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겨울에 한반도 찾아와… 나는 새 중 가장 무거운 '점보제트기'

입력 : 2016.11.17 03:09

느시

느시라는 새를 알고 있나요? '너화' '들칠면조'라고도 부르는 느시는 겨울 철새로 1950년대까지는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에서 곧잘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수가 점점 줄어들어 우리나라와 북한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해왔지만 1971년부터는 어쩌다 한 마리씩 몇 번 관찰될 정도로 그 수가 줄었답니다. 세계적으로도 약 2만마리밖에 남지 않은 진귀한 새가 되었지요.

느시는 덩치가 아주 커요. 날개를 펴면 길이가 2.7m로 두루미보다 더 길어요. 검독수리가 느시보다 더 길지만 몸무게는 느시가 더 무겁답니다. 느시 중에는 몸무게가 최고 21㎏이 되는 녀석도 있어요. 느시는 날 수 있는 새 중에 가장 무거워요. 타조는 느시보다 덩치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지만 날개도 크지 않고 전혀 날지 못하지요. 무거운 몸무게에도 멀리 날 수 있는 느시는 '점보제트기'라고 할 수 있어요.

겨울이면 우리나라를 찾아오던 느시는 1971년 이후로는 거의 관찰되지 않을 정도로 그 수가 줄었어요.
겨울이면 우리나라를 찾아오던 느시는 1971년 이후로는 거의 관찰되지 않을 정도로 그 수가 줄었어요. /문화재청

느시는 식물과 곤충을 먹는 잡식성이에요. 주로 풀밭이나 논밭 근처에 살며 보리와 벼, 풀을 뜯어 먹거나 곤충이나 지렁이를 잡아먹지요.

수컷은 길이가 15㎝나 되는 하얀 아래턱 수염을 갖고 있답니다. 느시는 수컷 한 마리가 암새 다섯 마리까지 짝을 짓는 일부다처제예요. 종종 수컷끼리 암컷을 차지하려 부리를 부딪치며 맹렬히 싸우기도 하지요. 평균 수명은 약 15년인데 28년까지 산 녀석도 있었어요.

느시는 엄마 새와 1년을 붙어사는 새끼를 제외하면 암컷은 암컷끼리, 수컷은 수컷끼리 무리를 지어 살아요. '남녀칠세부동석'을 하다가도 번식을 할 때는 암컷과 수컷이 함께 지내지요. 암컷은 평평한 풀밭이나 논밭에 바닥이 조금 파이게 둥지를 틀고 알 두세 개를 낳아요. 한번 둥지를 만들면 죽기 전까지 늘 같은 둥지를 쓴다고 합니다.

알은 3-4주가 지나면 부화하는데, 아기 새는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걸어 다닐 수 있지만 날지는 못해요. 그래서 두 달 정도는 엄마 새가 물어주는 곤충을 먹고 살아요. 태어난 지 두 달째부터 비행 기술을 익히기 시작하지요. 몸을 쫙쫙 펴고 내달리거나 날개를 파닥거리고 제자리 뛰기를 한 달 정도 반복하면 태어난 지 세 달 정도부터는 하늘을 날아다녀요. 이때쯤이면 덩치도 어른 새만큼 커져 있답니다.

밀렵과 농약 탓에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느시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어요. 하지만 북한 평안남도 온천군이나 개마고원 일대에서는 지금도 느시가 관찰된다고 해요. 따뜻한 계절엔 러시아와 몽골, 중국 일대에 살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한반도로 날아오는 것이죠.

느시는 유럽에서도 살아요. 스페인과 헝가리 등에 퍼져 있는데 이곳에 사는 느시는 철새가 아니라서 한곳에 머물러 산다고 합니다.

느시는 큰 덩치임에도 시속 80㎞의 빠른 속도로 날기 때문에 전신주에 이어진 전선에 부딪히면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유럽에서는 느시의 서식지를 지정하고 느시의 서식지 근처에서는 전선을 아예 땅에 묻어버릴 정도로 보호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거대한 느시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종민 前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