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아랍의 봄' 이후 6년째 내전… 난민 1000만명 발생

입력 : 2017.01.05 03:12

[시리아의 비극]

2011년 민주화 시위에서 전쟁 시작… 러시아·미국·터키 등도 개입
IS 침공에 쿠르드족은 민병대 꾸려… 대규모 난민 발생해 유럽도 혼란

지난달 30일 휴전협정 체결했지만 교전 계속돼 불안한 상황이에요

6년간 시리아 내전을 벌인 정부군과 반군이 지난달 30일 휴전협정을 체결했어요.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시리아와 주변 지역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렸답니다. 수십만 명이 죽었고 1000만명 가까운 난민이 발생했어요. 그리스로 시리아 난민을 태우고 가던 배가 침몰해 터키 남서부의 한 해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세 살 아기 '쿠르디'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지요. 대체 시리아에서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걸까요?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잇는 요충지

시리아가 있는 지역은 예부터 전쟁이 끊이지 않았어요. 농사가 잘되고 지중해와 가까울 뿐 아니라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 여겨졌기 때문이죠.

내전으로 황폐해진 시리아 알레포에서 군인이 어린이들에게 주스를 나누어주고 있어요.
내전으로 황폐해진 시리아 알레포에서 군인이 어린이들에게 주스를 나누어주고 있어요. /AP 연합뉴스
오랫동안 튀르크족의 오스만제국에 속해 있던 시리아 지역에 아랍인의 나라가 세워진 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였어요. 1차 대전 당시 연합국은 아랍인들에게 "오스만제국이 무너지면 아랍인의 국가를 세우도록 돕겠다"고 약속했고, 아랍인들은 이 약속을 믿고 오스만제국에 맞서 봉기를 일으켰어요. 그 결과 1920년 시리아와 레바논, 팔레스타인, 요르단을 합친 지역에 '시리아 아랍 왕국'이 수립되었답니다.

하지만 시리아 아랍 왕국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1차 대전에 승리한 연합국 최고위원회가 시리아 아랍 왕국의 영토를 프랑스가 위임 통치하도록 결정했기 때문이죠. 왕국은 프랑스와 영국에 의해 갈기갈기 쪼개져 위임 통치를 받게 되었어요.

시리아는 겉으론 독립국이 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는 처지였어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6년 아랍연맹의 지지를 받고서야 실질적인 독립을 이룰 수 있었지요.

◇알아사드 정권의 등장

시리아
이후 시리아는 여러 번의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정치적 혼란이 이어졌어요. 혼란이 잦아든 건 1970년 바트당의 하페즈 알아사드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이후지요. 바트당은 민족주의와 세속주의를 지향했기에 대통령이 된 하페즈 알아사드 장군도 세속주의 정책을 취했답니다.

그러자 세속주의에 반대하는 수니파(이슬람 다수파)의 원리주의자들이 불만을 가지게 되었어요. 급기야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이 하페즈 알아사드를 암살하려 한 사건이 벌어졌답니다. 간신히 죽음을 면한 하페즈 알아사드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이 모여 살던 '하마'시를 공격해 사람들을 학살했어요.

민족주의와 세속주의를 내세운 하페즈 알아사드 정권은 이렇게 독재 정권이 되고 말았어요. 현재 시리아 대통령인 바샤르 알아사드도 하페즈 알아사드의 아들입니다. 2대째 독재정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죠.

◇'아랍의 봄'과 혼돈의 내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계기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민주화 운동이에요. 그해 3월 '데라'라는 도시에서 10대 소년들이 아랍 민주화 운동에서 사용된 구호를 벽에 썼다가 체포된 일이 벌어졌어요.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시리아 정부군은 실탄을 발사하고 탱크를 동원해 시위대를 잔혹하게 진압했답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알아사드 대통령과 집권층의 퇴진을 요구하며 무장을 하고 정부군과 맞서기 시작했어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것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내전의 양상은 복잡해졌어요. 수니파 국가인 터키·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반군을 지원하고 시아파의 맹주국인 이란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면서 내전이 이슬람 세계의 종파 분쟁으로 번진 것이죠. 러시아는 정부군을, 미국과 여러 서방국가는 반군을 지원했고요. 여기에 이라크에서 등장한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에 넘어와 세력을 넓혔고 쿠르드족이 민병대를 꾸려 반군과 이슬람국가에 대항하고 있답니다.

지난달에 체결된 휴전협정도 불안정한 상태예요. 2일(현지 시각) 반군 측은 "휴전협정 이후에도 정부군이 폭격과 공격을 계속하며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위반이 계속되면 앞으로 열릴 평화회담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휴전 후에도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이슬람국가 등은 휴전협정 대상에서 아예 빠진 상태입니다.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들이 터키와 유럽으로 넘어가면서 유럽 사회도 큰 혼란을 겪고 있고, 끔찍한 테러도 계속되고 있어요. 아무쪼록 이번 휴전협정을 계기로 시리아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될 방법이 나오길 바라봅니다.

[이슬람 원리주의와 세속주의]

이슬람 근본주의라고도 부르는 이슬람 원리주의는 '코란(Koran·이슬람교의 경전)의 가르침에 따라 원래의 이슬람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종교·정치 운동이에요. 이슬람 세계가 번영하려면 서양 문명을 거부하고 이슬람 교리에 따라 정치·사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슬람국가(IS)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가장 극단적으로 주장하는 세력이지요.

반면 세속주의는 종교가 정치·사회를 지배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슬람 세계는 세속주의와 원리주의 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요.

윤형덕 하늘고 역사 담당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