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부유층과 저소득층… 누구의 지갑을 채워야 경제가 좋아질까

입력 : 2017.01.20 03:10

[낙수 효과와 분수 효과]

20일 공식 취임하는 트럼프, 부유층 감세로 세금은 적게 걷고 인프라 투자해 지출은 늘릴 계획
낙수 효과·분수 효과 모두 노려 경기 살린다지만 비현실적이래요

2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이 열립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출범이 다가오면서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논란도 점점 커지고 있어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최상위층과 기업이 내는 세금을 낮추는 동시에 향후 10년간 정부 돈 1조달러를 도로나 공항 등 인프라 시설을 새로 짓거나 고치는 데 투자하겠다고 밝혔어요. 이런 트럼프의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공약은 방향이 서로 달라 현실적이지 않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낙수 효과와 분수 효과를 통해 트럼프의 경제 공약이 가진 문제를 살펴보도록 해요.

◇윗물이 흘러 아랫물이 되는 낙수 효과

외국 영화를 보면 종종 파티장에서 샴페인 잔 여러 개를 아래에서 위로 포개어 놓고 맨 위에 있는 잔부터 술을 따르는 모습이 나와요. 계속 술을 따르면 맨 위에 있는 잔이 흘러넘치고, 넘친 술은 아래 잔으로 흘러내려 갑니다. 결국 모든 잔에 술이 가득 차게 되죠.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는 이렇게 대기업의 수익과 고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경제 전체의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 저소득층의 소득도 결국 증가하는 효과를 뜻해요.

[경제 이야기] 부유층과 저소득층… 누구의 지갑을 채워야 경제가 좋아질까
/Getty Images Bank·김종호 기자
사실 낙수 효과라는 말은 그리 유쾌하게 만들어진 건 아니었어요. 대공황이 미국 경제를 덮친 1930년대 초 미국의 유머 작가 윌 로저스가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허버트 후버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상류층에 건네진 돈이 제발 빈민들에게도 흘러가길(trickle down) 바란다"고 비꼬았는데, 여기서 낙수 효과라는 말이 생겼어요.

50여년 뒤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 대통령(재임 기간 1981~1989년)에 당선된 후 낙수 효과를 내세운 경제정책을 펼쳤어요. 기업이 내는 세금(법인세)과 부유층의 소득세를 낮추어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고 나선 것이죠. 이후 미 공화당은 이런 낙수 효과에 기반을 둔 경제정책을 추구하는 전통이 있답니다. 최상위층의 소득세를 낮추겠다고 한 트럼프의 공약도 이런 전통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과거 우리나라 경제도 낙수 효과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어요. 자원이 충분치 않은 정부가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을 지원하는 데 집중했고, 대기업들이 성장하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도 덩달아 성장했습니다. 기업의 고용과 매출이 늘자 소비도 자연히 늘어났고, 이는 다시 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면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것이죠.

낙수 효과는 증권시장에서도 관찰할 수 있어요. 어떤 대기업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면 이 대기업에 소재나 부품을 납품하거나 납품할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강세를 보입니다. 대기업이 투자를 하게 되면 투자에 필요한 장비나 소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매출과 순익도 단기적으로 증가하는 낙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죠.

◇낙수 효과와 반대되는 분수 효과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낙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어요. 낙수 효과를 기대하고 고소득층과 대기업들을 지원한 결과 침체된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빈부 격차만 더 커졌다는 거예요. 이런 관점에서 미국 민주당은 낙수 효과와 반대되는 분수 효과(Fountain effect 또는 Trickle-up effect)를 경제정책의 기조로 내세웁니다. 분수 효과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면 경제 전체의 소비가 늘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들의 매출과 투자가 늘어나 결국 고소득층의 소득도 높아지는 효과를 뜻해요. 물이 아래에서 위로 솟는 분수처럼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이죠.

분수 효과를 선호하는 쪽에서는 정부가 돈을 쥐여줄 경우 여유가 있는 부유층보다 여유가 적은 저소득층이 소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분수 효과가 경기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정부 돈 1조달러로 인프라 투자에 나서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이런 분수 효과를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국가가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켜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주고 건설사들의 이익을 늘려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분수 효과도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어요. 1970년대 미국 정부는 경기 침체에 맞서 정부 지출을 늘렸지만 경기는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어요. 최근 경기 침체에 빠진 유럽 국가들도 분수 효과를 기대하며 정부 지출을 늘렸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낙수 효과와 분수 효과를 모두 노리는 트럼프의 두 공약이 미국 정부의 재정에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해요. 정부 재정이 안정되려면 정부 지출을 늘릴 때 세금을 올려야 합니다. 세금을 내리려면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하고요. 만약 트럼프가 두 공약을 실행에 옮기게 되면 세금은 덜 걷히고 정부 지출은 크게 늘어 미국 정부의 부채가 급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뉴딜정책과 분수 효과]

분수 효과의 기원은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에게서 찾을 수 있어요. 미국이 대공황에 빠진 1930년대 케인스는 정부 지출을 통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을 늘려 경기를 회복시키는 뉴딜정책을 대공황에서 벗어날 해법으로 제시했어요.

이에 따라 루스벨트 대통령은 테네시 계곡에 대형 댐을 건설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키고 최저임금제도와 실업보험제도를 실시해 실업자를 줄이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데 집중했지요. 그 결과 미국은 경제 전반의 소비가 늘고 기업의 매출이 다시 증가하면서 대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답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경기를 회복시킨 케인스의 뉴딜정책은 분수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요.


천규승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