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중국 혼란 피해 온 이민자, 고조선의 왕으로 등극

입력 : 2017.02.07 03:05

[위만과 '도래인']

중국 연나라에서 건너온 위만
변방에서 세력 키워 준왕 몰아내… 고조선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간 '도래인'
앞선 기술·지식 일본에 전수, 일본 고대 문화 형성에 기여했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슬람 일부 국가의 국민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해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어요.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반(反)이민 정책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죠. 이에 대해 "이민을 온 외국인이 일자리를 빼앗고 테러를 일으키며 범죄율을 높인다"며 찬성하는 입장과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우고 발전시킨 나라"라며 반대하는 입장이 맞서고 있답니다.

과거 우리 역사에서도 이민을 오거나 이민을 떠난 사람들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곤 했답니다. 오늘은 중국에서 고조선으로 이민을 온 위만과 일본으로 이민을 갔던 도래인들의 이야기를 함께 알아보도록 해요.

◇연나라에서 온 이민자 위만

준왕이 고조선을 다스리고 있던 기원전 195년, 중국 연나라에서 위만이라는 인물이 준왕을 찾아왔어요. 당시 중국은 대륙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나라가 망하고 한나라가 다시 천하를 통일했지만, 내부에 전쟁이 자주 벌어져 혼란이 계속되고 있었답니다.

위만은 중국 내 혼란을 피해 1000여 명의 무리를 이끌고 고조선으로 넘어와 준왕을 만났어요. 이때 위만은 고조선 사람처럼 머리에 상투를 틀고 흰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합니다. 위만을 믿을 만한 인물로 본 준왕은 그에게 100리의 땅을 내려준 뒤 고조선 서쪽 변방을 지키게 하였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위만은 변방을 지키면서 중국에서 망명을 해 온 무리를 모아 점점 자신의 세력을 키웠답니다. 그리고 기원전 194년, 준왕에게 사람을 보내 '한나라의 병사들이 열 길로 나누어 쳐들어오고 있으니 왕성에 들어가 왕을 지키겠다'는 보고를 올렸어요. 하지만 이 보고는 거짓말이었답니다. 군사를 데리고 간 위만은 준왕이 방심한 틈을 타 기습 공격을 펼쳐 왕성을 점령하고 준왕을 쫓아낸 뒤 고조선의 왕이 되었어요. 중국 역사책 '사기' '삼국지(위서 동이전)' '후한서' 에 기록된 이야기입니다.

◇고조선의 역사를 그대로 잇다

위만을 중국 땅에서 살았던 고조선 사람이나 동이족의 후손으로 짐작하거나 주장하는 학자도 있어요. 하지만 역사책에 위만은 연나라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답니다. '사기'는 위만을 '만'이라는 이름을 가진 옛 연나라 출신 인물로 기록하고 있고, '삼국지(위서 동이전)'와 '후한서'에는 위만이 '한나라 제후국이었던 연나라의 장수 출신'으로 나와있어요. 연나라는 중국 전국시대에 있었던 여러 나라 중 하나로 기원전 222년 진시황에게 멸망을 당했다가 한나라 때 제후국으로 재건되었습니다.

그런데 위만은 왕이 된 이후 고조선의 정체성을 중국식으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였어요. 준왕의 통치체제를 그대로 이어받았고 고조선 사람에게 높은 벼슬자리를 주어 나랏일을 맡겼답니다. 나라 이름도 '조선'으로 그대로 두었고요. 중국 사람으로 고조선을 점령한 게 아니라 이민자로서 고조선의 왕이 되어 고조선의 역사를 그대로 이어간 것이죠. 이후 위만은 주변 나라와의 외교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나라를 안정시키고 중계무역을 발전시켜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답니다.

◇일본으로 이민을 간 도래인들

삼국시대에는 한반도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이민을 간 사람이 많았어요. 특히 4~5세기에 많은 사람이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일본인은 이들을 '도래인(渡來人)'이라고 불렀답니다. '도래인'이라는 말은 일본의 입장에서 '바다를 건너 일본에 온 사람'을 뜻하는데, 일본인은 자신들보다 앞선 기술과 지식을 가진 도래인을 좋아해 이들이 잘 정착할 수 있게 도왔다고 해요.

도래인 중에는 전란을 피해 이민을 간 사람도 있었고 교류 차원으로 건너간 사람도 있었답니다. 4세기 말에는 고구려가 남진정책을 펼치며 신라와 백제, 가야와 자주 전쟁을 벌이자 이를 피해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이 많았어요. 5세기 이후에는 일본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선진 문물을 전해주기 위해 일본에 간 사람들이 많았고요. 7세기 무렵 고구려와 백제가 멸망한 후에는 많은 유민이 일본으로 건너간답니다.

이들은 일본에 새로운 기술과 지식·문화를 전해 고대 일본 문화가 형성되는 데 큰 역할을 하였어요.

☞궁월군과 왕인

궁월군과 왕인은 일본 문화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준 도래인 중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학자들은 두 사람이 백제 근초고왕 때 또는 아신왕 때 일본에 건너간 것으로 짐작하고 있어요.

‘일본서기’에는 궁월군이 120여현의 백성을 이끌고 일본에 망명을 하였다고 기록돼 있어요. 그는 누에 치는 기술과 옷감을 짜는 기술을 일본에 전했고, 그의 자손은 미개척지였던 교토 지역을 개척하였답니다.

왕인은 백제에서 유교 경전을 공부하고 가르치던 오경박사였어요. 일본 왕의 초청을 받고 여러 기술자와 함께 일본에 건너간 왕인은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 등을 가져가 글과 학문을 가르쳐주었답니다. 유교와 한자를 전한 왕인은 일본 문화의 조상으로 존경받고 있어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기획·구성=배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