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이륙 땐 포탄처럼 발사… 착륙 땐 낚시하듯 잡아채요
'바다 위 공군기지' 항공모함
전투기 이륙 속도 높이기 위해 증기의 힘 이용하는 사출기 사용
갑판에 설치된 어레스팅 와이어
전투기 뒤쪽 고리에 걸고 당기면 3~4초 만에 멈춰 세울 수 있대요
항공모함은 수십대의 함재기(항공모함에서 운용하는 전투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초대형 전함으로 '바다 위의 도시'로 불리기도 합니다. 미국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길이 약 320m에 높이는 20~24층 건물과 같아요. 함재기가 뜨고 내리는 갑판의 넓이는 축구장 3배 크기고요. 5000~6000명이 탑승해 하루에 1500t의 물을 사용한다니 대단하죠?
이렇게 거대한 항공모함을 운영하고 함재기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착륙시키려면 과학의 힘이 꼭 필요하답니다. 항공모함에는 어떤 과학기술이 담겨 있을까요?
◇함재기의 속도를 높여주는 사출기
보통 비행기가 이륙하려면 긴 거리를 빠른 속도로 충분히 달려야 합니다. 최소 400~600m를 달려야 날개에 양력(공중으로 뜨게 하는 힘)이 가해져 비행기가 떠오르게 돼죠. 항공모함은 거대하지만 갑판의 길이가 400m를 넘지 못해요. 이륙하는 공간과 착륙하는 공간이 나뉘어져 있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함재기가 이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항공모함에서는 '사출기(catapult·캐터펄트)'라는 장치를 써요. 사출기는 쉽게 말하면 함재기를 태워 이륙에 필요한 속도를 더해주는 일종의 발사 장치입니다.
- ▲ 그래픽=안병현
초창기에 개발된 사출기는 화약이나 압축 공기의 힘으로 이동하는 썰매와 같은 장치에 함재기를 얹어 속도를 더해주는 기계였어요. 최근에는 증기의 힘을 이용한 증기식 사출기가 주로 사용되지요. 갑판에 홈을 파고 홈에 증기의 힘으로 고속 이동하는 피스톤 장치를 설치해 함재기와 연결합니다. 발사 버튼을 누르면 증기의 힘을 받은 피스톤이 고속으로 이동하며 함재기를 밀어 속도를 단시간에 높여줘요.
미국 주력 항공모함에 설치된 'C-13'이라는 증기식 사출기는 이런 방식으로 무게 35t의 함재기를 3~4초 만에 76m 정도 밀어내면서 속도를 시속 256㎞까지 끌어올려요. 무거운 무기를 실은 전투기도 사출기 덕분에 짧은 거리에도 충분한 양력을 얻어 이륙할 수 있는 것이죠.
최근에는 차세대 사출기로 전자기식 사출기가 개발되고 있어요. 항공모함 갑판 위에 전기가 통할 때 자석으로 변하는 전자석(電磁石)을 깔고 함재기를 띄울 때 전자석에 전류를 흘려 보냅니다. 그럼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자석의 힘으로 함재기를 밀어 공중으로 띄우는 것이죠. 이 방식을 쓰면 증기식 사출기에 필요한 거대한 보일러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에 항공모함을 더 가볍게 꾸릴 수 있고, 소음과 진동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어요.
◇낚시하듯 쇠줄로 잡아당겨 착륙
함재기는 항공모함에 착륙할 때도 시속 200㎞의 빠른 속도로 날아옵니다. 항공모함에는 빠르게 날아온 함재기가 짧은 거리에서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지요. 바로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입니다.
어레스팅 와이어는 함재기가 착륙하는 갑판에 가로로 놓여 있는 3~4개의 쇠줄로 갑판 아래 제동 엔진과 연결되어 있어요. 함재기는 일반 전투기와 달리 꼬리 부분에 '어레스팅 후크(arresting hook)'라는 고리가 달려 있는데, 착륙할 때 이 고리에 어레스팅 와이어가 걸리게 됩니다.
고리가 걸리는 순간 제동 엔진이 작동하면서 어레스팅 와이어를 잡아당겨 함재기의 속도를 늦춰요. 이때 너무 강하게 잡아당기면 함재기가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레스팅 와이어가 적당히 풀릴 정도로 잡아당기죠. 마치 낚시를 하듯 쇠줄로 함재기를 살살 낚아채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3~4초 만에 함재기는 안전하게 멈춰 설 수 있답니다.
어레스팅 와이어는 100번 정도 사용하면 새것으로 교체해야 해요. 줄이 끊어지면 함재기가 멈추지 못해 큰 사고가 나기 때문이죠. 실제로 2003년 9월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에서 함재기가 착륙한 뒤 어레스팅 와이어가 끊어지는 일이 있었어요. 속도가 줄지 않은 함재기가 항공모함 갑판을 넘어가 바다로 추락했고 함재기에 딸려간 쇠줄에 갑판 위에 있던 선원들이 부딪혀 크게 다쳤지요.
이렇듯 항공모함을 안전하게 운영하려면 복잡한 과학기술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합니다. 9만~10만t을 싣는 항공모함은 제작에만 5조~8조원이 들어가고 운영 비용도 연간 5000억원이 넘어요. 그래서 항공모함을 보유한 나라도 미국·러시아·중국 등 10개국 정도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도 도입을 검토한 바 있지만 예산 등 여러 제약으로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요.
☞랴오닝함의 스키점프식 이륙
사출기는 함재기를 빨리 띄울 수 있고 무기를 많이 실을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공장 하나 크기의 대형 설비가 필요하고 운영 비용도 많이 들어요.
그래서 미국·프랑스·브라질 외 나라들은 스키점프 방식을 사용합니다. 랴오닝함도 이 방식을 이용해요. 갑판 끝을 스키점프 점프대처럼 위로 경사지게 한 뒤 함재기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 이 경사를 올라타고 이륙합니다. 이런 방식은 함재기의 연료가 많이 소모되고 무기를 많이 실을 수 없는 단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