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새끼 체중 하루 100㎏씩 증가… 동물 중 덩치 가장 커요

입력 : 2017.02.09 03:10

대왕고래

지난 3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외국에 사는 고래 52종의 우리말 표준 이름을 정해 발표했어요. 이 중 '블루 웨일(Blue whale)'의 표준 이름은 '대왕고래'로 확정되었답니다. 이전에는 대왕고래를 '흰긴수염고래'로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일본식 이름을 잘못 번역한 거래요.

대왕고래는 지구에서 살았던 모든 생물 중 가장 거대한 동물입니다. 몸길이 34m, 몸무게 190t의 압도적인 덩치를 갖고 있어요. 대왕오징어나 거대 오징어를 잡아먹는 향유고래보다도 덩치가 3~4배 큽니다. 허파가 중형 자동차 2배 크기고 심장은 어른 여러 명이 들어갈 정도로 거대해요. 혀 무게만 3t이 넘는답니다. 이런 덩치로도 시속 50㎞로 헤엄치고 2시간 넘게 잠수해 수심 500m까지 내려가기도 해요. 등지느러미 아래에서 꼬리까지 이어진 커다란 근육이 대왕고래가 헤엄을 치고 물 밖으로 솟구쳐오르게 해주는 힘의 근원입니다.

대왕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큰 덩치를 가진 동물이에요.
대왕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큰 덩치를 가진 동물이에요. /위키피디아

대왕고래의 몸은 푸른색과 회색이 섞여 있고 흰색 반점이 군데군데 있어요. 해수면에서 숨을 뱉으면 콧구멍에서 물이 12m 높이까지 올라갑니다. 몸을 뒤덮은 30㎝ 두께의 두꺼운 지방층 덕분에 얼음이 떠도는 남극 바다에서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고 부력을 유지해요. 먹이가 부족할 때는 지방층을 태워 에너지를 만들기도 하죠.

이렇게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을 것 같지만, 바다에 떠있는 2g 남짓한 크릴새우가 대왕고래의 주식입니다. 대왕고래 한 마리가 하루 최대 2t 분량의 크릴새우를 먹어요. 이렇게 크릴새우를 많이 먹어도 지구에는 5억t 분량의 크릴새우가 살고 있으니 새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왕고래는 덩치만큼 소리도 아주 잘 냅니다. 30초 동안 188㏈ 크기의 소리를 내는데 사람은 보통 120~130㏈ 소리만 들어도 고통을 느껴요. 이렇게 큰 소리로 서로 여러 신호를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새끼는 2~3년에 한 번씩 한 마리를 낳는데 갓 태어난 녀석도 몸길이가 7m에 몸무게는 2~3t이 나가요. 11개월의 임신 기간 동안 엄마 뱃속에서 덩치를 키운답니다. 새끼는 태어난 뒤 지방이 50%가 넘는 모유를 하루 600L씩 마시는데 하루에 체중이 100㎏ 넘게 늘어나기도 해요. 여섯 달이 지나면 몸길이가 16m에 이르고 몸무게는 22t이 나갑니다. 새끼는 10년 정도 엄마를 따라다니다가 독립해요.

대왕고래는 남극·북극 근해에서 여름을 보내고 겨울이 되면 열대 바다로 이동해 살아요. 한 때 30만마리나 살고 있었는데 고래 사냥이 만연하면서 수백마리까지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1966년 고래 사냥이 금지되면서 지금은 2만마리 정도로 늘어났어요.

과거에는 동해에도 대왕고래가 많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고래 사냥은 금지됐지만 대형 선박과의 충돌이나 배의 엔진 소리, 인간이 쳐놓은 그물이 고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와 주변국이 잘 협력한다면 동해는 다시 대왕고래와 돌고래, 향유고래가 맘껏 헤엄치는 고래의 바다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김종민 前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