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오곡밥 먹고 부럼 깨며 풍년 기원해요

입력 : 2017.02.14 03:12

대보름 음식

지난 11일은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이었어요. 옛날 우리 조상은 설날 이후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을 설날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날로 여겼답니다. 그래서 대보름날이 되면 한 해 농사의 풍년과 행복을 기원하며 오곡밥이나 약밥, 묵은 나물과 부럼 등을 먹었어요.

오곡밥은 대표적인 대보름 음식입니다. 찹쌀·찰수수·팥·차조·검정콩 이렇게 다섯 가지 곡식으로 지은 밥이에요. 찹쌀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대장 기능을 활성화 시켜 변비를 막아주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줘요. 비타민D와 비타민E가 흰 쌀보다 많이 들어있어 뼈를 건강하게 해주고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답니다. 팥은 사포닌 성분이 풍부해 해독과 이뇨작용을 하고 비타민B1이 풍부해 기억력 감퇴를 막는 효과가 있어요.

정월 대보름날 먹는 호두나 땅콩, 밤 따위를‘부럼’이라고 해요
정월 대보름날 먹는 호두나 땅콩, 밤 따위를‘부럼’이라고 해요. /주완중 기자
서민들이 오곡밥을 즐겨 먹었다면 약밥은 사대부 집에서 즐겨 먹었던 대보름 음식이에요. 옛 서민들은 구하기 어려웠던 잣과 대추 그리고 밤 등이 들어가지요.

묵은 나물은 계절마다 산과 들에서 나오는 다양한 나물을 삶아서 말려두었다 해를 넘겨서 먹었던 나물이에요. 옛날에는 겨울철에 신선한 채소를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나물을 말려두었다가 물에 불려 대보름날 오곡밥·약밥과 함께 먹었습니다. 묵은 나물로는 고사리와 무청 시래기, 취나물, 곰취, 고구마순, 고춧잎, 질경이 등이 있는데 식이섬유와 철분, 각종 비타민 등이 아주 풍부해요.

부럼은 '몸에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준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 견과류로 호두나 땅콩, 잣 그리고 은행 등이 있어요. 견과류는 지방 함량이 높아 고소한 맛이 나고 혈관과 피부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들어있답니다. 청신경에 좋은 아연도 풍부해요.

지방이 많은 호두에는 혈관의 탄력성을 증가시켜주는 '오메가-3 지방산'이 연어에 비해 3배 정도 많이 들어있어요.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B1이 많이 들어있어 매일 호두를 먹으면 피부가 좋아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답니다. 은행은 가래를 없애주어 기침과 천식에 좋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성분이 들어있어요.


박현진 고려대 교수(식품공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