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무역 장벽 쌓겠다"는 트럼프… 세계에 미칠 영향은?

입력 : 2016.11.25 03:10

[보호무역주의]

자유무역과 달리 정부가 무역 간섭… 제품 수입 막거나 높은 세금 부과
단기적으론 특정 기업·근로자 이익… 결국엔 무역량 줄어 경기 '휘청'
세계 경제까지 어려워질 수 있대요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국이 앞으로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요. 미국이 보호무역 정책을 시행할 경우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답니다. 오늘은 보호무역과 이와 반대되는 자유무역에 대해 알아보도록 해요.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무역을 하면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것을 싸고 편리하게 구할 수 있고, 외국에서 만들기 어렵거나 우리나라가 더 잘 만들 수 있는 상품을 기업들이 생산하고 수출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어요. 무역은 거래를 하는 두 나라에 모두 이득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답니다.

그런데 나라의 특정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한 제품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나라에서 가로막거나 높은 세금(관세)을 매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부가 여러 수단을 통해 무역에 간섭하여 외국과의 경쟁에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것을 보호무역주의라고 하죠.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업계는 외국 자동차업계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파산위기에 놓이기도 했어요.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업계는 외국 자동차업계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파산위기에 놓이기도 했어요. 당시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가면서 공장이 텅 비어 있기도 했지요. 하지만 미국 정부의 금융 지원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최근에는 일자리 수십만 개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조선일보 DB
15~18세기 유럽에서는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의 상업과 산업을 육성하려는 중상주의(重商主義·mercantilism)가 주요한 경제정책이었어요. 중상주의자들은 나라의 부를 늘리려면 국내 상공업을 발전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높은 관세를 통해 수입을 줄이고 수출장려금을 통해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보호무역과는 반대로 개인이나 기업의 무역 활동에 국가가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하는 것을 자유무역이라고 해요. 자유무역이라는 개념은 18세기 후반 영국 경제학자들이 중상주의의 보호무역을 비판하면서 만들어졌답니다.

자유무역을 주장한 사람들은 보호무역보다 자유무역이 모든 나라에 더 큰 이득을 준다는 점을 입증했어요.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생산해 서로 교환하면 각자 나라에 더 도움이 되고 세계 경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반면 모든 나라가 보호무역을 하게 되면 보호를 받는 기업도 수출할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 발전을 해친다고 비판했어요.

이후 자유무역은 세계 경제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인정받았어요.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여러 나라가 수입 제한 같은 무역 통제를 하지 않기로 하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를 체결했고, GATT는 보호무역을 막고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세계무역기구(WTO)로 발전했답니다. 근래 우리나라와 여러 나라가 체결했던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도 서로 관세를 대거 낮추고 무역량을 늘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죠.

◇트럼프가 보호무역을 주장한 이유는?

그런데 트럼프는 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한 걸까요? 자유무역은 '취약한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전략 산업을 키우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죠. 자유무역은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을 가져오지만 외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과 산업 분야는 수입품에 밀려 이익이 줄어들고 심하면 도산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답니다.

그 예로 2000년대 중반 위기에 빠졌던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들 수 있어요. 한때 세계 최고를 자부하던 미국 자동차는 유럽과 우리나라, 일본 등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자동차를 생산해 수출하면서 점점 잘 팔리지 않게 되었어요. 결국 자동차 기업이 파산하거나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게 되었고, 그 결과 디트로이트 등 자동차 공장이 많던 도시에서는 근로자들이 실직하고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말았답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자동차 산업과 그 외 여러 제조업을 보호무역을 통해 다시 육성하고, 외국 기업에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었지요.

◇보호무역은 해법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는 건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제조업의 쇠락이 자유무역만의 책임은 아니기 때문이죠.

가령 유럽의 여러 자동차 기업들도 인건비 상승으로 자동차 가격이 계속해서 올랐지만, 그만큼 기술을 발전시키고 자동차의 품질을 향상시켜 이익을 만들어냈어요. 자유무역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바꾼 거예요.

보호무역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특정 기업과 그 회사의 근로자들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지만, 결국 나라 전체 소비자들에게는 불이익이 될 수도 있어요. 보호무역을 하게 되면 상대국도 보복 차원으로 보호무역을 하게 되고, 그 결과 무역량이 줄어들어 물가가 오르고 수출 기업들도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답니다. 이런 상황이 확산되면 세계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어요. 트럼프의 보호무역 공약을 전 세계가 걱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보호무역과 러스트 벨트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는 1870년대부터 약 100여년간 제조업으로 번창하다 1970년대부터 경제가 몰락한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 공업지대를 뜻합니다. 이 지역들은 인건비 등 생산 비용의 상승과 외국 제조업의 성장으로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최근까지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트럼프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보호무역으로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러스트 벨트에서 많은 표를 얻고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답니다.

심묘탁 ㈔청소년교육전략 21 사무국장(경제교육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