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동화 속 '하트 여왕'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입력 : 2016.11.18 03:08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근래 어수선한 시국을 고전소설이나 고전시에 빗대어 비판·풍자하는 글이 화제가 되었지요? 풍자는 남의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는 것을 뜻해요. 어린이를 위한 모험 동화로 잘 알려져 있는 루이스 캐럴의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도 사실 곳곳에 날카로운 풍자가 숨어 있답니다.

이 소설이 발표된 1860년대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의 지배 아래 대번영을 누리고 있었어요. 산업혁명과 식민지 개척으로 영국은 막대한 부와 광대한 영토를 가졌지요. 하지만 이런 번영의 이면에는 여러 부조리와 사회적 문제가 있었답니다. 캐럴은 이런 이중적인 풍경을 동화 속에서 풍자로 풀어냈어요.

앨리스는 흰토끼를 따라 깊은 구덩이 안에 뛰어들면서 이상한 나라에서의 모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앨리스는 흰토끼를 따라 깊은 구덩이 안에 뛰어들면서 이상한 나라에서의 모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방송 화면 캡처
이 작품은 앨리스가 한 토끼를 만나며 시작되죠? 앨리스 앞에 나타난 흰 토끼는 회중시계를 들여다보곤 "이러다 늦겠어!"라고 중얼거리며 바쁘게 어디론가 달려가요. 하지만 토끼가 왜 바쁘고 왜 연신 시계를 보는지 그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죠.

이런 토끼의 모습은 당시 산업혁명으로 늘어난 공장에서 기계처럼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풍자한 거예요. 당시 영국 근로자들은 공장에서 기계처럼 똑같은 일을 반복했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제품을 만드는 데 왜 필요한지, 자신의 일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갖지 않았지요.

모험을 하던 앨리스가 만난 트럼프 카드처럼 생긴 사람들은 신분에 따라 스페이드, 클로버, 다이아몬드, 하트 카드 모양을 하고 있어요. 이 사람들은 온종일 규칙과 도구가 모두 엉터리인 운동 경기를 즐깁니다.

이 장면은 당시 영국 귀족들의 이중적인 면모를 풍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겉으로는 여러 스포츠를 즐기며 고상하고 한가로운 삶을 사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무능하고 부정부패로 재산을 축적하기 바쁜 귀족들의 모습을 카드 모양의 사람들로 빗대어 나타낸 것이죠.

동화 속 하트 여왕은 빅토리아 여왕의 괴팍한 면모를 나타냅니다. 하트 여왕은 툭하면 "이 자의 목을 쳐라!"라며 주위 사람들을 사형에 처하거나 엉뚱한 재판을 열어 자신에게만 유리한 판결을 내리지요.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집권한 빅토리아 여왕은 명민한 판단력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영국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지만, 한편으론 노동자들의 선거권 운동을 탄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도 보였어요. 영국의 번영을 이끌면서도 영국의 식민 지배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하기도 했고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렇게 고도의 풍자와 비판,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우리를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지금도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패러디 되고 있답니다.

신운선 한우리독서토론논술 객원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