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쓰레기 처리하는 벌레… 꿀벌은 마약 탐정으로 변신

입력 : 2017.01.18 03:11

[곤충의 활용]

갈색거저리 애벌레, 스티로폼 분해… 식재료로 쓰여 환자 건강 회복 도와
센서·통신기 달린 개미 로봇, 실제 개미처럼 정보 교환하며 협동
꿀벌은 개 대신 마약 탐지 가능… 곤충의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해요

최근 위장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곤충으로 만든 음식을 먹였더니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강남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약 3개월 동안 위장 수술을 받아 음식을 먹기 불편한 환자 30여명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일반 환자식과 곤충으로 만든 식사를 제공한 결과 곤충식을 먹은 환자들이 더 많은 열량과 단백질을 공급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곤충은 크기에 비해 열량이 높고 단백질 등 각종 영양분이 풍부해 '작은 가축'으로 불려요. 많은 전문가는 곤충이 미래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자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요.

스티로폼 먹어 치우는 갈색거저리의 애벌레 외
/김충민 기자
이번 실험에서는 애완용 새의 먹이로 사용되는 갈색거저리의 애벌레를 가루로 만든 뒤 식사에 넣어 환자들에게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거부감 없이 곤충식을 먹은 환자들의 영양 상태가 더 좋은 것으로 조사되었어요. 보잘것없어 보이던 곤충은 이 외에도 여러 방식으로 인류를 위해 활용되고 있답니다.

◇100만년 지나도 안 썩는 스티로폼 해결사

곤충식의 재료가 된 갈색거저리의 애벌레는 또 다른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스티로폼을 친환경적으로 분해하는 능력이에요. 스티로폼은 가볍고 내구성이 좋아 깨지기 쉬운 물건을 운반하거나 음식을 따뜻하거나 차갑게 보관할 때 사용되지요. 하지만 다 쓰고 나면 재활용도 쉽지 않고 땅에 묻어도 100만년이 지나야 분해되는 골칫거리가 돼요.

미국 스탠퍼드대와 중국 베이징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갈색거저리의 애벌레가 스티로폼을 먹은 뒤 이산화탄소와 흙 성분으로 분해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연구팀이 애벌레 100마리를 스티로폼에 풀어놓자 하루 평균 34~39㎎의 스티로폼을 먹은 뒤 절반은 이산화탄소로, 나머지는 배설물로 배출하였답니다. 애벌레의 배설물은 곧장 식물을 기를 흙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친환경적인 성분이었어요. 스티로폼을 먹은 애벌레들의 건강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갈색거저리 애벌레가 스티로폼을 분해할 수 있는 이유는 장 속에 스티로폼을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 박테리아를 증식하거나 애벌레를 활용하면 앞으로 스티로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마약 탐지, 이제 꿀벌에게 맡겨라

개는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후각을 갖고 있어요. 불법으로 몰래 거래되는 마약을 찾아내는 데에도 마약 탐지견이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개보다 곤충이 여러 화물에 숨겨진 마약을 더 정확히 찾아낼 수 있대요. 곤충은 화합물에 섞인 한 종류의 분자도 정확히 찾아내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독일 경찰 범죄 과학연구소가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촉각이 뛰어나고 사람이 훈련하기도 쉬운 꿀벌이 마약 탐지견을 대신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헤로인 같은 마약 냄새를 꿀벌이 맡게 하는 동시에 약한 전기 충격을 주어 마약 냄새를 맡으면 놀라서 날아오르도록 훈련시키는 것이죠. 이렇게 훈련된 꿀벌은 공항이나 항구에서 마약을 발견하면 재빨리 날아오르게 됩니다. 이 방식이 마약 탐지견보다 더 정확하게 마약을 찾아낼 수 있대요.

◇개미처럼 협동하는 개미 로봇


독일의 한 기업은 개미를 쏙 닮은 로봇 '바이오닉 앤트(Bionic ANTs)'를 만들었어요. 3D 프린터를 활용해 사람 손바닥 크기로 만들어진 이 로봇은 마치 장난감처럼 생겼지만 각종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답니다. 실제 개미처럼 다리 여섯 개와 머리, 가슴, 배로 이루어져 있는데 눈에는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고 물건을 집어 올릴 수 있는 집게도 있어요. 충전기 역할을 하는 더듬이를 전력선에 대면 스스로 전력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개미 로봇이 실제 개미처럼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협동으로 해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개미들이 집단적으로 지능을 발휘하는 행동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죠. 바이오닉 앤트는 배에 설치된 광센서와 무선 통신기로 자신의 위치와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다른 로봇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협동심을 발휘합니다. 이 로봇들이 더 발전하게 되면 공장에서 함께 힘을 합쳐 제품을 만들고 짐을 나르는 일꾼이 될 거예요.

이렇게 곤충들이 과학적으로 활용될 잠재력은 무궁무진해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70%가 곤충인데 이들이 가진 능력은 아주 일부분만 확인된 상태랍니다. 보잘것없고 때로는 징그러워 보이는 곤충은 이제 인류의 미래를 풍성하게 가꾸어 줄 새로운 자원이 되고 있어요.

[암세포 찾아내는 반딧불이]

여름밤을 아름답게 수놓는 반딧불은 암세포를 찾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합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연구팀은 반딧불이가 빛을 낼 때 사용하는 발광효소 '루시페라아제'의 분자로 사람의 몸에 생긴 암세포 등 종양을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화학적으로 조작한 물질을 루시페라아제에서 뽑아낸 분자에 붙여 암세포나 종양에만 반응하게 만든 것이죠.

이 물질은 암세포나 종양을 만나 반응하면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밝은 빛을 내기 때문에 앞으로 암 환자를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