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임금님 사로잡은 은어, 도로 '묵' 된 사연은
입력 : 2016.11.15 03:09
도루묵
- ▲ /토픽이미지
단백질과 지방이 적당히 들어 있고 비린내도 거의 없는 도루묵은 동해 먼바다에서 살다 산란기인 11월이 되면 속초·삼척 연안으로 돌아와 겨울까지 알을 낳는답니다.
도루묵의 원래 이름은 '생선의 껍질이 나뭇결과 같은 무늬'라는 뜻의 '목어(木魚)'였는데, 일부 지역에서 '묵어'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도루묵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사연은 조선시대 문인 이의봉이 쓴 '고금석림(古今釋林)'과 조재삼이 쓴 '송남잡지(松南雜識)'에서 찾아볼 수 있답니다.
조선 시대 때 피란길에 오른 임금이 시장기를 느껴 음식을 찾자 한 어부가 생선을 바쳤어요. 생선을 먹고 그 맛에 감탄한 임금이 생선의 이름을 묻자 어부는 "묵"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임금은 "이 맛있는 생선의 이름으로 '묵'은 적당하지 않으니 '은어(銀魚)'로 하라"는 명을 내렸어요.
세월이 흘러 임금이 다시 은어를 찾아 먹었는데, 피란 때만큼 맛이 좋지 않자 "생선의 이름을 도로 '묵'으로 하라"고 명을 내렸다고 해요. 그 이후 '도루묵'은 생선의 이름이자 '헛된 일'을 가리키는 단어로도 널리 쓰이고 있지요.
오랫동안 '도루묵' 설화에 등장하는 임금은 선조나 인조로 추정했는데, 지난 7월 태조 이성계가 설화의 진짜 주인공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답니다.
도루묵은 여러 요리로 만들어 먹을 수 있어요. 뼈째 먹는 세꼬시도 일품이고, 좁쌀이나 멥쌀로 밥을 지어 적당히 말린 도루묵과 고춧가루 등 각종 양념을 넣어 삭힌 '도루묵 식해'는 훌륭한 칼슘 공급원이 됩니다. 도루묵조림은 도루묵과 양념장, 무, 양파 등 채소를 넣어 졸인 음식으로 건조된 도루묵을 사용하면 탄탄한 식감이 참 좋지요.
알배기 도루묵은 몸집에 비해 크고 양이 많은 도루묵의 알을 먹기 좋은 요리예요. 도루묵과 무, 양파, 마늘과 청양고추를 넣어 맑은 지리탕을 끓이면 뒷맛이 아주 깔끔합니다. 도루묵 소금구이도 겨울철 별미 중 하나로 꼽혀요.
도루묵에는 우리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가 갈치나 삼치보다 많이 들어 있답니다. 도루묵구이나 도루묵찜의 알을 먹다 보면 실 같은 점액질이 나오는데, 이 점액질은 '콘드로이틴'과 '히알론산'이라는 물질이 주성분이에요.
이 물질은 피부에 탄력을 주고 관절의 연골, 연골의 윤활유인 활액의 성분이 됩니다. 도루묵 100g에는 칼슘이 30㎎, 인이 170㎎ 들어 있어 청소년들의 뼈와 치아 조직도 튼튼하게 해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