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천둥·번개 치고 비 내리자… 사람들 '콜록콜록'

입력 : 2016.12.07 03:15

[뇌우천식]

호주 멜버른에 천둥 치며 비 내리자 천식 환자 8000여 명 발생

소나기구름에 빨려 올라간 꽃가루
구름 떠다니다 번개 치고 비 올 때 미세 입자로 쪼개져 기관지에 침투
미세 먼지처럼 폐 질환 일으키는 듯

지난달 21일 호주 빅토리아주(州) 멜버른시 일대에서는 늦은 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린 뒤 심한 기침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대거 발생하는 일이 있었어요. 일대 주민 약 8000명이 천식 증상을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몇몇 사람은 목숨을 잃기도 했답니다. 이런 현상을 뇌우천식이라고 해요.

뇌우천식은 세계 곳곳에서 드물게 나타나고 있답니다. 지난 1994년 6월 영국 런던에서도 뇌우(雷雨·thunderstorm)가 내린 뒤 640여 명이 천식 증상을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지요.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리는데 왜 사람들이 천식을 앓는 것일까요?

[재미있는 과학] 천둥·번개 치고 비 내리자… 사람들 '콜록콜록'
/그래픽=안병현
Q: 뇌우가 무엇인가요?

A: 뇌우는 소위 '소나기구름'이라고 말하는 적란운이 만들어지면서 강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공기는 온도가 올라가면 위로 떠오르고, 온도가 내려가면 아래로 가라앉는 성질이 있어요. 일상에서도 따뜻한 공기는 서서히 떠오르고 다시 온도가 내려간 공기는 서서히 가라앉는 공기의 대류(對流)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요.

그런데 지상에 있는 공기가 뜨거운 햇볕을 받아 갑자기 온도가 급격히 올라갈 때가 있어요. 그럼 이 공기는 주변의 공기를 밀어내고 빠른 속도로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를 상승기류라고 해요.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떨어지다가 수증기가 물로 변하는 '이슬점'에 도달하면 물방울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수증기는 물이 되면서 주위에 잠열(潛熱)이라는 에너지를 배출해요. 잠열은 주변에 있는 다른 공기의 온도를 높이고, 온도가 올라간 공기는 다시 차가워진 공기보다 위로 올라가려고 합니다. 이렇게 수증기가 물방울이 되고 잠열이 배출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상승기류를 따라 적란운이 만들어지게 되죠.

적란운에서 만들어진 물방울은 점점 크기가 커지다 어느 순간 땅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이게 바로 뇌우예요. 뇌우가 내릴 때에는 하강기류가 발달하고 강한 천둥·번개를 동반합니다. 세찬 돌풍이 불기도 하고요.

Q: 뇌우와 천식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요?

A: 천식은 호흡곤란과 기침, 거친 숨소리 등의 증상이 반복해서 발작처럼 나타나는 병이에요. 폐 속 기관지가 알레르기에 의해 아주 예민해지고 기관지가 좁아지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요. 기관지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요인은 미세 먼지나 꽃가루, 황사, 스트레스 등 다양합니다.

뇌우천식은 아직 그 정확한 원인과 과정이 밝혀지지 않았어요. 다만 과학자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뇌우가 천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적란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지상에 있는 꽃가루가 휘말려 올라간 경우예요. 공기층이 불안정해지고 상승기류가 형성되면 지상에 있던 꽃가루가 기류를 타고 하늘로 빨려 올라가기도 해요. 이렇게 적란운에 떠다니던 꽃가루가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리는 과정에서 미세 입자로 나누어지고, 이 입자들이 하강기류를 타고 내려와 사람들의 기관지에 침투해 천식을 일으킨다는 것이죠. 호주 멜버른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건조한 날씨에 1㎥당 평균 910개였던 꽃가루 미세 입자가 뇌우가 나타난 뒤에는 1㎥당 5만4000개로 60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번개에 의해 나무에 맺힌 꽃망울이 터지는 현상입니다. 뇌우로 인해 지상에 번개가 치면 그 주변은 순간적으로 기압이 상승해요. 이 압력으로 꽃가루를 머금은 꽃망울이 터지면서 사방으로 흩어진 꽃가루가 천식을 일으킨다는 것이죠.

Q: 뇌우천식은 천식 환자에게만 위험한 건가요?

A: 뇌우천식은 1987년 호주 멜버른에서 처음 관찰된 이후 최근까지 알레르기질환이나 천식을 앓는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답니다. 그런데 지난달 멜버른에서 뇌우천식이 나타난 환자의 3분의 1은 알레르기나 천식을 전혀 앓은 적이 없었다고 해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죠.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꽃가루 미세 입자가 미세 먼지와 같은 방식으로 기관지와 폐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Q: 우리나라에서도 뇌우천식이 나타날 수 있나요?

A: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지만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뇌우천식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뇌우천식이 나타난 지역처럼 꽃가루가 많은 봄철에 강한 번개가 내려치는 뇌우가 나타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심해져 봄 기온이 높아지고 공기층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잦아지면 뇌우천식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잠열(潛熱)이란?]

액체인 물을 차갑게 얼리면 고체인 얼음이 되고, 물을 뜨겁게 가열하면 수증기라는 기체가 됩니다. 이렇게 어떤 물질의 상태가 기체와 액체, 액체와 고체 사이에서 변화할 때 그 물질은 주변에서 열을 흡수하거나 주변으로 열을 내보내는데, 이 열을 잠열이라고 해요.

보통 액체 상태인 물질이 기체가 될 때는 주변에서 잠열을 흡수하고, 기체가 액체가 될 때에는 주변으로 잠열을 내보낸답니다.

다칠 때 바르는 알코올 소독제가 피부에 닿으면 차갑게 느껴지는 것도 액체 상태인 알코올이 기체로 변하면서 피부로부터 잠열을 빼앗기 때문이에요.

이희나 EBS 화학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