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식물] 열매의 고약한 냄새로 공룡 물리쳤어요
입력 : 2016.11.01 03:08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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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면 은행잎과 열매가 땅으로 떨어져요. /장련성 객원 기자
흔히 은행나무를 '살아 있는 화석식물(멸종되어 화석으로만 볼 수 있는 식물)'이라고 말해요. 은행나무는 중생대 쥐라기(1억8000만년 전~1억3500만년 전)에 출현해 지금까지 멸종하지 않고 후손을 이어오고 있기에 이런 별명을 얻었답니다.
은행나무는 어떻게 1억년이 넘는 세월 동안 종족을 지킬 수 있었을까요? 그 해답은 바로 열매에 있어요. 가을철 은행 열매가 잎처럼 노랗게 익으면 과육이 말랑말랑해지는데, 이때 심한 악취와 피부병을 일으키는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ic acid)이라는 성분이 생겨요. 이 성분들이 얼마나 지독한지 아무리 굶주린 동물이라도 은행 열매는 피해간다고 합니다.
이런 고약한 성분이 은행의 과육에 생긴 이유는 공룡 때문이에요. 은행나무가 출현하고 번성했던 쥐라기와 뒤이은 백악기(1억4500만년 전~6500만년 전)에는 보이는 식물은 닥치는 대로 뜯어 먹은 초식공룡의 전성기였답니다. 그래서 식물들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초식동물의 공격에 대항해야 했어요. 이때 은행나무는 악취와 피부병을 유발하는 화학무기로 무장해 공룡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지요.
은행나무 외에도 침엽수는 잎을 바늘처럼 뾰쪽하게 만들었고, 잎이 넓은 활엽수는 잎 가장자리를 칼날이나 톱날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해 초식공룡의 공격을 피해갔지요.
그런데 6500만년 전 화산 폭발과 소행성 충돌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당시에 지구에 살던 공룡과 동식물 대부분이 멸종하고 말았답니다.
은행나무도 떼죽음을 피할 수 없었지만, 먼지에 덮인 채 묻혀 있던 씨가 싹을 내고 되살아나 오늘날까지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은행나무는 씨껍질이 매우 딱딱해 망치로 두드려야 깨어질 정도로 단단한 데다, 아주 높은 온도에도 상하지 않을 정도로 씨를 잘 보호한 덕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