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겨울잠 자는 박쥐, 함부로 깨우면 안 돼요

입력 : 2016.11.10 03:09

겨울나기

박쥐는 겨울잠을 자는 동안 갈색지방조직의 에너지를 이용해요.
박쥐는 겨울잠을 자는 동안 갈색지방조직의 에너지를 이용해요. /Flickr

오늘날 지구에 살고 있는 많은 동물은 각자 겨울을 나는 지혜를 갖고 있답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번의 빙하기를 거치며 혹독한 추위를 견디면서 생존의 지혜를 터득한 동물들이 살아남은 것이죠.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동물들은 각자의 지혜를 바탕으로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답니다.

겨울 철새들은 대부분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합니다. 새끼들을 데리고 추위를 피했다가 봄이 되면 다시 북쪽으로 이동하지요. 보금자리를 옮기지 않는 새들은 깃털을 한껏 부풀리고 그 속에 따뜻한 공기를 채운 방한복으로 갈아입어요. 포유류 동물 대부분이 겨울을 나기 위해 여름철 짧아진 털을 길러 두꺼운 모피로 갈아입는답니다.

추위를 이기려면 옷만 따듯해서는 안 돼요. 먹이를 찾기 어려운 겨울을 나려면 미리 살을 잔뜩 찌우거나 먹이를 미리 모아둬야 해요. 그래서 동물들은 이맘때쯤 식욕이 가장 왕성하답니다. 가을철 동물들의 몸무게는 평소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나요. 미리 먹이를 먹고 소화해 지방으로 바꾸어 몸속에 저장하기 때문이죠.

박쥐는 겨울잠에 들기 전 양 어깨 사이의 척추에 있는 갈색지방조직에 에너지를 저장해요. 갈색지방조직은 산소를 공급해주는 모세혈관이 발달되어 있어 갈색을 띤답니다.

갈색지방조직의 세포는 보통 지방세포와 달리 세포의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미토콘드리아가 발달되어 있어요. 덕분에 많은 열을 생성해 추위에 떨지 않게 해줘요.

인간도 태어난 직후에 이런 갈색지방조직을 갖고 있어요. 아기가 태어난 이후 3일 정도 엄마 젖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것도 갈색지방조직 덕분이지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갈색지방조직은 몸속에서 사라진답니다.

반면 박쥐는 겨울잠을 자기 위해 갈색지방조직을 계속 가지고 살아가요. 갈색지방은 박쥐들이 겨울잠을 자는 동안 최소한의 호흡과 심장박동을 하는 데 사용됩니다. 한여름에 박쥐는 1분당 400~800회 정도로 심장박동을 하지만, 겨울잠을 잘 때는 심장박동 수가 16~20회 정도까지 줄어들어요.

갈색지방은 박쥐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위한 중요한 에너지원이기도 해요. 그래서 겨울잠을 자는 박쥐를 사람이 방해하면 박쥐들이 갑자기 갈색지방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돼 정작 봄이 되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겨울 양식을 창고에 저장해 두는 동물도 많답니다. 두더지는 가을철에 벌레와 지렁이를 잡아 땅속 곳간에 모아둡니다.

청설모도 솔방울과 도토리, 밤, 버섯 같은 먹이를 모아 특정한 나무를 정하고 그 주변의 여러 장소에 파묻어요. 겨울이 되면 그 나무를 중심으로 20~30㎝ 떨어진 곳을 규칙적으로 파헤쳐 숨겨둔 먹이를 찾지요. 그럼에도 머리가 영 나쁜 탓에 숨겨둔 먹이의 절반 이상은 찾지 못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청설모가 잘 묻어준 열매와 씨앗은 봄에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게 되지요.

민물고기들도 겨울잠을 자요. 얼음이 언 강바닥에서 그대로 잠을 잔답니다. 강바닥의 온도는 4도 정도로 민물고기들이 에너지를 절약하기에 적합한 수온이에요.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동물행동생리 전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