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힐러리·트럼프 못지않았던 왕안석과 사마광의 토론
입력 : 2016.10.06 03:08
[송나라 신법논쟁]
미국 미래 논하는 미 대선 토론회… 정책뿐 아니라 후보 자질도 공격
중국 송나라에서도 신하 간 논쟁
국가 재정난 두고 신법·구법 대립
신법당 "가난한 백성 구제해야"
구법당 "신법, 재정난 키운다"
지난달 26일 미국 뉴욕에서는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의 1차 TV 토론회가 열렸어요. 두 후보는 미국을 이끌어 나갈 각자의 정책과 상대방의 자질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어요. 특히 우리나라와 밀접한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지요. 트럼프는 우리나라와 일본 같은 동맹국이 미국을 위해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클린턴은 기존의 외교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보였어요.
토론 도중 클린턴은 "트럼프는 부자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아 사업에 성공했다"며 그의 과거를 공격했고, 트럼프는 선거 유세 중에 클린턴이 폐렴에 걸렸던 것을 이용해 "클린턴은 대통령을 맡기에 체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기도 했어요.
이번 TV 토론회는 향후 미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을 미국 시민들에게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거예요. 하지만 정치인들의 토론에서 늘 합리적인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랍니다.
토론 도중 클린턴은 "트럼프는 부자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아 사업에 성공했다"며 그의 과거를 공격했고, 트럼프는 선거 유세 중에 클린턴이 폐렴에 걸렸던 것을 이용해 "클린턴은 대통령을 맡기에 체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기도 했어요.
이번 TV 토론회는 향후 미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을 미국 시민들에게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거예요. 하지만 정치인들의 토론에서 늘 합리적인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랍니다.
- ▲ 중국 송나라 때 신법당의 왕안석(왼쪽 그림)은“가난한 백성을 구제해 세금 수입을 늘려 재정난을 극복하자”고 주장했어요. 반면 구법당의 사마광(오른쪽 그림)은“가난한 백성을 구제하려고 하면 오히려 재정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맞섰어요./위키피디아
◇신법당의 왕안석과 구법당의 사마광
송나라는 중국 역사에 등장한 여러 나라 중에서도 손꼽히는 경제 대국이었어요. 양쯔강 남쪽이 개발되면서 산업이 크게 발달했고, 과거제도가 강화되면서 문신들을 중심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문치주의(文治主義)가 송나라의 번영을 이끌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문치주의의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관료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졌고, 전쟁을 피하기 위해 주변 나라에 너무 많은 선물을 주어 국가 재정이 급격히 나빠졌어요.
그러자 신하 중 몇몇이 국가 재정을 회복시킬 방안에 대해 여러 가지 개혁안을 내놓기 시작했어요. 이 개혁안들을 '새로운 법'이라는 의미에서 신법(新法)이라고 부르고, 신법을 주장한 신하의 무리를 '신법당'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반대로 "급격한 개혁은 더 큰 혼란을 부른다"며 신법을 반대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옛 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구법당'이라고 했지요.
- ▲ 송나라의 신법당이 구법당을 비방하기 위해 구법당 신하의 이름을 새겨 중국 각지에 세운‘원우당적비’(위 사진)와 지난달 있었던 미국 대선 후보 토론회가 끝난 뒤 클린턴과 트럼프가 악수하는 모습(아래 사진). /위키피디아
반면 사마광은 백성이 가난한 것은 백성이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어요. 게을러서 가난해진 사람을 국가가 구제해주면 그 비용을 부담하는 부자도 덩달아 가난해질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신법을 시행하면 나라 재정이 오히려 더 나빠질 것이라는게 그의 입장이었어요.
◇정책 대결이 진흙탕 싸움으로
이후 송나라 조정에서는 신법당과 구법당 간의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어요. 두 당의 정책 대결과 토론은 송나라가 처한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두 당의 정책 대결과 토론은 감정싸움과 권력 다툼으로 번지기 시작했어요. 신종이 죽고 나이 어린 철종이 즉위하자 왕안석의 입지가 좁아졌고, 이 틈에 구법당은 신종 때 제정된 신법을 일방적으로 폐지하고 구법을 부활시켰답니다. 하지만 철종이 어른이 되자 다시 구법당이 배척되고 신법당의 신하들이 중용되었어요.
이후로도 조정의 주도권이 두 당 사이를 오가면서 점점 신법과 구법 중 어느 것이 더 나라에 도움이 되는지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게 되었어요. 오로지 자신의 당이 권력을 잡는 데 혈안이 되었지요.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채경입니다.
철종이 죽고 휘종이 즉위한 뒤 신법당이 권력투쟁에서 승리하자 구법당에 있던 채경은 재빨리 신법당으로 입장을 바꾸었어요. 그리고는 "구법당은 간신(奸臣·악하고 간사한 신하)들의 당"이라 비난했지요. 이것도 모자라 "전국에 간신들의 이름을 알려야 한다"며 사마광을 비롯한 구법당 신하 309명의 이름을 새긴 '원우당적비'라는 비석을 중국 각지에 세우기도 했답니다. 구법당을 비난하며 조정의 실권을 장악한 채경은 정작 신법으로 재정난을 해결하기는커녕 휘종의 사치에 필요한 세금을 백성에게 쥐어짜기 바빴다고 해요.
이렇게 정책 대결이 권력 싸움으로 번지면서 신법당과 구법당이 추구했던 각자의 이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어요. 두 당의 권력 싸움을 지켜본 황정견이라는 신하는 "비가 내리니 개미 싸움이 한창이구나, 정말로 옳고 그름이란 어디에 있는가"라는 탄식을 시로 남겼답니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앞으로 TV 토론회를 두 번 더 가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무쪼록 두 후보의 치열한 경쟁이 신법당-구법당 간의 대결처럼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