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경제의 실핏줄… 우리나라 근로자 88%가 일해요

입력 : 2017.02.03 03:11

[중소기업]

국내 사업체의 99%는 중소기업… 전체 매출액 3분의 1도 못 미쳐
0.1% 해당하는 대기업집단 매출액은 전체 3분의 2 이상 차지
중소기업 성장해 고용·임금 늘면 소비·투자 늘어나 경제 좋아진대요

최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대기업 수출에만 의존하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며 "실업자가 100만명이 넘는데 정작 중소기업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외국에서 인력을 수입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우리나라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도성장을 했지만 이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오늘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떻게 구분되고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해요.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속해

중소기업은 말 그대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입니다. 어떤 기업이 중소기업인지는 그 나라의 산업 특성과 경제 발전 정도에 따라 다르게 규정하지요. 우리나라는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상시근로자수(일정 기간 계속해서 일하는 근로자의 수) 300인 미만이거나 자본금이 80억원 이하인 제조업체 ▲상시근로자수 300인 미만이거나 자본금이 30억원 이하인 광업·건설업·운송업체 ▲도소매·서비스업체의 경우 세부업종에 따라 상시근로자수 300인 미만부터 50인 미만까지, 매출액 300억원 미만부터 50억원 미만인 경우 중소기업으로 분류해요. 상시근로자수가 1000명 이상이거나 자산 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기업, 대기업집단이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있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정한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제외됩니다.

울산의 한 중소기업에서 젊은 근로자들이 열심히 제품을 만드는 모습이에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속해 있답니다.
울산의 한 중소기업에서 젊은 근로자들이 열심히 제품을 만드는 모습이에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속해 있답니다. /김종호 기자

우리나라 사업체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경제의 실핏줄'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중소기업의 매출이 늘고 고용과 임금이 늘어나면 우리 경제도 활성화된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대체로 대기업보다 자본 장비가 부족하고 생산성과 임금수준이 낮은 데다 기업 간 경쟁도 심해 경영에 어려움이 많아요.

그래서 정부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펴고 있어요. 예를 들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에 진출하려는 경우 이를 막기 위한 여러 규제를 하고 있지요. 대기업과 불리한 경쟁에서 중소기업이 밀려나지 않게 보호하는 거예요.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연구 개발을 지원하거나 사업 영역을 특화시켜 고유한 장점을 살려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격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에요.

◇중소기업 어려우면 경제 전반에 악영향

대기업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과 종업원을 보유하며 높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산이 10조원이 넘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한 기업그룹과 규모가 큰 금융서비스 기업 등을 대기업으로 분류하고 있지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는 중견기업으로 불리는 기업이 있어요. 자산 총액이 중소기업의 상한인 5000억원을 넘었지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지 않은 기업이지요. 흔히 대기업으로 알려진 곳 중에서는 법적으론 중견기업인 경우도 많답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은 모두 28곳인데 이 기업집단에 소속된 계열 기업의 수는 총 1128개예요. 기업 수로 보면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0.1%에 불과한데 종사자의 비중은 전체의 12%, 기업 매출액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중소기업의 매출액은 전체의 3분의 1 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대기업 우선 성장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근래에는 국제 교역이 확대되고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의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제품 단가가 높아지자 대기업이 중국·베트남 등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에 생산 공장을 세워 싼값으로 상품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었어요. 그만큼 중소기업이 납품할 곳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죠.

중소기업이 어려워지면 근로자들은 임금이 줄거나 일자리를 잃게 되고, 이는 다시 우리 경제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답니다. 골고루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근로자의 88%가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잘되어야겠죠?

☞원·하청이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이 청부 맡은 일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걸 하청(下請)이라고 해요. 가령 대기업은 외국 업체와 제품 공급 계약을 맺은 다음 공급할 제품을 중소기업이 생산하도록 주문하는데 이 역시 하청에 해당한답니다. 이렇게 하청 계약을 맺게 되면 생산을 대신 맡게 된 중소기업은 하청업체가 되고, 제품 생산을 맡긴 대기업은 원청업체가 되지요.

대기업은 원·하청을 통해 임금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을 생산 기지로 이용하고 별도의 생산 설비를 갖추지 않음으로써 생산비를 줄이는 이점을 누릴 수 있어요. 하청을 맡은 중소기업은 별도의 마케팅 없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 곳을 확보하게 되고요.

하지만 원청이 하청에게 제품 단가를 무리하게 낮추도록 강요하거나 갑자기 하청 계약을 파기하면 중소기업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어요. 반대로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이 제대로 납품을 하지 않아 원청인 대기업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고요.

천규승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