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핫 피플] 거침없는 막말·돌발 행동… '필리핀 트럼프'

입력 : 2016.10.28 03:09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최근 로드리고 두테르테(71) 필리핀 대통령의 돌발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미국과 결별하기로 했다. 군사·경제적으로 관계를 끊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필리핀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군사·경제 면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왔기에 그의 말은 많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답니다.

그런데 미국 측에서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자 25일 두테르테는 "미국과의 결별은 개인적인 생각이었으며, 필리핀은 미국 외 다른 나라와는 군사동맹을 맺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단 5일 만에 자신의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린 것이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뉴시스
두테르테 대통령의 별명은 '필리핀의 트럼프'입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비슷하게 거침없는 막말과 돌발 행동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죠.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에 주둔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말했다가 다음 날 필리핀 외교부가 이 발언을 취소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어요. 이 외에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가 뒤늦게 사과를 하기도 했고, 대통령 선거 때에는 "범죄자 시체를 빨랫줄에 널어 버리겠다"는 등 과격한 말을 거침없이 했답니다.

그럼에도 필리핀 국민의 90% 정도가 두테르테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어요. 이렇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그가 오랫동안 필리핀 사회의 골칫거리였던 마약 범죄자들을 거침없이 소탕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대통령이 되기 전 28년 동안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을 맡은 두테르테는 재판 절차도 없이 1000명이 넘는 범죄자를 사살하도록 했어요. 대통령 선거 때에도 "취임 후 6개월 안에 마약 범죄자를 모두 소탕하겠다"는 공약을 걸어 당선될 수 있었고요. 대통령이 된 후에도 경찰에게 "마약 범죄자는 현장에서 사살해도 된다"고 지시했고, 이미 마약 범죄자 수천여명이 체포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마약 사범 4000여명이 체포됐고, 자수한 마약 범죄자도 14만여명에 달한다고 해요.

하지만 이런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요. 재판 없이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을 죽일 경우 억울한 사람도 범죄자로 몰려 목숨을 잃는 일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전통적인 우호국인 미국을 비난하고 중국에 호감을 드러내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외교 방식도 "장기적으로는 필리핀은 물론 아시아의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