴트리아는 원래 남미의 따뜻한 습지에 살던 녀석들이에요. 앞발에 난 단단한 발톱으로 물가에 길게 굴을 파고 살아요. 수풀이 무성한 곳에 여러 출입구를 두어 요리조리 숨으며 천적을 피합니다. 뒷발에는 물갈퀴가 달려 있어 아주 잘 헤엄쳐요. 입과 콧구멍에 판막이 있어 헤엄칠 때 물이 들어오는 걸 막아주지요.

털이 부드럽고 따뜻하며 윤기가 흘러 과거 여러 나라에서 모피용이나 식용으로 뉴트리아를 들여다 키우기 시작했답니다. 하지만 고기 맛은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할 바가 안 되고, 모피 산업도 시들해지면서 하나둘 야생에 버려졌지요.

그렇게 야생에 풀려난 뉴트리아는 세계 각국 생태계를 교란하는 골칫거리가 되었어요. 번식력과 먹성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집쥐보다 덩치가 30배나 큰 뉴트리아는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4분의 1 정도 되는 음식을 먹어치워요. 뉴트리아의 몸무게는 보통 4.5~7㎏인데 먹성을 발휘해 15㎏까지 덩치를 키우는 녀석도 있어요.

야행성이라 낮에는 굴에 숨고 밤에 안전하게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데 먹이가 부족하면 낮에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주로 물가나 수중에서 자라는 식물을 뜯어 먹지만 잡식성이라 배가 고프면 곤충이나 물고기도 마구 잡아먹어 생태계를 교란해요. 외국에서는 야생에 퍼진 뉴트리아가 여의도 수십 배 넓이 습지를 호수로 바꿔버린 일도 있어요.

번식력도 대단합니다. 암컷은 보통 130일 정도 임신하는데 한 번에 5~6마리, 많게는 13마리까지 새끼를 낳아요. 새끼는 태어날 때부터 털이 나있고 눈도 뜨고 있어 몇 시간이 지나면 수영도 하고 식물을 뜯어 먹기도 합니다. 7~8주가 지나면 어미한테서 독립하고 서너 달이 지나면 번식할 수 있어요. 야생에 사는 뉴트리아는 3년 넘게 사는 일이 드물지만, 번식력이 뛰어난 탓에 한번 야생에 풀려나면 개체 수를 줄이기가 몹시 어려워요. 지금까지 뉴트리아 퇴치에 성공한 나라도 영국 한 곳뿐이에요.

우리나라에 뉴트리아를 들여왔을 때는 한겨울 날씨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창녕 우포늪에도 뉴트리아가 퍼졌답니다. 날씨가 추울 때는 굴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고 갈대나 부들 뿌리 등을 먹으며 버틴대요. 쓸개즙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된다면 뉴트리아가 새로운 생물자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우리 생태계를 지키고 다른 동식물을 살리기 위해 개체 수를 줄이고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동물입니다.



김종민 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