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지구에서 가장 큰 오징어… 눈은 농구공보다 크대요

입력 : 2017.02.02 03:09

'거대 오징어'

거대 오징어(colossal squid)는 지구에서 발견된 무척추동물 중 가장 덩치가 큽니다. 2007년 뉴질랜드에서 몸길이 4.2m, 무게 490㎏짜리가 잡혔는데 생물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다 자란 녀석이 아니었다고 해요. 향유고래의 위에서 발견된 거대 오징어의 촉수와 다리 길이 등을 미루어봤을 때 어른이 된 거대 오징어의 몸길이는 최대 14m, 무게는 최대 750㎏까지 나갈 거라고 해요.

거대 오징어는 대왕오징어(Giant squid)와 다른 종이에요. 대왕오징어는 대왕오징어과에 속하지만 거대 오징어는 하트오징어과에 속해있답니다. 그래서 거대 오징어를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라고 부르기도 해요. 두 오징어는 사는 곳도 달라요. 대왕오징어는 주로 북반구에 살지만 거대 오징어는 남극과 가까운 남반구의 심해에 살아요. 덩치도 거대 오징어가 대왕오징어보다 더 크답니다.

지난 2007년 뉴질랜드에서 포획된 거대 오징어의 모습이에요.
지난 2007년 뉴질랜드에서 포획된 거대 오징어의 모습이에요. /Museum of New Zealand Te Papa Tongarewa
거대 오징어는 지구 상에서 가장 큰 눈을 가진 동물이기도 해요. 포획된 거대 오징어의 눈 지름을 쟀더니 27㎝나 되었는데 살아있을 때에는 40㎝까지도 커진대요. 농구공의 지름이 약 24㎝이니 얼마나 큰 지 상상이 되지요? 이렇게 큰 눈으로 대형 어류를 사냥해 잡아먹는답니다. 아주 흉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신진대사율이 아주 낮아 조금만 먹어도 필요한 에너지를 다 섭취하기 때문에 사냥을 자주 하지 않는대요.

찬찬히 뜯어보면 생김새는 동해에 사는 오징어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머리 아래에 3~4m 길이의 발 8개와 5~6m 되는 촉수 2개가 달려 있어요. 기린 목보다 2배나 긴 촉수로 먹이를 낚아채는데 촉수 끝은 집게처럼 굽어있고 그 안에 단단한 갈고리 수십 개가 붙어있어요. 한번 촉수에 잡힌 물고기는 다시 빠져나가기 어렵답니다. 사냥한 후에는 갈고리와 날 선 빨판이 달린 발로 먹이를 붙잡고 고기를 싹싹 잘라 삼켜요.

이렇게 큰 거대 오징어도 천적이 있습니다. 몸길이 20m에 몸무게는 수십 톤에 달하는 바다의 포식자 향유고래에요. 거대 오징어의 존재가 알려지게 된 것도 포획된 향유고래의 위에서 거대한 촉수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과거 유럽 사람은 향유고래의 몸에 난 빨판 자국과 날카로운 것에 이리저리 긁힌 흉터를 보고 상상 속 거대문어 크라켄과 싸운 흔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빨판 자국과 긁힌 흉터는 향유고래의 먹이가 되기 전까지 깊은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던 거대 오징어와 대왕오징어의 빨판과 촉수에 붙은 갈고리가 남긴 것이랍니다.

사람이 거대 오징어 한 마리를 다 먹으려면 1000명이 들러붙어 밤새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맛은 별로라고 해요. 산소가 적은 깊은 바다에서 살다보니 염화암모늄이 많이 들어있어 홍어보다 쏘는 맛이 더 강하다고 합니다. 포획되는 경우도 극히 드물어 잡아먹기보다는 생물학자들의 연구를 거쳐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어요.



김종민 前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