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미술관에 갔어요] 벽 앞에 선 내 모습, 밤하늘을 둥둥 떠다녀요
입력 : 2016.11.19 03:07
[엘리아손의 '세상의 모든 가능성'展]
1000여 개 구슬 달린 검은 벽부터 거꾸로 흐르는 폭포까지… 감각 새롭게 일깨우는 작품 가득
소리·냄새도 작품에 담은 엘리아손… '미술은 눈으로만 본다'는 틀 깼죠
미술관에 왔는데 곳곳에 이끼가 푹신하게 끼어 있고 축축한 안개비 사이로 무지개가 아른거린다면 믿을 수 있겠어요? 지난 9월부터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덴마크 출신 미술가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세상의 모든 가능성' 전시회에 가면 이런 진기한 광경을 볼 수 있답니다.
엘리아손은 2003년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천장에 커다란 인공 태양을 띄워 아주 유명해졌어요. 당시 미술관 안은 인공 태양 덕분에 실제 햇빛을 받은 듯 눈이 부시고 아주 따뜻했다고 합니다. 바깥에서나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날씨를 미술관 실내에 들여놓은 듯했죠.
이때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바닥에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겼다고 합니다. 인공 태양을 보러 다녀간 사람만 200만명이 넘었다고 하니 대단하죠? 이번 전시회에서는 아쉽게도 인공 태양은 볼 수 없지만, 신비한 인공 무지개는 볼 수 있어요.
엘리아손은 2003년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천장에 커다란 인공 태양을 띄워 아주 유명해졌어요. 당시 미술관 안은 인공 태양 덕분에 실제 햇빛을 받은 듯 눈이 부시고 아주 따뜻했다고 합니다. 바깥에서나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날씨를 미술관 실내에 들여놓은 듯했죠.
이때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바닥에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겼다고 합니다. 인공 태양을 보러 다녀간 사람만 200만명이 넘었다고 하니 대단하죠? 이번 전시회에서는 아쉽게도 인공 태양은 볼 수 없지만, 신비한 인공 무지개는 볼 수 있어요.
작품4를 보세요. 두 줄기 물결 모양의 철관이 천장에 매달려 있어요. 철관의 바깥쪽은 검은색으로, 안쪽은 흰색으로 칠해져 있고 위에 모터가 달려 있어 옆으로 빙글빙글 돌아가요.
우리가 느끼기에는 옆으로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물결 하나는 계속해서 위쪽으로 올라가고, 다른 하나는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죠.
작품3은 얼핏 보면 계단처럼 쌓여 있는 입체 도형으로 보여요. 여러분이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추고 보는가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은 돌로 된 타일들이 서로 맞물려 있는 평평한 마루예요. 타일들은 네 가지 색의 각기 다른 종류의 돌로 구성되어 있고, 육각형과 평행사변형 모양을 띠면서 반복되고 있지요. 엘리아손은 이렇게 착시(錯視·환영을 보는 것) 현상을 작품에 담아 사람의 눈이 늘 정확하지는 않다는 걸 보여준답니다.
눈의 감각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작품도 있어요. 작품1은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여정'이라는 작품입니다. 밤하늘처럼 보이는 검은 벽 위에 유리구슬 1000여 개가 붙어 있어요.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운데, 볼록한 유리구슬 안에는 거울이 있어 벽 앞에 서 있는 관람객의 모습을 비춰요. '내가 아주 작은 구슬 안에 거꾸로 서 있는데, 저 멀리 있는 구슬에도 내가 있고 가까운 구슬 안에도 내가 있는' 신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요.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내가 이 작품 앞에 서면 여기저기 셀 수도 없이 많아져 무한한 우주의 하늘을 둥둥 떠다닌답니다.
이번에는 다른 감각들을 활용해 예술 작품을 감상해볼까요? 작품2에 노르스름하게 보이는 것은 아이슬란드에서 많이 자란다는 '순록이끼'예요. 철망으로 순록이끼를 엮어 벽에 빼곡하게 붙여놓았지요.
이 이끼는 건조할 땐 수세미처럼 뻣뻣해지면서 색이 바래지다가도 물기를 뿌려주면 부드러워지고 부풀어 오르면서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가 나요. 색도 하얗게 변하고요. 이런 변화들이 순록이끼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준답니다.
작품5는 얼핏 보면 계곡처럼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래쪽 물통에서 위쪽 물통으로 물이 채워지고 있어요.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뒤집힌 물의 방향이 사람들의 흥미를 끈답니다. '쏴' 하는 시원한 물줄기 소리와 전기 펌프가 '윙윙'거리는 소리도 이 작품의 한 요소예요. 귀의 감각으로 물의 소리를 듣고 피부의 감각으로 물의 습기를 한껏 느낄 수 있지요.
엘리아손이 생각하는 미술관은 우리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낯선 장소가 아니에요. 익숙했던 자신을 색다르게 바라보게 하고, 평소보다 나의 감각을 더 활발하게 열어 이 세상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곳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