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경기 안 좋다는데… 비싼 명품은 왜 더 잘 팔릴까

입력 : 2017.02.10 03:11

[불황과 소비 심리]

수입 명품, 가격 올라도 판매 늘어
경제력 과시하는 '베블런 효과'… 비싼 상품 사며 사회적 지위 뽐내
상류층 꿈꾸는 '파노플리 효과'… 경제적 여유 없어도 명품 구입해 상류층과 동등하다고 느낀대요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 명품 업체들은 매년 상품값을 올리고 있어요. 가격 인상뿐 아니라 백화점과 면세점이 제시한 입점 조건이 맘에 들지 않으면 "매장을 빼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일도 있대요.

명품 업체들이 큰소리를 낼 수 있는 건 불황과 상관없이 해외 명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상품이 비쌀수록 오히려 더 잘 팔리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발표를 보면 지난해 11월 국내 백화점 전체 매출 중 해외 유명 상품 매출이 13.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2012년부터 백화점 매출 추이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한 대형 백화점 명품관에 쇼핑객들이 북적이는 모습이에요.
한 대형 백화점 명품관에 쇼핑객들이 북적이는 모습이에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백화점 전체 매출 중 해외 유명 브랜드의 매출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조선일보 DB
실제로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명품관은 지난달 매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15% 늘었고, 한 대형 온라인 쇼핑 사이트도 지난달 수입 명품 매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51% 늘었대요. 경기는 좋지 않다고 하는데 값비싼 명품은 왜 더 잘 팔리는 걸까요?

◇과시하려는 소비, '베블런 효과'

경제학의 기본적 원리 중 하나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는 늘어난다'는 수요 법칙입니다. 그런데 수입 명품은 값이 오를수록 상품이 오히려 더 잘 팔린다고 하니 이런 수요 법칙과 어긋나지요. 이런 현상은 보통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로 설명한답니다.

베블런 효과는 미국의 사회경제학자 소스테인 베블런(Thorstein B. Veblen)의 이름을 따서 지은 말이에요. 베블런은 자기 책 '유한계급론'에서 "상류층 사람들은 과시욕과 허영심으로 소비할 때가 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물건에 높은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해요. 높은 가격이 곧 높은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보통 사람들은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사고 싶은 마음이 줄어듭니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가격이 오른다면 사려는 사람은 더 많이 줄어들겠죠. 그런데 상류층은 이럴 때 값비싼 상품을 구입하여 자신의 높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고 즐긴다고 해요.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비합리적인 소비지만, 상류층은 이런 소비를 통해 자신의 경제력을 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은 것이죠.

그래서 베블런 효과는 과시하기에 좋은 보석이나 시계, 가방, 화장품 등 사치재(luxury goods) 시장에서 잘 나타납니다. 해외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상품 가격을 매년 올리는 건 베블런 효과를 이용해 판매량을 늘리려는 '고가 정책'으로 볼 수 있어요.

◇상류층이 되고 싶은 '파노플리 효과'

하지만 부유한 사람만 수입 명품을 사는 건 아니에요. 최근에는 중산층이나 중하위 계층에서도 명품을 사는 일이 적지 않답니다. 과시적 소비를 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계층의 명품 소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프랑스 사회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이런 현상을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로 설명합니다. 파노플리 효과는 값비싼 명품이나 사치재를 사게 되면 이 상품을 주로 소비하는 집단·계층과 같아진다고 생각하는 현상이에요. 유명 연예인이나 재벌들이 사서 쓰는 명품 가방이나 옷, 선글라스 등을 사면 자신도 그 사람들과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거나 그런 착각을 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죠.

장 보드리야르는 저서 '소비자 사회'에서 상품은 단순히 구입해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을 산 사람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고 말합니다. 보통 우리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장신구를 들거나 차고 있는지를 보며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추정하죠. 이렇게 우리가 산 물건은 우리의 스타일이나 품격, 사회적 지위 등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게 장 보드리야르의 설명이에요. 경제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은 무리를 해서라도 명품을 사 상류층처럼 보이거나 상류층과 같은 대접을 받길 기대할 수 있는 것이죠.

베블런 효과와 파노플리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소비 심리는 불황이지만 명품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소비는 개인 취향 문제이고 우리 경제에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어떤 물건을 살 때는 자신의 경제 능력에 맞는 가치 있는 소비인지, 아니면 사치스러운 소비인지는 고민해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스놉 효과(Snob Effect)란?]

스놉 효과(Snob Effect)는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가 증가하면 오히려 그 상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명품이라도 많이 팔리게 되면 사고 싶은 마음이 줄어드는 거죠. '스놉(Snob)'은 '고상한 체하는 사람' '속물' '잘난 체하는 사람'을 뜻해요.

고가품일수록 과시욕에 따른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런 효과는 가격에 영향을 받습니다. 스놉 효과는 보통 사람과 자신을 차별하고 싶은 욕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가격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소비에 영향을 받아요.

차별 욕구가 강한 상류층을 의식해 명품 브랜드 업체들은 스놉 효과를 고려한 마케팅 전략을 세웁니다. 명품 업체들이 특정 계절이나 특별한 해에 한정품을 출시하는 것도 스놉 효과로 매출을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어요.


심묘탁 ㈔청소년교육전략21 사무국장(경제 교육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