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3300년 전 사라진 매머드, 동물원에서 다시 만난다?

입력 : 2017.01.25 03:10

[멸종 동물 복원]

꽁꽁 언 사체에서 DNA 추출·분석, 코끼리 DNA를 매머드와 같게 조작… 난자에 이식해 복원 추진

찬반 엇갈리는 멸종 동물 복원
멸종 위기 동물 보존할 길 열리지만 돌연변이 유전자가 혼란 부를 수도

1993년에 개봉된 영화 '쥬라기 공원'은 멸종된 공룡을 복원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화 속 과학자들은 공룡의 피를 빨아 먹고 죽은 모기의 화석에서 공룡의 피를 구해요. 여기서 공룡의 DNA를 복원한 뒤 공룡과 가까운 양서류 동물을 이용해 공룡을 실제로 복원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런 영화 속 일이 조만간 현실이 될 거라고 해요. 주인공은 아쉽게도 공룡이 아닌 매머드예요. 그럼에도 약 3300년 전에 멸종한 거대한 매머드를 되살려낸다는 소식에 많은 분이 큰 기대를 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매머드 복원이 가져올 파장을 우려하는 분도 적지 않다고 해요.

◇꽁꽁 언 매머드 사체에서 설계도를 찾다

매머드는 약 480만년 전 지구에 등장했어요. 키가 3~5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덩치에 코끼리 같은 긴 코와 큰 어금니를 가졌답니다. 코끼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추위에 견디기 좋게 온몸이 긴 털로 덮여 있었어요. 주로 극지방에 있는 초원 지대에 살았기 때문에 매머드의 화석은 시베리아나 캐나다 북부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함경북도와 전라북도 부안에서도 매머드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그래픽=안병현
/그래픽=안병현
매머드를 복원하려면 매머드의 DNA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합니다. 인간은 물론 모든 생물은 제각각 다른 DNA 서열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DNA를 '생명체의 설계도'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매머드의 DNA는 꽁꽁 언 채 발견된 매머드의 사체에서 구할 수 있어요. 매머드가 추운 지역에 살았던 덕분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구한 매머드의 DNA는 온전하게 남아 있진 않아요. 수천 년 넘게 얼어 있는 동안 매머드의 DNA는 조금씩 손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 매머드 사체에서 발견된 DNA는 부분 부분이 찢겨 나간 백과사전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완벽한 매머드의 DNA 서열을 알아내기 위해 여러 매머드의 DNA를 이용했어요. 매머드의 귀에 관한 정보가 담긴 DNA와 털에 관한 정보가 담긴 DNA를 합치는 식이죠. 흡사 퍼즐 맞추기를 하듯 DNA를 비교·분석해 매머드의 온전한 DNA 서열을 알아내려고 노력했어요.

1990년대 초반에는 여러 개의 DNA를 동시에 비교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2010년 이후로는 유전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DNA를 비교·분석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크게 낮아졌답니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현재 매머드의 완전한 DNA 서열을 알아낸 상태예요. 온전한 매머드의 설계도가 완성된 셈입니다.

◇매머드 복원에 엇갈린 반응

매머드의 DNA 서열을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본 결과 아시아코끼리의 DNA 서열과 가장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아시아코끼리의 변종을 만들어 매머드를 복원하려고 합니다. 아시아코끼리의 DNA 일부를 자르고 붙이는 식으로 매머드의 DNA 서열과 같게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조작한 아시아코끼리의 DNA를 코끼리의 난자에 이식합니다. 이 코끼리가 새끼를 낳으면 아기 매머드가 태어나게 되는 거예요. 실제로 매머드가 태어나려면 아직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하지만, 과학자들은 조만간 복원된 매머드의 모습을 보게 될 거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멸종된 매머드를 복원하는 것을 두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어요. 매머드 복원을 찬성하는 쪽은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기술이 멸종 위기에 처한 다른 생물들을 보호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동식물의 멸종을 막고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해 자연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죠. 가령 매머드는 극지방의 초원 지대를 밟고 다니며 큰 나무가 자라는 것을 막고 잔디 씨를 배설물로 퍼트려 초원을 가꾸는 역할을 했어요. 그런데 매머드가 멸종하면서 극지방의 초원 지대는 그 면적이 급격히 줄어들었답니다. 만약 매머드를 복원해 그 수를 늘리게 되면 극지방의 초원 지대도 예전처럼 복원될 가능성도 있어요.

하지만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는 것이 '인간의 자만'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아요. 어떤 동물이 멸종하는 것도 일종의 자연현상인데 이들을 복원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오히려 생태계에 더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죠. 복원된 동물을 통해 돌연변이 유전자가 늘어날 경우 자연 생태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답니다.

[공룡도 복원할 수 있을까?]

매머드를 복원할 수 있다면 그 이후에는 공룡도 복원할 수 있게 될까요? 아쉽게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동물의 유전자가 냉동 등을 통해 파괴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는 한계는 약 70만년 정도에요. 매머드는 멸종한 지 약 3300년 정도 되었고 시베리아 일대에 얼어있는 사체들이 여럿 발견되면서 유전자를 구해 복원 연구를 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공룡은 멸종한 지 무려 6000만년이 넘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온전한 유전자를 구할 길이 없어요. 따라서 과거에 살았던 공룡을 그대로 복원할 방법은 찾기 어려울 듯합니다. 다만 진화 연구를 통해 공룡과 닮은 생명체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있어요.


송준섭 과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