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CMIT/MIT, 뿌리면 위험하고 삼키면 괜찮다?

입력 : 2016.10.11 03:07

[화학물질 안전성]

공중에 뿌리는 스프레이 제품, 숨 통해 폐로 들어올 수 있어 위험
치약은 삼키면 위에서 분해돼 안전

장시간 축적되면 해로울 수 있어… 화학제품에 더 엄격한 기준 세워야

최근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쓰였던 CMIT/MIT가 들어 있는 치약 제품들이 회수된 데 이어 모든 스프레이형 제품에 CMIT/MIT 사용이 금지된다고 합니다. CMIT/MIT는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와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라는 물질을 혼합한 것으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직후 호흡을 통해 사람의 폐로 들어갔을 때 폐 질환을 일으키는 성분으로 확인됐어요.

스프레이형 제품에 CMIT/MIT 사용이 금지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작 CMIT/MIT가 들어간 치약은 사용했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똑같이 CMIT/MIT가 들어간 제품인데 왜 어떤 것은 몸에 해롭고, 다른 것은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하는 걸까요?

[재미있는 과학] CMIT/MIT, 뿌리면 위험하고 삼키면 괜찮다?
/그래픽=안병현
Q. CMIT/MIT가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해요.

CMIT/MIT는 1960년대 말 미국 롬앤드하스(R&H)사가 개발한 화학물질로 미생물이나 세균이 번식하는 것을 막거나 세균을 죽이는 데 효과가 있어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화장품과 샴푸·린스, 치약 같은 제품이 상하지 않게 하려는 목적으로 두루 쓰이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화장품과 샴푸, 린스 등에 CMIT/MIT를 사용할 수 있지만, 치약에는 이 물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지 않았어요.

Q. CMIT/MIT가 들어간 스프레이는 왜 금지된 건가요?

CMIT/MIT가 숨을 통해 기도를 거쳐 폐로 들어가게 되면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 등을 일으킬 수 있어요. 가습기 살균제와 스프레이형 제품에 CMIT/MIT 사용이 금지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스프레이 제품을 사용할 때 공중에 뿌려진 CMIT/MIT가 숨을 통해 폐로 들어오면 아주 적은 양이라도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Q. 그럼 CMIT/MIT가 들어간 치약도 해로운 거 아닌가요?

모든 화학물질은 숨을 통해 폐로 들어갔을 때와 입으로 삼켰을 때, 피부에 닿았을 때 미치는 영향이 제각각 달라요. CMIT/MIT도 마찬가지랍니다. 여러 전문가는 "CMIT/MIT가 식도를 통해 위로 들어가게 되면 폐로 들어왔을 때와 달리 빨리 분해되어 몸 밖으로 배출된다"고 말합니다. 실제 유럽에서는 치약에 CMIT/MIT를 15PPM(1PPM은 100만분의 1 농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유럽 소비자과학안전위원회에서 "가장 높은 기준치인 15PPM의 CMIT/MIT가 들어간 치약으로 양치질을 해서 그 성분이 모두 우리 몸에 흡수되더라도 안전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이에요.

정부에서 "CMIT/MIT가 든 치약을 사용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회수된 치약에서 발견된 CMIT/MIT의 양도 0.0044PPM밖에 되지 않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해요.

Q. 그런데 왜 CMIT/MIT가 든 치약을 회수하고 있나요?

정부는 "CMIT/MIT가 든 치약이 몸에 해로워서가 아니라, CMIT/MIT를 치약에 사용할 수 있게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만약 치약을 만든 회사들이 미리 CMIT/MIT를 치약에 쓰게 해달라고 요청해 허가가 내려졌다면 치약을 회수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CMIT/MIT가 든 치약이 우리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요. 입에서 후두로 넘어간 치약 성분이 폐에 흘러들면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위로 넘어가더라도 제대로 분해되지 않은 성분이 혈액을 통해 폐로 전달되어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고요. 아주 적은 양이라도 우리 몸에 CMIT/MIT가 축적될 경우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번에 문제가 된 치약 제품은 우리의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정리할 수 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어린이와 노인, 임신부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쓰는 화학제품에 대해 더 엄격한 기준이 세워지길 기대해 봅니다.

[나라마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준이 다른 이유는?]

CMIT/MIT라는 하나의 화학물질을 두고 왜 나라·지역마다 다루는 기준이 다른 걸까요? 유럽에서는 치약을 화장품과 같은 종류로 관리하기 때문에 15PPM까지 CMIT/MIT를 쓸 수 있는 기준을 치약과 화장품에 공통으로 적용하고 있어요. 물론 '15PPM까지는 괜찮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깔려 있죠.

반면 우리나라는 화장품과 치약을 다른 종류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샴푸, 린스 같은 제품에는 CMIT/MIT를 사용할 수 있지만, 치약에 대해서는 따로 사용 허가가 나지 않았지요.

일본에서는 화장품 종류에 CMIT/MIT를 제품 용량의 0.1%(최대 1000PPM)까지 쓸 수 있지만, 가글액·치약에는 사용할 수 없어요. 입안에 들어가는 제품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지요. 미국은 정부 대신 기업이나 관련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화학물질의 사용을 관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준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나라의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 국민 정서, 제품에 노출되는 정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답니다.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