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핫 피플] 대선 지지율 1위… '프랑스의 트럼프' 될까

입력 : 2017.02.03 03:11

마린 르펜

마린 르펜
/AP 연합뉴스

"나도 프랑스에서 (트럼프처럼) 똑같이 할 수 있다. 프랑스 국민도 테이블을 뒤엎길 바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정책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프랑스에서도 반(反)세계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요. 이를 주도하는 인물은 마린 르펜(본명 '마리옹 안 페린 르펜'·사진) 국민전선(FN) 총재입니다. 지난 2011년부터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국민전선의 총재로 재임 중인 르펜은 오랫동안 군소 정당에 머물던 국민전선을 대중 정당으로 발전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르펜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트럼프처럼 자동차 공장 등 여러 생산 시설을 프랑스로 다시 불러들일 것"이라며 "공장의 해외 이전을 막는 트럼프 정책은 보호주의에 기반을 둔 현명하고도 애국적인 정책이며 이미 수년 전부터 내가 주장해온 것들"이라고 말했어요. 또 "2016년이 영국과 미국이 깨어난 해였다면, 2017년은 유럽 대륙 국민이 깨어나는 해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답니다. 유럽연합(EU) 탈퇴를 선언한 영국과 트럼프가 당선된 미국에 이어 오는 4월에 열릴 프랑스 대선에서 자신이 당선될 것이라고 장담한 것이죠.

르펜은 국민전선을 창당한 장마리 르펜의 딸입니다. 장마리 르펜은 인종차별 발언으로 여러 차례 유죄판결을 받은 극우파 정치인으로 유명하죠.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정치를 배운 르펜은 총재가 된 이후 한결같이 반(反)무슬림·반난민정책을 제시하며 테러와 이민 문제에 지친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답니다. 동시에 아버지처럼 논란에 휩싸일 발언은 최대한 자제하는 타협적인 전략으로 국민전선을 성장시켰어요. 지난 2015년에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학살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아버지를 당에서 내쫓는 강수를 두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르펜이 대통령이 되려면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1, 2위를 기록한 후보들이 결선투표를 벌이는 결선투표제로 치러지는데, 르펜이 결선투표에 가더라도 낙선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기 때문이죠. 지난달 시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르펜은 1차 투표에서는 25%의 득표율로 공화당 프랑수와 피용(22%)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선투표에서 피용과 맞붙게 되면 36대64로 크게 패할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된 거센 반세계화 바람이 프랑스 여론을 흔들게 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어요. 과연 르펜은 '프랑스의 트럼프'가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