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향수 재료 만들지만… 엄청난 먹성으로 생태계 파괴해요
입력 : 2016.12.29 03:09
사향쥐
사향(麝香)은 사향노루의 사향샘을 말려서 얻는 향료로 어두운 갈색 가루 형태에 강한 향을 갖고 있답니다. 향수의 향을 오래 지속시키는 효과가 있어 향수의 재료나 각성제 등 약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하죠. 사향쥐는 멸종 위기에 몰린 사향노루를 대신해 사향을 만들어내요. 몸길이는 70㎝, 몸무게는 2㎏까지 나갈 정도로 덩치가 큰 쥐랍니다.
과거에는 사향쥐의 털가죽으로 외투를 많이 만들었어요. 멕시코 북부에서 캐나다까지 퍼져 살았는데 20세기 초 유럽과 아시아, 남미에서 모피 생산을 위해 사향쥐를 들여와 키우기 시작했지요. 우리나라도 사향 생산을 위해 2005년 마리당 100만원에 사향쥐를 농가에 분양해 이미 1만마리를 넘었답니다.
- ▲ 국내 한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사향쥐의 모습이에요. /오종찬 기자
사향쥐는 농작물을 훔쳐 먹어 농부들의 속을 썩이기도 하고 곤충과 달팽이, 개구리와 작은 물고기까지 사냥해 먹어요. 사향쥐가 늘면 멀쩡한 습지가 없어지고 사향쥐가 줄어들면 습지가 다시 생겨나기도 합니다. 사향쥐는 육식동물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사향쥐가 늘면 담비와 수달, 여우나 부엉이 같은 육식동물의 수도 늘어나 생태계에 교란이 일어나지요.
사향쥐는 1년에 다섯 번, 한 번에 새끼 5~10마리를 낳아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특징이 있어요. 보통 3~4년을 사는데 10년 넘게 사는 녀석도 있어요. 사향쥐 새끼는 태어난 직후엔 약 20g의 몸무게에 눈도 잘 뜨지 못하지만 한 달 만에 부모로부터 독립할 만큼 빨리 자라지요.
사향쥐의 앞발에는 발가락 네 개가 있는데 발톱이 길고 뾰족해 포클레인처럼 척척 굴을 파들어가요. 뒷발에는 발가락이 다섯 개 있는데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크고 넓어 수영하기에 아주 좋지요. 노처럼 납작하고 긴 꼬리를 키처럼 돌려 방향을 바꾸는데 앞뒤로도 헤엄을 칠 수 있답니다. 물속에서 20분 정도 수영을 하며 먹이 사냥을 하니 제주 해녀도 울고 갈 실력이지요. 수영할 때는 귀가 닫혀 물이 들어가지 않는답니다.
우리나라는 저수지나 연못에 흙으로 제방을 만든 곳이 많아요. 이런 곳에 사향쥐가 퍼지게 되면 제방이 무너지거나 일대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가뜩이나 적은 습지도 더 줄어들지 몰라요. 조그마한 사향쥐의 눈을 보면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사향쥐가 사육장을 탈출하거나 무단 방류되는 것을 막고 야생으로 탈출한 사향쥐를 잡는 일은 우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