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일자리 잃고 분노한 근로자들, 기계를 파괴하다
[러다이트 운동]
18세기 영국, 산업혁명 시작되자 옷감 만들던 숙련 수공업자 몰락
실업자 되거나 직물 공장에 취직
대륙봉쇄령으로 경기 불황 덮치자 기계 탓한 근로자들이 공장 습격
4차 산업혁명도 대비해야 해요
이달 초 한국고용정보원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2025년에는 국내 취업자의 61.3%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어요. 지난해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 근로자 2659만명 중 1630만명이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최근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으로 들썩이고 있어요. 구글을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은 사람이 운전하지 않고도 주행이 가능한 무인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어요. 미국 IT 기업 '아마존'은 무인 항공기 드론으로 집까지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고요. 이런 변화는 우리에게 큰 편리함을 줄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편으로 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답니다. 무인 자동차와 드론 택배가 흔해지면 운전기사, 택배 기사라는 직업은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요?
기계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문명을 발전시킨 동시에 많은 직업을 사라지게 했어요. 이에 일자리를 잃고 분노한 사람들이 기계를 마구 파괴한 폭력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벌어진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대표적이지요.
◇방직기의 등장과 산업혁명
산업혁명은 18세기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어요. 원래 영국은 모직물(양털로 만든 옷감)을 만드는 산업이 발달했어요. 그런데 인도에서 값도 싸고 쓰기도 편한 면직물(목화솜으로 만든 옷감)이 도입되자 영국에서도 면직물을 만드는 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답니다. 이때 면직물을 좀 더 빠르고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방적기와 방직기가 차례로 발명되었어요. 이어 증기의 힘으로 동력을 공급하는 증기 기관이 방직기와 결합하자 영국의 면직물 생산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답니다.
- ▲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방직기가 설치된 직물 공장이 늘어났어요. 이로 인해 숙련 수공업자들은 돈벌이를 잃고 공장 노동자로 취직해야 했지요. /AFP
방직기가 등장하기 전에는 수많은 숙련 수공업자들이 옷감을 만들었어요. 이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익힌 솜씨로 독립된 소규모 작업장에서 옷감을 만들어 돈을 벌었지요. 그런데 방직기를 설치한 공장에서 값싼 면직물을 대량으로 생산해 판매하자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게 되었어요. 경쟁력을 잃은 수공업자들은 실업자가 되거나 공장에 취업해 방직기를 돌리는 공장 노동자가 되어야 했지요.
하지만 당시 공장은 임금도 적고 근로조건도 너무 열악해 많은 사람이 불만을 품게 되었어요. 자신의 작업장에서 자유롭게 일하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늘어났고요.
◇대륙봉쇄령이 계기가 되다
차곡차곡 쌓이던 영국 노동자의 불만은 1806년 나폴레옹이 발표한 '대륙봉쇄령'을 계기로 폭발했어요. 유럽 대륙을 지배하던 나폴레옹이 영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대륙과 영국의 해상교역을 완전히 금지하자 유럽 전체에 극심한 경기 불황이 닥쳤어요. 영국에서도 면직물을 수출하지 못하게 된 공장이 도산하면서 많은 실업자가 생겨났고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공장 노동자도 늘어났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기계가 일자리를 뺏은 탓에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며 분노하는 사람이 생겨났답니다.
1811년 분노한 노동자와 실업자가 모여 공장을 습격해 기계를 마구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시작되었어요. 영국 노팅엄의 한 직물공장을 습격한 노동자와 실업자는 기계를 부수며 이런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모든 곳에서 우리 모두 일어서리라. 그리고 맹세하건대 결단코 우리는 가위와 창문까지도 부수겠다. 공장에 불을 지르겠다."
러다이트 운동은 랭커셔와 체셔, 요크셔 등 영국 북부의 여러 주로 빠르게 확대되어 이듬해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공장주가 기계를 파괴하는 노동자를 총으로 살해하고, 다른 노동자들이 공장주를 보복 살해하는 일도 벌어졌지요.
영국을 혼란에 빠트린 러다이트 운동은 1812년 영국 정부가 군대까지 동원하는 강경한 진압을 한 뒤에야 진정되었어요. 러다이트 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은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영국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기계를 원망하며 러다이트 운동을 벌이는 노동자가 드문드문 나타났어요. 노동자들이 의회 개혁과 선거권 획득을 추구하는 차티스트 운동으로 불만을 표출한 뒤에야 러다이트 운동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러다이트 운동과 4차 산업혁명
러다이트 운동은 당시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노동자의 불만이 높아진 가운데 기계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나타난 현상입니다. 새로운 기계가 등장하면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양면을 보지 못하고 당시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모두 기계의 책임으로 돌려버린 것이죠. 기계의 등장으로 발생한 사회·경제적 문제에 정부와 기업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러다이트 운동을 부른 또 다른 원인으로 볼 수 있어요.
최근 유럽연합(EU) 의회는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hood)'으로 지정하고 인공지능 로봇에 오류·해킹이 발생했을 때 즉각 작동을 멈출 수 있는 장치를 탑재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어요. 4차 산업혁명으로 생길 수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것이죠. 4차 산업혁명으로 또 다른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우리도 서둘러 대비책을 잘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4차 산업혁명이란?
그간 인류 역사에는 세 번의 산업혁명이 있었어요. 18세기 영국에서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19세기 말에는 석유의 발견과 전기와 전화, 알루미늄 등의 발명에 힘입어 대량생산체제가 마련된 2차 산업혁명이 있었지요.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자동화 생산체제가 갖춰지면서 산업 구조가 급격히 변화한 것을 뜻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산업 구조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지는 창의력과 판단력까지 대체하는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