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유럽풍 건물이 가득한 '동방의 모스크바'

입력 : 2016.11.08 06:36

하얼빈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 있는 성 소피아 성당의 야경이에요.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 있는 성 소피아 성당의 야경이에요. /신화·뉴시스
지난달 26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107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어요. 하얼빈 기차역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협력해 건립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있고, 지금도 하얼빈역 1번 플랫폼에는 안중근 의사의 저격 지점과 이토 히로부미가 쓰러진 지점을 나타내는 2개의 원형 표시가 있다고 합니다.

하얼빈은 중국에서 가장 북동쪽에 위치한 헤이룽장성의 중심 도시로 인구만 1000만명에 달해요. 러시아와 맞닿아 있을 정도로 북쪽에 있어 겨울에 아주 춥기로 유명하죠. 서울의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3도 정도인데, 하얼빈의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20도에 달합니다. 이 무렵 하얼빈은 아침 기온이 보통 영하 30도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바깥에 그대로 내놓고 파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어요.

겨울이 길고 추운 하얼빈은 '얼음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매년 1월 빙등제와 빙설제가 열린답니다. 하얼빈 빙등제는 겨울에 꽁꽁 언 쑹화강의 얼음을 가지고 각종 구조물을 만든 뒤 현란한 조명을 더해 전시하는 축제예요. 빙등제에는 매년 5000여 명의 얼음 조각가가 동원된다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클지 짐작되죠? 하얼빈의 '타이양다오'라는 섬에서는 하얼빈 빙설제가 열려 섬 전체에 눈으로 만든 멋진 조각품들이 전시된답니다.

겨울에 더 아름다운 하얼빈의 중심가에 들어서면 중국이 아니라 마치 유럽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돼요. 하얼빈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유럽의 문화가 확산되고 자리를 잡은 곳이기 때문이죠. 하얼빈의 중심가인 '중앙대가'에는 바로크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 등의 유럽풍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답니다.

이런 풍경은 하얼빈이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에요. 하얼빈은 만주어로 '그물 말리는 곳'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과거엔 한가한 어촌이었다가 19세기 초 러시아의 철도 기지가 건설된 뒤로 이 철도를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의 군대가 주둔하면서 많은 러시아인이 하얼빈에 거주하게 되었죠. 그때부터 하얼빈에는 러시아인들이 지은 각양각색의 유럽풍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당시 사람들은 하얼빈을 '동양의 파리'나 '동방의 모스크바'로 부르기도 했답니다.

하얼빈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는 바로 성 소피아 성당이에요. 러시아 군인들을 위한 예배당으로 지은 이 건물은 1907년 러시아 비잔틴 양식으로 만들어졌어요. 건립 초기에는 나무 건물이었지만 1923년 벽돌로 재건축되어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갖게 되었지요. 이 성당에선 더 이상 예배가 열리지 않지만 하얼빈 건축 예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답니다.



민병권 중동고 교사(EBS 세계지리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