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한정판 구해 비싸게 되파는 건 정당할까
입력 : 2017.01.27 03:07
[리셀러(Reseller)]
한정판 제품·연예인 소장품 등 수요 많고 공급 적은 물건 선점
과시 욕구 큰 소비자 겨냥해 지나치게 비싼 값으로 되팔아 논란
정당한 거래로 인정하고 세금 걷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어요
20만원에 산 운동화를 600만원에 되파는데 이 운동화를 사는 사람이 있다면 믿을 수 있나요? 고개가 갸웃거려지지만 최근에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랍니다. 20만~30만원대로 판매된 한 유명 브랜드 업체의 한정판 운동화가 온라인상으로 400만~600만원대에 재판매돼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어요. 최근에는 이런 한정판 운동화뿐 아니라 시계나 옷, 유명연예인의 소장품도 미리 사두었다가 비싼 가격을 매겨 온라인에서 되파는 일이 늘어나 논란이 되고 있답니다. 오늘은 리셀러(Reseller)가 무엇이고 이들을 둘러싼 논란은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도록 해요.
◇한정품을 사서 비싸게 되파는 리셀러
마트나 시장, 백화점에서 진열대에 오른 제품들 대부분은 여러 번의 되팔기를 거친 것들입니다. 가령 농산물의 경우 유통업자가 산지에서 직접 농산물을 구입한 뒤 이를 싣고 도시로 가져와 도매업자나 마트·백화점 등에 되팔아요. 마트나 백화점은 이렇게 사들인 제품에 다시 가격을 얹어 소비자에게 판매하지요. 이렇게 보면 우리가 매장에서 제품을 사는 것도 사실 되팔기된 물건을 사는 것입니다.
◇한정품을 사서 비싸게 되파는 리셀러
마트나 시장, 백화점에서 진열대에 오른 제품들 대부분은 여러 번의 되팔기를 거친 것들입니다. 가령 농산물의 경우 유통업자가 산지에서 직접 농산물을 구입한 뒤 이를 싣고 도시로 가져와 도매업자나 마트·백화점 등에 되팔아요. 마트나 백화점은 이렇게 사들인 제품에 다시 가격을 얹어 소비자에게 판매하지요. 이렇게 보면 우리가 매장에서 제품을 사는 것도 사실 되팔기된 물건을 사는 것입니다.
- ▲ 한 유명 의류 브랜드가 발매하는 한정판 제품을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 선 모습이에요. 최근 이런 한정판 제품을 사들였다가 원래 가격보다 더 비싼 값에 되파는 리셀러들이 늘어나고 있대요. /장련성 객원기자
하지만 최근에 활동하는 리셀러는 자신의 선호와 무관하게 희소가치가 있을 만한 한정판 제품을 가능한 빨리, 많이 사들여 자신의 블로그나 SNS, 또는 온라인 중고 장터를 통해 원 판매가격보다 수배 또는 수십배 비싼 가격에 되팝니다. 이런 리셀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어요. 가령 일본에서는 한정판으로 판매된 로봇 장남감이 중고 시장에서 원 판매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렸답니다. 놀이블럭 '레고'의 제품 중에서도 한정판으로 판매된 제품이 중고 시장에서 원 판매가격보다 2배 비싸게 팔리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유명연예인의 사인회에 미리 줄을 섰다가 돈을 받고 자신의 순서를 넘기는 리셀러도 있어요.
◇리셀러가 돈을 버는 법
리셀러는 '희소가치'를 이용해 큰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리셀러가 취급하는 한정판 제품이나 유명연예인의 소장품은 공급은 아주 적은 반면 수요는 크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상품을 정식으로 구매하려면 발매 전부터 매장 앞에서 오랫동안 줄을 서거나 발매 즉시 빠르게 구매를 해야 하는 등의 수고로움이 따르지요.
리셀러는 많은 시간을 들여 이런 한정판 제품의 종류나 상품의 발매 날짜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한정판 제품들을 최대한 빨리, 가능한 많이 구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한정판 제품을 구하지 못해 중고라도 구매하려는 사람의 수요가 커지게 됩니다. 그만큼 비싼 값을 치르려는 사람도 늘어나지요. 리셀러는 이렇게 희소가치가 가장 높아졌다고 판단될 때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팔아 큰 차익을 얻습니다.
리셀러가 이런 거래를 할 수 있는 건 사람들이 과시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누구나 비싼 가격이 매겨진 제품이나 한정판 제품을 구매해 다른 사람에게 뽐내고픈 과시욕을 갖고 있습니다. 희소가치가 높고 가격이 비쌀수록 과시욕을 많이 채워주지요. 설령 리셀러로부터 터무니없는 가격에 물건을 사더라도 그 희소가치가 높다면 오히려 그 비싼 가격이 구입한 사람의 과시욕을 충족시켜주기도 합니다.
◇리셀러를 둘러싼 논란
한편에서는 리셀러가 한정된 제품을 선점했다는 이유만으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상품을 되파는 건 도덕적이지도 않고 유통 질서를 왜곡한다고 비판해요. 리셀러가 자신의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지요. 현행법상 물건을 파는 사람은 사업자로 등록을 하고 판매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하는데 리셀러는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고 판매 수익에 대한 세금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조직적으로 대규모 거래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도 없고요.
반면 리셀러를 법으로 막고 처벌하기보다 오히려 정당한 유통업자로 인정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어요. 이들이 수고로움을 거쳐 한정판 제품을 구매하고 각자 온라인상에서 마케팅을 하여 비싼 값에 되팔기를 하는 만큼 리셀러의 영업을 정당한 거래로 보고 이들의 수익에 대해 세금을 걷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죠.
[백도어(Backdoor)]
백도어는 컴퓨터 시스템이 고장 났을 때 시스템을 만든 회사의 프로그래머가 직접 접속해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특정 계정을 열어놓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물품 구매 단계에서 벌어지는 얌체 같고 부도덕한 구매 행위을 가리켜 백도어라고 말하기도 해요. 가령 어떤 기업이 한정 판매되는 상품을 발매하면 상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발매 날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려 선착순으로 물건을 사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 기업에 있는 관계자와의 친분을 이용하거나 관계자에게 뇌물을 주고 발매 전에 미리 제품을 빼내어 구매하기도 하는데, 이런 행동을 백도어라고 합니다. 한정 판매되는 제품을 다량 구입해 되파는 리셀러는 "백도어로 제품을 구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