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미술관에 갔어요] 구경거리 가득했던 200년 전 서울 풍경 엿보기

입력 : 2016.10.29 03:08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展]

간단한 음식 파는 주점부터 장대에서 곡예 부리는 원숭이까지
조선시대 도시 모습 생생하게 표현
지방과 서울 오갔던 봇짐장수도 옛 화가들이 그림 속에 담아냈어요

서울이라는 큰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산타워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요즘엔 인터넷에 떠 있는 항공사진 지도를 통해 자기 방에서도 서울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볼 수도 있고요. 그런데 200년 전 서울의 모습은 어떠했을지 상상해본 적 있나요? 이달 초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이라는 전시를 보면 옛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답니다.

이번 전시는 금강산과 같은 자연의 모습이 아닌,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옛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조그맣게 그려진 사람들은 놀이를 하거나 물건을 사고파는 등 각자의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오밀조밀 재미난 이야기들이 솟아나오는 것 같아요.

당시 농어촌이나 산촌은 자연이 삶의 터전이겠지만, 상업이 발달한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장 골목이 삶의 터전이었어요. 그래서 옛 도시 풍경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광경은 사람들이 와글거리는 시장에서 구경을 하거나 흥정하는 모습이지요.

작품2
작품2 - 구영, 〈청명상하도 淸明上河圖〉(부분), 중국 명대, 비단에 색, 30.5 x 987㎝. /국립중앙박물관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展

작품2는 중국 옛 도시의 모습을 산등성이에 올라 내려다보는 듯한 그림입니다. 중국의 '소주'라는 아름다운 도시예요. 축제 기간이라 시장에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둥그런 다리 위에도 자리를 펴고 뭔가를 파는 사람이 보여요. 길거리 음식을 사 먹는 사람도 있고요. 물동이 같은 것을 어깨 양쪽으로 지고 가는 사람도 보이고, 다리 아래로는 배로 부지런히 물건을 실어 나르고 있어요.

이 작품은 10m 가까이 되는 긴 두루마리 그림으로 16세기경에 구영이라는 화가가 그렸어요. 12세기 초 북송 때 장택단이라는 풍속화가가 이런 방법으로 도시의 풍경을 그린 그림을 선보였는데, 후대에도 여러 화가가 이런 형식을 따라 도시를 그렸어요. 구영은 축제 기간 중에 일어나는 혼례와 놀이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강을 따라 다리와 성문, 시가지가 죽 이어지게 그렸어요. 그림 속 도시의 모습은 오늘날 도시만큼이나 사람들은 활기가 넘치고 이곳저곳이 바쁘게 돌아가는 듯합니다.

작품4
작품4 - 김홍도, 〈봇짐장수〉, 조선 18세기 후반, 종이에 엷은 색, 27 x 38.5㎝. /국립중앙박물관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展

조선시대에 '한양'이라고 불렀던 옛 서울에는 18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여러 상점과 화려한 건물들이 들어섰습니다. 18세기부터 이미 한양은 사람들이 각자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는 자급자족의 도시가 아니라, 모든 일용품을 사서 쓰는 곳이었어요. 시장에서 팔리는 물건들은 매우 다양해서 지방 특산물은 물론 외국에서 들여온 신기한 물건도 많이 있었답니다. 이때 화가들이 그린 풍속화 속에도 상인들의 모습이 자주 보여요. 작품4는 김홍도의 그림으로 성곽 아래를 걷고 있는 봇짐장수들이 등장합니다. 아마도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주문받은 물건을 나르는 상인들인 것 같아요. 보자기에 싸서 둘둘 말아 등허리에 짊어 멘 짐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하네요.

작품3
작품3 - 오명현, 〈독나르기〉, 조선 18세기, 비단에 엷은 색, 21.2 x 23.1㎝. /국립중앙박물관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展
작품3은 평양 출신 화가 오명현이 그린 '독나르기'인데, 여기 나온 인물은 짐을 등에 졌다 하여 등짐장수라고 불러요. 시장으로 향하는 등짐장수의 표정이 밝은 걸 보니, 무슨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에요. 물건을 팔아 생긴 돈으로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물건을 사려는 걸까요? 아니면 가는 길에 어여쁜 아가씨라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괜히 신이 난 걸까요.

작품1
작품1 - 작가 미상, 〈태평성시도 太平城市圖〉(부분), 조선 18세기, 비단에 색, 8폭, 각 113.6 x 49.1㎝. /국립중앙박물관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展

작품1은 중국의 도시 풍경과 비슷하게 그린 조선시대의 그림으로 당시의 도시 생활을 잘 보여줍니다. 자세히 보면 가마를 탄 사람도 지나가고 그 위에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주점도 보여요. 아래쪽에는 원숭이 두 마리가 높은 장대 위에 올라가 곡예를 부리고,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원숭이들을 구경하고 있네요. 이렇게 평화로운 도시의 모습은 사람들이 꿈꾸는 태평성대(太平聖代·어진 임금이 잘 다스리어 평화로운 시대)의 모습이었어요. '한양이여, 영원하라'와 같은 메시지를 담은 그림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렇게 조선시대에도 도시는 볼거리와 사람들로 북적이는 활기찬 모습이었어요. 오늘날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오랜 세월 도시로 성장했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죠.


 

이주은 건국대 교수(문화콘텐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