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팔 뻗으면 주먹이 '휙'… 조종사가 타는 로봇 탄생!

입력 : 2017.01.11 03:13

[탑승형 로봇 '메소드2']

한국 중소기업이 만든 '메소드2'… 전 세계 인간형 로봇 중 가장 거대
조종석에 탄 조종사 동작 따라 손·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

일본 로봇은 바퀴 달렸지만 메소드2는 사람처럼 두 발로 걷죠

지난달 말 우리나라 IT 중소기업이 제작한 거대 로봇 '메소드2(METHOD-2)'가 공개되었어요. 높이 4m, 무게 1.6t에 사람이 직접 탑승해 조종할 수 있는 메소드2를 보고 많은 분이 감탄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어요.

메소드2는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고 두 팔의 움직임도 아주 자연스러워요. 사람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가슴에 위치한 조종석에 탑승해 스틱형 조종기를 조작하면 조종사의 동작에 따라 손과 팔이 마치 사람처럼 움직여요. 영화 '아바타', '리얼스틸'에 등장했던 탑승형 조종 로봇이 현실에 나타난 것이죠.

[재미있는 과학] 팔 뻗으면 주먹이 '휙'… 조종사가 타는 로봇 탄생!
/그래픽=안병현
메소드2의 디자인은 유명 PC게임 '스타크래프트(starcraft)' 그래픽을 맡은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비탈리 불가로프가 맡았어요. 제작비용만 약 300억원이 들어갔답니다. 그만큼 '메소드2'는 다른 로봇이 넘지 못한 여러 기술적 난관을 이겨냈다는 평가도 있어요.

◇최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한 '두 발로 걷기'

탑승형 로봇은 메소드2 이전에도 만들어졌어요. 2006년 일본 'P.A테크놀로지'사와 '사카키바라 키카이'사가 탑승형 로봇인 '랜드워커'를 선보였지요. 조종석 옆에 장착된 총에서 스펀지 총알을 발사하고 마치 두 다리로 걷는 듯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발바닥에 붙은 바퀴를 이용해 발을 옮기지요. 2012년 일본에서 개발된 탑승형 로봇 '쿠라타스'는 시속 10㎞로 움직일 수 있고 랜드워커와 달리 두 팔을 가지고 있어요. 대신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지 않고 4개의 다리에 바퀴가 달려 있습니다. 로봇보다 자동차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두 로봇에 바퀴가 달린 이유는 로봇이 균형을 유지하며 사람처럼 걷도록 하는 게 아주 어렵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걷다가 넘어질 것 같으면 두 다리를 재빨리 움직여 몸의 균형을 잡거나 본능적으로 땅에 손을 짚어 충격을 줄이지요? 현재 기술로는 이런 균형 감각을 가진 로봇을 만들기가 아주 어렵답니다. 무리하게 두 발로 걷게 하였다가 로봇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탑승석에 있는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값비싼 로봇 장비가 망가질 수 있어요.

메소드2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바퀴가 없는 두 발로 마치 사람처럼 걸을 수 있답니다. 보폭 60㎝로 걸어 시속 2.2㎞로 이동하고, 뒤로도 걸을 수 있어요. 메소드2에는 한국 최초의 두 발로 걷는 로봇 '휴보(HUBO)'의 기술이 활용되었어요. 걸을 때 사방에서 가해지는 충격을 감지해 거기에 맞추어 상체를 비트는 동작을 하며 균형을 맞춥니다. 무게중심과 경사도, 속도의 변화를 감지하는 여러 센서도 탑재되어 있어 무게중심이 바뀌어도 잘 넘어지지 않지요. 이런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점에서 메소드2는 기존의 탑승형 로봇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가 절실한 거대로봇

메소드2는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휴먼노이드) 중에서 덩치가 세계에서 가장 커요. 이전에 만들어진 인간형 로봇은 높이가 대부분 1~2m지만 메소드2 의 높이는 무려 4m에 달해요.

로봇의 키를 2배로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가령 몸길이가 150㎝, 무게가 50㎏인 동물의 몸길이가 10배 늘어났다고 가정해봅시다. 몸길이가 10배로 늘어나면 몸의 크기(면적)는 약 100배(가로 10배×세로 10배) 늘어나고, 덩치(무게)는 1000배(가로 10배×세로 10배×높이 10배) 커져요. 이 동물의 몸길이가 15m가 되면 몸무게는 무려 50t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근육의 힘은 무게가 아닌 면적에 따라 늘어나요. 몸길이가 10배 늘어나면 근육의 힘은 100배 정도 커지지만, 몸무게는 1000배 늘기 때문에 몸무게 대비 근육의 힘은 이전보다 오히려 10분의 1로 줄어들게 됩니다. 덩치가 아주 작은 벼룩이 자기 키의 60배 이상을 뛰어오르는 반면 사람은 그럴 수 없는 것도 덩치가 커질수록 몸무게에 대비한 힘은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로봇의 크기를 키우려면 로봇의 무게를 줄이는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소형 로봇에 사용되는 소재보다 더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소재로 골격과 부품의 무게를 줄여야 하는 것이죠. 메소드2가 영화 속 거대 로봇처럼 자유자재로 강한 힘을 발휘하려면 나노 기술을 이용한 최첨단 소재를 통해 지금보다 더 가벼워져야 한답니다.

현재 메소드2는 등에 배터리팩을 달고 1시간 정도 움직일 수 있고, 평평한 곳만 걸을 수 있어요. 배터리 유지 시간이 늘어나고 울퉁불퉁한 길도 걸을 수 있게 된다면 지진이나 건물 붕괴 사고 등 대형 재난 사고에서 구조 활동을 펼치게 될 거예요. 초고층 건물이나 터널을 뚫는 건설 현장에도 투입될 수 있고요.

[로봇 조종석, 왜 가슴에 있을까?]

탑승형 로봇인 랜드워커, 쿠라타스, 메소드2는 모두 조종석이 가슴 부위에 있어요. 조종석은 왜 머리가 아닌 가슴 부위에 있는 걸까요?

거대한 로봇일수록 팔과 다리를 움직일 때 몸의 균형을 잡기 어려워요. 메소드2가 앞으로 주먹을 내지르면 '휙'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데 주먹 하나의 무게만 130㎏에 달합니다. 이렇게 묵직한 주먹을 움직이면 로봇의 몸체에는 그만큼 강한 반발력이 발생하지요.

이 반발력을 최대한 줄이려면 발전기와 모터 같은 무거운 부품이 가슴이나 복부에 있어야 안정적이랍니다. 조종석을 가슴 부위에 놓으면 무게가 더해져 반발력을 줄여주고 탑승자에게 더 안정감을 줄 수 있어요.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