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엄마가 되기 위해 닭장을 탈출한 '잎싹'

입력 : 2016.12.16 03:10

'마당을 나온 암탉'

지난 1일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신임 대법원장으로 연방 대법관인 수전 키펠(62)을 임명했어요. 1903년 호주 대법원이 출범한 이후 여성 대법원장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랍니다. 키펠은 독특한 이력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어요. 키펠은 고교 1학년 때 학교를 중퇴한 뒤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공부를 해 21세의 나이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답니다.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요. 법조인이 된 이후에도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기도 했지만, 끝없는 노력으로 실력을 쌓아 대법원장에 오르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된 '마당을 나온 암탉'의 한 장면이에요.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된 '마당을 나온 암탉'의 한 장면이에요. 엄마가 되고 싶었던 암탉‘잎싹’이 품은 알에서 청둥오리인‘초록머리’가 깨어났어요. /명필름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인공 잎싹도 키펠과 비슷한 면이 많아요. 양계장 철망에 갇혀 알을 낳던 암탉 잎싹은 다른 암탉과 다르게 '알을 품어 병아리를 낳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었답니다. 엄마가 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로 결심한 잎싹은 그날부터 주인이 주는 모이와 물을 받아먹지 않아요. 빌빌거리는 암탉은 주인이 양계장 밖 구덩이에 버린다는 걸 역이용해 양계장 밖으로 빠져나가려 한 거예요.

모이를 먹지 않아 점점 말라가던 잎싹은 드디어 병든 닭들과 함께 구덩이에 버려져 닭장을 나올 수 있었어요. 하지만 사나운 족제비를 만나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겪고 다른 동물들에게 냉대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잎싹은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닭장으로 돌아가지 않아요.

그러던 중 주인 잃은 알을 발견한 잎싹은 이 알을 소중히 품기 시작했어요. 며칠 뒤 알에서는 귀여운 아기 오리가 태어났답니다. 잎싹은 아기 오리에게 '초록머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어요. 아기 오리를 키우는 잎싹을 향해 족제비의 위협과 동물들의 비웃음이 이어지지만, 엄마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룬 잎싹은 오히려 더 강인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요.

잎싹의 보살핌을 받은 초록머리는 마침내 멋진 청둥오리로 성장해 다른 청둥오리 무리와 함께 먼 길을 떠나기로 합니다. 곱게 키운 초록머리를 떠나보내는 잎싹은 슬픔과 쓸쓸함을 느끼지만, 그보다 엄마로서 초록머리를 잘 키워냈다는 뿌듯함과 행복감을 더 크게 느껴요.

애초에 엄마가 되겠다는 꿈을 품지 않았다면 잎싹의 삶은 더 편했을지도 몰라요. 주인이 주는 물과 모이를 받아먹으며 알을 낳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꿈을 위해 닭장을 빠져나온 잎싹은 힘든 고비를 넘기고 초록머리를 길러내어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삶을 살 수 있었지요. 잎싹과 키펠의 이야기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노력과 인내를 통해 시련을 이겨내면 우리의 삶은 그만큼 더 특별해질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답니다.



김마리아 한우리독서토론논술 객원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