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끝없는 물가 상승… 가방에 돈다발 넣어 장 보러 간대요

입력 : 2016.12.16 09:42 | 수정 : 2016.12.20 11:06

[베네수엘라 하이퍼인플레이션]

베네수엘라, 유가 떨어져 경제 악화
부족한 재정 채우려 돈 마구 발행… 통제 못 할 정도로 물가 치솟아

물가 계속 오르는 인플레이션, 소비·수출에 나쁜 영향 줘요

최근 베네수엘라에서는 물가가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국민이 큰 고통을 받고 있어요. 연 500%로 물가가 뛰어오른 탓에 사람들이 장을 보거나 외식을 하려면 지갑 대신 배낭에 돈다발을 넣어 가야 하고, 상인들은 돈을 세지 않고 돈다발 무게를 저울로 재어 값을 치르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콜롬비아에 생필품을 사러 온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베네수엘라 화폐를 콜롬비아 화폐로 교환하는 모습이에요. 최근 베네수엘라는 물가 폭등과 생필품 부족으로 많은 사람이 인근 국가로 넘어가 생필품을 구하고 있어요.
콜롬비아에 생필품을 사러 온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베네수엘라 화폐를 콜롬비아 화폐로 교환하는 모습이에요. 최근 베네수엘라는 물가 폭등과 생필품 부족으로 많은 사람이 인근 국가로 넘어가 생필품을 구하고 있어요. /Getty Images 이매진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이 2000%를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쉽게 말해 현재 1만원에 파는 물건이 내년에는 20만원이 되어 있는 거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걸까요?

Q: 물가 상승이 무엇인가요?

A: 물가(物價)란 여러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종합해 평균을 낸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거래되는 제품들의 가격이 대략 어느 정도 되는지를 알려주는 개념이지요. 물가 상승은 곧 여러 제품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것을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해요. 반대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은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합니다.

Q: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A: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어요. 소득이 늘어나면 사람들은 평소에 사지 못했던 물건을 사려고 할 거예요.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평소보다 많아졌는데 물건을 파는 양은 그만큼 빠르게 늘어나지 않으면 물건이 평소보다 더 귀해지겠죠?

그럼 물건을 사는 사람은 돈을 더 내서라도 물건을 사려고 하고, 물건을 파는 사람은 더 비싼 가격을 매기게 됩니다. 이를 수요 인플레이션이라고 해요.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이 올라도 물가가 오릅니다. 가령 수입 목재의 가격이 오르면 수입 목재로 가구를 만드는 기업들은 그만큼 가구의 가격을 올려서 팔게 될 거예요. 이런 현상을 비용 인플레이션이라고 하지요.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많이 풀어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어요. 시중에 돈이 많아지면 그만큼 돈의 가치는 떨어지겠죠? 그럼 상인들은 같은 물건을 팔아도 전보다 더 많은 돈을 받으려고 할 거예요.

Q: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A: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의 형편이 어려워집니다. 물가가 오른 만큼 월급이 오르지 않으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인플레이션은 수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물가가 오르면 수출을 하는 상품의 가격도 비싸져 이전만큼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죠. 반대로 물가가 오르면 값이 저렴한 수입품을 찾는 사람은 늘어나지요. 결과적으로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득을 보는 사람도 있어요. 빚을 진 사람들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지만 빌린 돈의 액수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돈을 갚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져요. 그만큼 돈을 빌려준 사람은 손해를 본다고 할 수 있지요.

Q: 베네수엘라에서는 왜 물가가 많이 오르는 건가요?


A: 물가가 정부나 시장의 통제를 벗어나 급격하게 오르는 현상을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초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한 달 사이 물가가 50% 이상 오르거나 ▲50일마다 물가가 2배 올랐을 때 ▲1년 새 물가가 100배 이상 올랐을 때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고 말해요.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이 너무 많은 화폐를 발행하거나 상품에 대한 수요에 비해 상품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할 때 나타납니다.

베네수엘라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나타나게 된 원인은 유가 하락입니다.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석유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요. 수출의 약 95%를 석유 산업이 차지할 정도지요.

석유 가격이 높을 때에는 정부가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등 대대적인 복지 정책을 펼칠 정도로 살림이 넉넉했어요. 하지만 유가가 떨어지자 기업들의 수익도 그만큼 떨어졌고, 정부가 걷는 세금도 급격히 줄어들었어요.

저유가로 정부 재정이 어려워지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부족한 재정을 중앙은행에서 찍어낸 돈으로 충당했어요. 그 결과 시장에 너무 많은 돈이 풀리면서 돈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나타난 겁니다. 생필품을 수입에만 의존하던 산업 구조도 이런 현상을 더 부추겼고요. 이렇게 정부가 물가와 경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스태그플레이션]

보통 경기가 좋으면 소득이 늘어나고 물가가 올라요. 반대로 경기가 침체되면 소비가 줄고 물가가 내려갑니다. 그런데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해요.

가령 유가나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품 생산 비용이 늘어나 제품의 가격도 오릅니다. 그럼 물가가 오르고 소비는 줄어 기업의 수익이 떨어지죠. 이런 현상을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고 합니다.

♣ 바로잡습니다
▲15일자 경제 이야기 중 '내년에는 2000만원'을 '내년에는 약 20만원'으로 바로잡습니다.
심묘탁 ㈔청소년교육전략21 사무국장(경제교육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