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NIE] [이슈토론] 히틀러 지하벙커 복원

입력 : 2016.11.05 03:09

찬성 - "참혹한 역사 기록해 교훈 얻어야"
반대 - "최악의 전범 이용해 장사하는 것"

기사 관련 일러스트
/김현지 기자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아돌프 히틀러가 최후를 맞이한 지하벙커가 복원됐습니다. 독일의 한 사설 박물관이 지금은 철거된 실제 베를린 지하벙커에서 2㎞ 떨어진 지점에 똑같이 재현한 것입니다. 히틀러가 사용했던 침실과 집무실·소파, 애견까지 복제한 전시장은 최근 일반인에게 공개됐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역사를 선정적으로 다뤄 관심을 끌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역사를 사실 그대로 직시하자는 것뿐" "히틀러 쇼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논란이 일고 있어요.

'히틀러 지하벙커' 재현을 반대하는 측은 "아픈 역사를 악용한다"고 주장합니다. 역사상 최악의 전범(戰犯)을 이용해 장사한다는 것입니다. 전시장이 실제 지하벙커에서 가까워서 신나치주의자들의 본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최근 독일에서 난민사태, 테러 등으로 신나치주의가 득세하는 현실은 이들의 성지가 될 수 있는 장소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반면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의 일부분"이라며 전시에 찬성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과거 참혹한 역사를 기록해 후손들이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은 최초의 나치 강제수용소였던 다하우 수용소를 보존하며 참회하고 있습니다. 옛 모습 그대로인 수용 시설과 기록 사진, 생존자 인터뷰 영상은 나치가 저지른 잔혹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지난달 오스트리아 정부는 보존이냐 철거냐를 두고 논란이 됐었던 브라우나우암인 지역의 히틀러 생가를 강제 매입해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주민들은 박물관으로 활용하는 등의 방안을 냈지만 신나치주의자들이 이곳에 모여 구호를 외치며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하자 정부가 계획을 바꾸었다고 해요.

부끄러운 역사도 기록해야 할까요, 지우는 게 나을까요?

정현정·NIE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