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닭이 독감 걸리자 돼지고기 많이 팔린대요

입력 : 2017.01.13 03:11

[대체재]

서로 대신해서 쓸 수 있는 대체재
AI 불안감에 닭고기 소비 줄자 돼지고기 수요 늘면서 가격 올라

산란닭 줄어 가격 오른 계란… 마땅한 대체재 없어 더 비싸졌어요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닭과 오리 3000만마리가 죽었어요. 이로 인해 계란 값이 폭등해 정부가 외국산 계란을 들여오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닭고기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대요. 닭고기와 계란은 모두 닭에서 나오는 상품인데 왜 하나는 가격이 오르고 다른 하나는 가격이 떨어질까요? 고기용 닭보다 산란용 닭이 더 많이 죽은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대체재의 유무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오늘은 대체재가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도록 해요.

◇대신하는 대체재, 가격·수요에도 영향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은 설날에 끓여먹는 떡국에서 유래했어요. 옛날에는 떡국에 꿩고기를 넣었는데 형편이 어려워 꿩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꿩고기 대신 닭고기를 떡국에 넣어 끓였다고 합니다. 이후 적당한 것이 없을 때 비슷한 것으로 대신할 경우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을 쓰게 된 것이죠.

한 대형 유통업체는 지난달 닭고기 월 매출은 11%가량 줄어든 반면 수입 돼지고기 월 매출은 98%나 늘었다고 해요(전년 동월 대비).
한 대형 유통업체는 지난달 닭고기 월 매출은 11%가량 줄어든 반면 수입 돼지고기 월 매출은 98%나 늘었다고 해요(전년 동월 대비). 업계 관계자들은“조류인플루엔자가 번지면서 불안해진 소비자의 수요가 닭고기에서 수입 돼지고기로 옮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조선일보 DB
꿩과 닭처럼 쓰임이나 만족감이 비슷해 서로 대신해서 쓸 수 있는 상품을 경제학에서는 대체재(代替財)라고 합니다. 밥과 빵, 콜라와 사이다, 연필과 샤프펜슬 등 우리가 일상 생활에 쓰는 많은 상품은 서로 대체재가 될 수 있어요.

어떤 두 상품이 서로 대체재라면 한 상품의 수요가 감소할 때 다른 상품의 수요는 증가합니다. 자연히 수요가 줄어든 쪽은 가격이 떨어지고 수요가 증가한 쪽은 가격이 오르게 되지요. 최근 닭고기 가격이 떨어진 것은 조류인플루엔자에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닭고기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수입 돼지고기는 소비량이 늘면서 가격이 올랐답니다. 이 경우 돼지고기가 닭고기의 대체재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지요.

계란 값이 오른 건 공급량이 줄어든 영향이 가장 크지만 닭고기와 다르게 계란을 대체할 상품이 마땅히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어요.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어들 여지가 적은 것이죠. 이렇게 대체재가 많은 상품은 가격이 오를 때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반면 대체재가 적거나 없는 상품은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 않아요.

◇완벽한 대체재는 없다?

탄산음료가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탄산음료의 소비가 줄고 과일주스의 소비량이 늘었던 일이 있었어요. 탄산음료는 수요가 줄고 과일주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서로 대체재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과일주스가 탄산음료를 마실 때 누릴 수 있는 청량감을 채워주진 못합니다. 대체재라 하더라도 모두 같은 만족감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정도는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완전한 대체 관계에 놓인 두 상품을 현실에서 찾는 것은 쉽지 않아요. 굳이 꼽아보자면 10000원짜리 지폐 5장과 50000원짜리 지폐 1장은 서로 완전히 대체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요. 이렇게 제품이 가진 속성이 동일해 완벽히 대체가 가능한 상품을 완전 대체재(perfect substitute)라고 합니다.

사람들의 소득에 따라 대체재인 두 상품에 대한 수요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사람들은 소득이 높을수록 마가린과 버터 중 버터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때 버터는 상급재, 마가린은 하급재라고 합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에도 꿩과 닭을 대체재로 보는 동시에 꿩은 상급재, 닭은 하급재라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지요.

◇휘발유는 자동차의 보완재

대체재와 다르게 한 상품의 소비가 늘면 자연히 다른 상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어요. 샤프펜슬이 많이 팔리면 자연히 샤프심도 많이 팔리게 되고 자동차가 늘어나면 휘발유 소비량도 늘어납니다. 이렇게 같이 사용할 때 소비자의 만족감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한 상품의 수요가 늘어나면 같이 수요가 늘어나는 상품을 보완재라고 해요.

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상품의 가격 변화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관계도 있어요. 이 경우 두 상품은 서로 독립재(獨立財) 관계에 있다고 말합니다. 가령 소금과 쌀, 신발과 컵은 서로 수요·공급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서로 독립재 라고 할 수 있지요.

[콜라의 대체재로 개발된 환타]

1885년 남아메리카 페루의 코카 잎에서 추출한 코카와 아프리카의 콜라 너트에서 추출한 카페인을 섞어 만든 '코카콜라'가 개발되었어요. 코카콜라는 삽시간에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직전 독일은 미국 다음으로 코카콜라 소비량이 많은 나라가 되었답니다.

그런데 2차대전이 일어나고 미국과 독일이 싸우게 되자 미국은 독일로 콜라 원액 공급을 중단했어요. 이에 독일 코카콜라 지사장이었던 마르크스 카이트(Max Keith)는 코카콜라를 완벽하게 대체할 목적으로 새로운 음료수를 개발했답니다. 바로 주황빛을 띈 탄산음료 '환타(fanta)'예요. 환타는 물이 부족한 전쟁터에 나서는 독일 군인들에게도 공급되어 코카콜라와 물의 대체재로 소비되었지요.

하지만 코카콜라 회사가 환타를 인수한 이후 환타는 코카콜라의 대체재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코카콜라 회사가 콜라 가격을 올릴 때 환타의 가격도 함께 올리기 때문이죠.

심묘탁 ㈔청소년교육전략21 사무국장(경제교육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