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배 침몰 걱정한 상인들이 미리 돈 모았대요

입력 : 2016.12.30 03:09

[보험]

14~15세기 이탈리아 무역 상인들, 상선 침몰 걱정해 해상보험 만들어
치료비 보장해주는 실손의료보험, 도덕적 해이 탓에 보험료 계속 올라… 내년부터 형평성 맞게 개선된대요

최근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실손의료보험제도의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했어요. 실손의료보험은 병에 걸리거나 다친 사람이 병원에서 실제로 낸 치료비 중 일정 부분을 보장해주고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여러 치료·검사에 드는 돈을 보장해주는 보험이에요. 가입자가 3296만명(2016년 6월 기준)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아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의‘강풍 속의 네덜란드 선박’이라는 작품이에요.
오늘날과 같은 보험은 14~15세기 해상무역이 발달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에서 해상보험의 형태로 처음 등장했어요. 해상보험이 발달하면서 유럽에서는 해상무역과 신대륙 무역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답니다. 그림은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의‘강풍 속의 네덜란드 선박’이라는 작품이에요. /조선일보 DB
오늘은 보험이 무엇이고 실손의료보험제도를 개선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도록 해요.

Q: 보험이 무엇인가요?

A: 사람은 사망, 질병, 장해, 화재, 자동차 사고 등 예측할 수 없는 일을 겪을 수 있어요. 이런 일이 발생하면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답니다.

보험은 이렇게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이 실제로 발생할 때 입게 되는 경제적 손해를 미리 대비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하나의 위험에 대해 미리 조금씩 돈을 내어 준비금을 마련해 두었다가 실제로 그 위험이 닥친 사람에게 보험금을 주어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상호부조(相互扶助·공동생활에서 개인들끼리 서로 돕는 일) 성격의 경제 제도지요.

오늘날과 같은 보험이 시작된 곳은 14~15세기 해상무역이 발달했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입니다. 배가 침몰하면 큰 손실을 봤던 상인들은 금융업자에게 무역을 할 때마다 수수료를 주어 꾸준한 수익을 주는 대신 배가 침몰했을 때에는 금융업자가 대신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거래를 시작했답니다. 이렇게 해상보험이 발전한 이후에는 여러 위험에 대비하는 여러 종류의 보험이 등장하게 되었지요.

보험에 가입하면 평소에 적은 돈을 지불해도 사고를 당했을 때 큰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걱정을 줄이고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해 나갈 수 있게 되죠. 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는 매우 큰 자본이 되어 투자에 활용할 수 있어요. 보험사들은 사고를 당한 가입자에게 지불할 현금을 두고 나머지 돈은 대출이나 주식 투자 등으로 운용하여 돈을 불려나가지요.

Q: 보험은 어떤 종류가 있나요?

A: 보험은 보험을 운영하는 주체에 따라 사회보험과 민영보험으로 나눌 수 있어요. 사회보험은 국가가 법을 통해 국민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제도로 질병·사망·노령·실업 등의 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해요. 연금보험,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이 사회보험에 속합니다.

민영보험은 민간 보험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크게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 나눌 수 있어요. 생명보험은 부상·사망 또는 퇴직 후 노후연금 등으로 보상을 받기 위한 보험이고, 손해보험은 교통사고나 화재, 도난, 자연재해 같은 불의의 사고로 생기는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입니다.

Q: 보험료와 보험금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A: 보험금이나 보험료율은 사고가 발생할 확률에 따라 결정됩니다. 보험사는 통계학과 수학, 경제학 등의 힘을 빌려 일정 기간 같은 위험에 있는 사람 중에 실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얼마나 나타나는지 분석해요. 보통 실제 피해를 입는 사람의 비율은 일정하게 나타난답니다. 동전을 여러 번 던지면 앞면이 나오는 경우가 절반 정도에 가까워질 거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지요. 이 비율을 바탕으로 보험사는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을 구제하는 데 필요한 돈과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얼마의 돈을 내야 하는지 계산해 보험료와 보험금을 정해요.

그런데 이 계산이 늘 정확히 들어맞는 건 아니랍니다. 계산이 잘못되면 보험사는 손해를 입기 때문에 계산을 다시 바꾸고 보험료도 올리게 되지요. 실손의료보험도 기존에 보험사가 예측한 것과 달리 보험금을 많이 받은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60%를 타가는 문제 등이 나타나 보험사의 손해가 늘어났고, 그만큼 보험료가 인상되어 선의의 가입자들이 피해를 입었어요.

Q: 실손의료보험제도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A: 실손의료보험은 보장해주는 위험의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가입자 중에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비싼 치료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일부 병원에서는 이런 비싼 치료를 환자에게 부추겨 수익을 더 내려 했고요. 그 결과 보험사들의 손해가 커지고 보험료가 인상되었던 것이죠.

내년부터는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요 원인이 된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 검사 등 5가지 진료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추가로 더 내야 보장을 받을 수 있는 특약(特約)으로 분리됩니다. 보험금을 2년간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는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인센티브도 제공해 가입자 간의 형평성도 맞춘다고 해요.

[보험과 도덕적 해이]

18세기부터 보험이 산업 형태로 발전하고 가입자가 늘어나자 화재보험에 가입한 뒤 일부러 불을 내어 보험금을 타는 일들이 나타났어요. 19세기 말 영국 보험 회사들은 이런 부도덕한 보험 가입자의 행동을 '모럴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라고 불렀답니다.

1960년대 이후 도덕적 해이는 위험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위험이 발생해 생긴 피해를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지면서 생기는 비효율을 뜻합니다. 실손보험제도를 개선하게 된 것도 일부 가입자와 병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것이죠.


심묘탁 ㈔청소년교육전략21 사무국장(경제교육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