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낯선 사람 보면 '깍깍'… 농작물 먹어치우는 말썽꾸러기[정정내용 있음]
까치
까치가 '깍깍'하고 울며 요란하게 설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설날이 다가와 있어요. 동요에서는 까치의 설날이 우리 설날보다 하루 빠르다고 하지요? 설날엔 까치도 반가운 손님이라고 하는데 까치 때문에 골치를 앓는 분도 적지 않아요.
인천 강화군은 최근 까치와 고라니로 인해 피해가 극심한 농가가 피해 예방 시설을 마련할 때 시설비를 지원하기로 했어요. 까치와 고라니, 비둘기 등의 수가 매년 빠르게 늘어나 농작물을 훔쳐 먹어 큰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강화군은 지난해에만 까치를 1200여 마리나 잡았지만 번식력이 워낙 강한 탓에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합니다.
- ▲ 늦가을 무렵 물까치들이 감나무 가지에 앉아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홍시를 먹는 모습이에요. /신현종 기자
까치가 없던 제주도에도 1989년 까치를 풀어놓은 이후 피해를 입은 귤 과수원이 늘어났어요. 제주도에 사는 까치는 한라산까지 올라가 새알이나 소형 동물을 마구 먹어 치워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를 낳고 있답니다.
예전에는 까치와 사람이 서로 도우며 살았어요. 가을에 감을 따면 나무 높은 곳에 붉은 홍시를 따지 않고 남겨 두었답니다. 까치가 와서 먹으라고 둔 것이라 '까치밥'이라고 불렀어요. 높은 가지에 달린 감까지 따려다 나무에서 떨어져 다칠 바에야 까치밥으로 남겨두는 게 낫다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지요. 까치밥을 먹고 기운을 차린 까치는 수확 철 벼를 갉아먹는 곤충을 부지런히 잡아먹으며 밥값을 했답니다.
까치는 곤충이나 벌레, 소형 동물은 물론 곡식과 열매도 잘 먹는 잡식성이에요. 종종 물가에서 물고기를 사냥해 먹기도 합니다. 철새가 아닌 텃새지만 우리나라부터 아시아와 유럽, 북미와 동남아 등 전 세계에 고루 퍼져 살고 있어요.
까치는 경쟁자를 물리친 뒤 먹이가 많고 안전한 곳을 차지해야 새끼를 잘 키우는 습성이 있어요. 겨울부터 부지런히 터를 잡고 둥지를 지어 3월 전후로 짝을 만나 알을 낳지요. 암컷은 한번에 5~6개 알을 낳는데 3주 정도 알을 품으면 새끼가 깨어나요. 새끼는 태어날 때 털이 거의 없고 눈도 잘 뜨지 못하는 데다 배설도 가리지 못해요. 이때는 부모가 새끼의 배설물을 먹어 치워 둥지의 위생 관리를 한다고 합니다. 새끼는 어느 정도 자라야 둥지 가장자리에 배설을 해요.
번식을 마친 까치는 6~7월에 날개깃을 갈기 시작합니다. 날개깃을 망가진 채로 두면 더 이상 날지 못해 죽을 수도 있어요. 9~10월이 되어야 날개깃을 다 가는데 깃을 가는 동안에는 잘 날지 못할 때도 있어 부쩍 몸을 사립니다.
까치는 뇌가 작은 데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채는 영리한 동물이에요. 보통 동물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해요. 침팬지처럼 비교적 뇌가 크고 지능이 높은 몇몇 동물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죠. 까치는 영리한 만큼 사회성도 뛰어나 매, 수리 같은 맹금류가 공격해오면 무리를 지어 용감히 쫓아내요.
까치는 낯선 사람을 보면 요란하게 우는 습성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 조상은 "까치가 우는 걸 보니 손님이 오시나보다"라고 말했답니다. 이번 설날에도 까치는 낯선 손님을 보며 부지런히 울어댈 거예요.
▲25일 자 '동물이야기' 코너에 실린 사진 속 동물은 까치가 아닌 물까치이므로 바로잡습니다. 두 새는 모두 참새목 까마귀과로 잡식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서로 다른 종입니다. 까치는 머리에서 등, 날개가 검은 반면 물까치는 몸과 어깨는 회갈색, 날개와 꼬리는 청회색을 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