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석유·가스 품은 퇴적암, 세계경제 흔들다

입력 : 2017.01.06 03:08

[셰일(Shale)혁명]

셰일층에서 뽑는 가스·원유, 2000년대 초 석유 가격 치솟자
채굴 기술 뛰어난 미국이 생산 늘려
석유 수출 의존하던 산유국들 유가 낮춰 대응하다 수익 줄어
우리나라 기업도 울고 웃었어요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원유(原油·땅속에서 뽑아내어 정제하지 않은 그대로의 기름)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한 데 이어 OPEC에 가입하지 않은 11개 산유국(産油國·영토 및 영해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나라)도 원유 생산량을 줄이는 데 동참하기로 했어요. 지난 2014년부터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늘리면서 원유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 선에서 20달러 선까지 떨어졌어요. 이로 인해 산유국들은 큰 경제적 손해를 입었지요. 이번 합의는 더 이상 손해를 감당하기 어려운 산유국들이 원유 가격을 다시 높이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거예요. 그러자 유가도 50달러 선을 회복하였지요.

산유국들은 유가 하락으로 큰 손해를 볼 게 뻔했는데도 왜 원유 생산량을 늘렸던 것일까요? 바로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Shale)혁명'을 막기 위해서였어요. 원유 가격이 높아지자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이 대거 생산되면서 산유국들의 수익을 빼앗아갔답니다. 이에 산유국들은 셰일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원유 가격을 낮춰버린 것이죠.

'에너지 혁명'으로 불리는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은 이렇게 세계경제를 흔드는 중요한 에너지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오늘은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이 무엇이고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도록 해요.

채굴 가능한 셰일오일, 가스 매장량 그래프
그래픽=김란희

Q: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은 무엇인가요?

A: 셰일(shale)은 입자 크기가 작은 모래나 진흙이 오랜 세월 단단하게 뭉쳐져 형성된 퇴적암입니다. 여기에는 흔치 않게 탄화수소가 풍부한 천연가스나 석유가 포함되어 있어요. 셰일가스(shale gas)는 이 퇴적암층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를 뜻합니다. 셰일오일(shale oil)은 이 퇴적암층에 갇혀 있던 원유를 뜻하고요. 기존의 천연가스·원유와 성분 차이가 거의 없답니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은 약 200년 전에 발견되었어요. 하지만 일반적인 유전·가스전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어 채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지요. 채굴 기술이 개발된 뒤에도 그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자원으로 여겨졌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원유 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셰일가스나 셰일오일을 채굴할 경우 수익이 발생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특히 미국에서 값싸고 손쉽게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채굴할 방법이 개발되면서 셰일 산업이 빠르게 발전했답니다. 덕분에 미국은 현재 천연가스 세계 1위 생산국이 되었고요.

Q: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A: 현재 확인된 셰일가스의 매장량은 기존 천연가스 매장량의 약 3분의 1에 달합니다. 전 세계가 6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지요. 셰일가스가 공급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어요. 그만큼 천연가스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들은 경제적 혜택을 본 것이죠.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셰일오일은 약 4200억배럴 정도가 매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막대한 매장량을 가진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이 공급되면서 산유국들은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어요. 예전처럼 산유국끼리 원유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량을 무리하게 늘려서라도 원유 가격을 낮춰 셰일 산업이 성장하는 것을 막으려 했어요.

하지만 국제 유가가 낮아지자 원유 수출에 의존하던 산유국들도 큰 손실을 입었답니다. 미국 셰일업계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산유국의 저유가 공세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셰일오일 생산 비용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요.

산유국들의 경제적 손실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경제적 손실을 입은 산유국들이 수입을 줄이면서 산유국에 수출을 많이 하던 우리나라 기업의 수익은 떨어졌어요. 반면 산유국과 셰일 생산국 간의 경쟁으로 저유가가 유지되면서 석유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은 이득을 봤지요.

Q: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장단점은?

A: 셰일가스는 석유 자원 고갈로 빚어질지 모를 오일 쇼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요. 산유국이 밀집된 중동에서 분쟁이나 정치적 불안이 생기면 국제 유가가 크게 상승해 세계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했는데, 셰일오일과 셰일가스의 생산이 늘어나면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하지만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채굴로 지하수가 심각하게 오염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또 셰일가스가 천연가스보다 메탄이나 이산화탄소를 많이 발생시켜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킨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석탄·석유와 신재생에너지

석유가 널리 쓰이기 전에는 석탄이 많이 사용됐어요. 18~19세기 산업혁명으로 제철업과 증기기관이 발달한 영국에서 석탄을 대량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답니다. 1800년 1100만t이던 영국의 연 석탄 소비량은 1870년에 1억1000만t으로 70년 만에 10배로 늘어났어요.

석탄을 대신하게 된 석유는 1859년 미국의 대부호 록펠러가 유전을 발견한 뒤 가솔린 자동차가 대량생산되면서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났어요. 오늘날에도 석유는 현대문명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자원입니다.

최근에는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셰일가스·셰일오일과 신재생에너지가 주목을 받고 있어요. 독일이나 스웨덴 등 유럽에서는 고갈되지 않고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의 활용 비율이 이미 10%를 넘나들고 있답니다.

천규승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