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부모님께 받는 용돈도 '계약' 맺은 거예요

입력 : 2016.10.21 09:41

[계약]

용돈 받을 액수·날짜 정하고 교통카드로 버스 타는 것도 계약
계약의 의미·한계 다룬 이론으로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
잘한 만큼 더 주는 성과급 제도… 계약 이론이 만들고 보완했대요

어린이 여러분, '계약'을 해본 적이 있나요? '그런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 글을 찬찬히 읽어보세요. 여러분이 이미 다양한 계약을 맺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계약이란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조직 사이에 서로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말이나 글로 정한 약속을 뜻해요.

사실 우리의 일상생활은 대부분 계약을 통해 이루어져 있답니다. 가령 어린이 여러분이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고 용돈을 받는 것도 부모님과 일종의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경제 활동은 대부분 이런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우리가 현금이 없어도 교통카드로 버스나 전철을 타거나,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교통비나 물건값을 나중에 지불한다'고 미리 약속한 계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만약 계약이 없다면 서로 지켜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겠죠?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도 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 생기거나, 회사에서 일을 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벵트 홀름스트룀(위 사진) MIT 교수와 올리버 하트(아래 사진) 하버드대 교수는 1995년 공동으로 쓴 책‘기업 계약과 금융 구조’를 통해 계약 이론을 발전시킨 업적을 인정받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어요.
벵트 홀름스트룀(위 사진) MIT 교수와 올리버 하트(아래 사진) 하버드대 교수는 1995년 공동으로 쓴 책‘기업 계약과 금융 구조’를 통해 계약 이론을 발전시킨 업적을 인정받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어요. /연합뉴스
그러므로 사회가 잘 굴러가려면 서로 계약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계약을 해야 해요.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와 벵트 홀름스트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계약 이론(contract theory)'에 혁혁한 공을 세웠답니다.

◇더 좋은 계약을 맺으려면?


하트 교수는 "완벽한 계약은 없다"고 말해요. 완벽한 계약을 하려면 계약을 하는 두 사람이 상대방이 무엇을, 얼마나 원하는지 등 계약에 관한 모든 정보를 서로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는 계약을 하는 사람들이 모든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완전한 계약을 할 수 없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볼게요. 어린이 여러분은 용돈이 부족할 때가 있지요? 물론 용돈을 잘 관리하지 못해 그럴 수도 있지만, 부모님이 '우리 아이가 용돈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몰라서 용돈을 적게 주셔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해요. 내가 얼마나 돈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서로 용돈을 주고받기로 한 계약이 완전하지 못한 것이죠.

불완전한 계약을 바꾸려면 우선은 부모님과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용돈이 부족하다는 사실과, 더 필요한 이유 등을 부모님께 자세히 설명해야 해요. 그러면 부모님도 왜 용돈을 올려줄 수 없는지 여러분이 몰랐던 이유에 대해 말씀해줄 수 있지요. 결국 계약을 맺은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많이 공유해야 서로가 더 만족할 수 있는 계약을 맺을 수 있답니다.

◇잘한 만큼 더 주는 '성과급'

홀름스트룀 교수는 회사와 직원 사이 '성과급'이라는 계약을 연구했어요. 우선 성과급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봐요. A회사는 B씨를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일을 잘해서 회사의 수익이 높아진 만큼 월급을 주겠다"고 계약을 맺었어요. B씨도 여기에 동의했고요.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내는 만큼 보상을 더 많이 해주는 것을 '성과급'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직원을 채용할 때 성과급 제도를 활용합니다. 만약 A회사가 성과급 대신 회사의 수익과 상관없이 B씨에게 매달 같은 액수의 월급을 주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해봅시다. 이 경우 B씨는 회사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같은 액수의 월급을 받기 때문에 불만이 생길 수 있어요. 반대로 B씨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 A회사의 수익이 떨어져도 회사는 똑같은 월급을 줘야 해서 불만이겠죠.

성과급은 이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줄 수 있어요. B씨가 일을 열심히 해 A회사의 수익이 높아지면 B씨가 받는 월급도 늘어나기 때문에 B씨는 자연히 일을 열심히 하게 됩니다. B씨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 회사의 수익이 줄었을 때는 A회사도 그만큼 월급을 적게 줄 수 있고요. 홀름스트룀 교수는 이렇게 일을 시키는 사람과 그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 사이에 성과급으로 계약을 맺어야 회사의 수익이 높아진다는 이론을 정립했답니다.

홀름스트룀 교수는 성과급 계약의 문제점도 밝혀냈어요. 성과급 때문에 직원들이 서로 협동하지 않거나 다른 직원의 일을 방해하는 경우가 대표적으로 꼽혀요. 예를 들어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40명)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험에서 1~10등 하면 교실 청소 당번을 면제해준다"고 약속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10등 안에 들기 위해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경쟁이 과열되면 공부에 열중하는 친구를 방해하거나 괴롭히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오늘날 세계 각지의 많은 회사는 이 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자기 회사 실정에 맞는 다양한 성과급 제도를 발굴해 시행하고 있답니다.

[계약 이론과 성과급]

지난해 한국전력(한전)의 순이익은 재작년보다 4.8배 늘어난 13조4200억원을 기록했어요. 이렇게 갑자기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이유는 전기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는 석유의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에요. 전기를 만드는 비용이 줄어들었지만, 전기 요금은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한전은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지요.

한전은 이렇게 늘어난 순이익으로 지난해 총 3600억원의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답니다. 물론 성과급을 받은 직원 중에서는 정말 열심히 일한 분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석유 가격이 떨어진 '행운'으로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열심히 일하지 않은 직원에게도 많은 성과급이 주어지는 문제도 생기게 된답니다.

천규승 KDI 경제교육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