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석유 풍부한 사우디의 경제가 휘청거리는 이유
입력 : 2016.11.04 03:14
[저유가]
유가 낮으면 생산 비용도 내려가 생산·소비 늘어 경제에 긍정적… 석유 파는 나라는 수익 줄어들어
저유가 오래가면 우리나라도 타격
유가 갑자기 오르는 '석유 파동'도 세계 경제에 큰 피해 줄 수 있어요
최근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상 처음으로 해외 채권 시장에 국채 175억달러(약 20조원)를 발행했어요. 국채는 정부가 돈을 빌리고 그 대가로 정해진 기간이 되면 반드시 정한 이자와 원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증서예요. 쉽게 말해 사우디아라비아가 크게 빚을 진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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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 도시 지다에 있는 주유소에서 한 남성이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 있어요. 저유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석유를 판 돈으로 국가 재정을 충당하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예요. 지난해 12월에는 휘발유 보조금을 줄여 휘발유 가격을 67%나 올리기로 했고, 최근에는 사상 처음으로 해외 채권 시장에 약 20조원가량의 국채를 발행했어요. /AP·연합뉴스
Q: 석유 가격이 왜 경제에 중요한가요?
A: 석유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에요. 석유가 없다면 자동차나 비행기가 움직일 수 없어요. 합성섬유나 플라스틱, 아스팔트도 만들 수 없고요. 샴푸, 비누, 화장품에도 석유를 가공한 물질이 재료로 쓰인답니다. 그래서 석유 가격 즉, 유가(油價)가 오르거나 내려가면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요.
Q: 석유 가격이 내려가면 어떻게 되나요?
A: 석유 가격이 내려가면 석유를 이용해 상품을 만드는 비용도 줄어들겠죠? 그러면 기업들은 상품 판매 가격을 내려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더 많이 팔 수 있게 된답니다. 즉 석유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들은 더 싼 가격에 상품을 더 많이 사서 쓸 수 있게 되고, 기업들도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되어 나라 전체의 상품 생산량도 늘어나게 되죠. 그러면 기업에서 사람을 더 고용하게 되고, 고용된 사람들은 돈을 벌어 또 소비를 하겠지요. 그래서 석유 가격이 내려가면 나라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죠.
지난 1990년대에도 저유가 시대가 찾아왔답니다. 당시 세계적으로 석유 필요량(수요)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산유국들이 돈 벌 욕심에 석유를 너무 많이 시장에 내다 팔았어요(공급).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늘면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게 된 것이죠. 덕분에 전 세계는 큰 호황을 누렸답니다.
Q: 저유가는 무조건 좋은 건가요?
A: 석유 가격 하락이 모두에게 좋은 건 아니에요.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석유를 파는 나라들은 저유가가 되면 석유로 버는 돈이 줄어 오히려 경기가 나빠질 수 있어요. 산유국 중에서는 석유 산업만 유독 발달해 있고 다른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가 많아요. 이런 나라일수록 저유가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답니다. 석유로 돈을 벌지 못하면 별다르게 돈을 벌 곳이 없기 때문이죠.
최근에 저유가 추세가 이어지는 것은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 석유 수요가 줄었는데도 산유국들이 석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 셰일 오일(shale oil)이나 태양광·바이오 연료 같은 대체 에너지가 늘어나 석유 수요가 더 줄어들고 있어요.
20세기에 공산주의 국가들을 이끌었던 소련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도 저유가 영향이 있었어요. 석유 가격이 폭락하자 소련은 석유를 팔아 돈을 벌 수 없게 되었고, 그 결과 식량이나 다른 생필품을 외국에서 수입하지 못해 국민의 불만이 아주 커졌답니다.
그래서 저유가가 너무 오래가면 산유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상품을 만들어 수출을 하는 나라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산유국들이 돈이 없어 상품 수입을 줄이면 상품을 수출할 곳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Q: 석유 가격이 오르면 어떻게 되나요?
A: 저유가와 다르게 고유가 시대에는 전 세계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석유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상황을 석유 파동(오일쇼크)이라고 부르는데, 1973년에 실제로 석유 파동이 일어나면서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졌답니다.
당시 산유국이 몰려 있는 중동 지역의 정치적 불안이 커지면서 석유가 제대로 생산되지 않아 가격이 무려 4배 가까이 올랐어요. 이렇게 석유 가격이 갑자기 오르면 석유를 수입하는 나라에서는 상품을 생산하는 비용이 갑자기 높아지게 됩니다. 덩달아 상품을 파는 가격도 높아지고, 상품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게 되죠. 그 결과 물건이 팔리지 않아 도산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실업자도 늘어나게 돼요. 실제로 석유 파동은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을 크게 떨어트렸답니다.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
셰일(Shale)층은 입자가 작은 진흙이 뭉쳐 형성된 퇴적암인 혈암(頁巖) 지층을 말해요. 셰일 가스란 탄화수소가 많이 들어있는 셰일층에서 추출한 가스로 난방 연료나 석유화학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셰일 오일은 셰일층 안에 갇혀 지표면에 올라오지 못한 원유예요. 산유국의 원유와 달리 셰일 오일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과 많은 비용이 들어갔지만, 최근에는 채굴 기술이 발전하면서 산유국의 원유를 대체할 정도로 활발하게 생산되고 있답니다.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은 저유가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