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온몸 덮는 긴 털… 충성심 강한 우리 민족의 친구

입력 : 2016.11.24 03:10

삽살개

최근 조선시대에 살았던 '고려개'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있었지요? 고려개는 우리나라 토종개인 삽살개와 같은 조상을 둔 사촌 사이라고 합니다. 경북대 생명과학부 하지홍 교수가 삽살개를 증식하는 과정에서 털이 짧고 성품이 좋은 녀석을 골라 번식시켜 고려개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요.

복원된 고려개는 일반적인 삽살개처럼 털이 얼굴을 덮지 않았지만 귀가 누워 있고 꼬리털이 풍성한 것이 특징이에요. 털이 짧다는 것만 빼면 대부분의 특징이 삽살개와 같다고 합니다.

주인에게는 순하고 충성심이 강하지만 다른 동물에겐 용맹한 삽살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답니다.
주인에게는 순하고 충성심이 강하지만 다른 동물에겐 용맹한 삽살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답니다. /이재우 기자
삽살개는 오랜 옛날 우리나라 동남부 지역에 퍼져 살았던 개예요. '삽살'이라는 이름은 '살기를 없애고 귀신을 물리친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랍니다. 몸 길이는 평균 50㎝, 몸무게는 평균 18~20㎏ 정도 돼요. 긴 털이 물결처럼 흘러내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을 두툼하게 덮은 생김새가 참 독특하지요. 긴 털이 덮인 얼굴에 살짝 입을 벌리고 혀만 쑥 내민 모습을 보면 아기처럼 앙증맞아요. 털 색깔은 황색과 검은색인 녀석이 많은데 종종 고동색이나 흰색을 띠는 녀석들도 있어요.

삽살개는 주인에게는 충성심이 아주 강하지만, 다른 동물에게는 경계심이 강한 데다 담대하고 용맹한 모습을 보여요. 이럴 땐 머리가 크고 털이 긴 모습 때문에 마치 용맹한 수사자처럼 보이기도 한답니다.

삽살개는 예부터 우리 조상들과 더불어 살아온 우리 민족의 친구이기도 해요. 고대 신라에서는 주로 귀족들이 삽살개를 많이 키웠답니다. 신라가 망하고 귀족들이 몰락하면서 삽살개들은 민가로 흘러나오게 되었죠. 고려·조선시대에 삽살개는 서민들도 널리 키우는 아주 친숙한 개가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옛 그림이나 시, 노래에도 삽살개가 흔하게 등장한답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삽살개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어요. 우리 민족의 문화를 말살하려던 일제가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삽살개를 마구 죽였기 때문이에요. 한 해에 수십만 마리를 잡아가 삽살개의 가죽을 일본군의 군용 모피로 사용했다고 하니 정말 끔찍한 일이었어요. 광복 후에는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자칫 삽살개가 멸종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답니다.

다행히 1980년대부터 경북대에서 삽살개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어 경북 경산에 집단 사육지가 마련되고 혈통의 순수성을 지닌 삽살개들이 그 수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어요. 1992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답니다.

지난 2014년에는 복원된 삽살개들이 화엄사와 전등사, 마곡사 등 전국의 16개 절에 분양되었어요. 집단 사육지보다 넓고 자연과도 가까운 절에서 문화재를 지키며 활발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해준 것이죠. 도둑을 쫓아내고 불이 나면 여기저기에 알리는 훈련을 받은 삽살개들이 스님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게 되었답니다. 경북 영천 거조사에 분양된 삽살개는 기특하게도 법당에 들어온 수상한 사람을 쫓아가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져 도난 사건을 막은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종민 前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