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핫 피플] 보수파 저항에 부딪힌 진보 성향의 교황

입력 : 2017.02.10 03:11

프란치스코 교황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시내에 프란치스코 교황(81)을 비방하는 벽보가 잔뜩 나붙는 소동이 벌어졌어요. 이탈리아 경찰들이 벽보를 붙인 사람을 추적하는 가운데 현지 언론은 교황을 비판해온 가톨릭 보수파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지난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어요. 가톨릭이 금기시하던 동성애나 이혼, 낙태에 대해 "인정할 순 없지만 포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죠. 최근에는 '몰타 기사단'이라는 보수 성향 종교 단체와 마찰을 빚었답니다. 이에 벽보 사건을 계기로 교황을 위시한 진보파와 가톨릭 보수파 간 갈등이 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요.

지난 4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방하는 벽보가 대량으로 붙어 현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어요.
지난 4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방하는 벽보가 대량으로 붙어 현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어요. /A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출신인 교황의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입니다. 교황명은 평생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았던 중세 이탈리아 가톨릭 성인 프란치스코 이름에서 딴 것이죠. 1970년부터 성직자 활동을 시작한 뒤로 교황은 쭉 가난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데 노력해 '자비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지난달에는 남유럽에 이상 한파가 닥치자 "교황청이 소유한 자동차를 야간에 개방해 노숙자들이 추위를 피하는 데 쓸 수 있게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어요.

교황은 "다양성을 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계속 전파하고 있답니다. 연이은 테러 사건으로 프랑스 당국이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자 "가톨릭 신자가 십자가를 목에 걸 듯 무슬림 여성도 원하면 히잡을 두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IS)의 만행으로 난민이 대거 유럽에 넘어오자 "모든 성당과 수도원이 난민 가정을 한 가구씩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고요.

교황은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해 선행을 실천하고 감동적 명언을 남겨 많은 분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최근 신임 주교황청 한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는 "굳센 한국 국민이 현재의 정치적 혼란을 잘 극복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격려의 말을 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