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아빠가 아기를 낳는다? 해마의 부성애
[해마]
천적에 새끼 먹힐라 '육아낭' 갖추도록 진화
암컷이 알 낳으면 배에 담아 수컷이 부화시키는 유일한 동물
꼬리지느러미 없어 헤엄 잘 못 쳐
관상·약재용으로 남획해 사라져 가 세계 각국 해마 보호 나섰답니다
지난달 전남 완도군 앞바다에서 수컷 해마가 야생에서 새끼를 낳는 장면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목격되었어요. 해마는 종에 따라 새끼를 한 번에 최대 2000마리까지 낳기도 하는데, 완도군 앞바다에서 목격된 수컷 해마는 이보다 훨씬 적은 70마리 정도를 낳았어요. 암컷이 출산하는 다른 동물과 달리 해마는 수컷이 출산하는 유일한 동물이에요.
◇수컷이 알을 품고 새끼를 길러요
엄밀히 말하면 수컷 해마는 암컷이 낳은 알을 배에 담아 부화를 시키는 거예요. 수컷 해마의 출산은 알에서 깨어난 새끼 해마들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거고요.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기 전까지 임신부처럼 배에 알을 볼록하게 품고 있는 수컷 해마를 보면 깊은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답니다.
수컷 해마는 캥거루의 암컷처럼 배 부분에 알과 새끼를 담을 수 있는 주머니 '육아낭'을 가지고 있어요. 짝짓기 시기가 되면 수컷은 육아낭 입구를 열고 그곳에 물을 채워요. 그럼 암컷이 수컷의 육아낭으로 직접 알을 옮기지요. 이때 수컷은 정자를 몸 밖으로 배출해 알과 수정되게 한 뒤 육아낭에 담아요. 육아낭에 알을 받은 수컷은 마치 임신부처럼 배가 부풀어 오릅니다. 시간이 지나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면 수컷은 영양분과 산소를 새끼들에게 나누어 주어요.
- ▲ (사진 왼쪽)수컷 해마가 육아낭에서 부화한 새끼를 낳는 모습이에요. /Getty Images / 이매진스·토픽이미지
다른 동물과 달리 수컷이 알을 품고 새끼를 낳는 것은 진화의 결과로 볼 수 있어요. 아주 오래전 해마는 가시고기처럼 둥지를 만들거나 해초 잎에 끈적끈적한 알을 낳는 번식을 했답니다. 이렇게 낳은 알은 쉽게 다른 물고기의 먹이가 되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암컷이 낳은 알이 수컷 배에 붙었는데, 이 알들은 다른 물고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안전하게 부화되었어요. 이후 수컷 배에 알을 낳는 해마가 점점 늘어나면서 오늘날에는 육아낭을 갖춘 수컷 해마로 진화한 것이죠.
◇생김새가 독특한 '위장술의 달인'
해마는 생김새도 참 독특합니다. 마치 말의 머리에 원숭이 꼬리, 갑옷을 두른 몸통을 가진 모습이지요. 몸에 비늘과 꼬리지느러미가 없어 19세기 초에는 곤충으로 오해받기도 했지만, 해마는 아가미 호흡을 하며 척추와 지느러미를 가진 어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41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7종이 살고 있어요. 해마는 추운 극지방을 제외한 세계 모든 바다에서 살고 있는데, 주로 열대와 온대의 수심이 낮고 따뜻한 연안에 살아요.
해마는 꼬리지느러미가 없어 헤엄을 잘 치지 못합니다. 대신 똑바로 선 채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 한 쌍을 이용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죠. 물고기 중에서 가장 느린 편에 속한답니다. 그래서 해마는 강한 물살로부터 몸을 지탱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산호나 해조류, 해초류에 꼬리로 매달려 있기를 좋아해요.
어린이 여러분이 해초에 매달린 해마를 보려고 스쿠버다이빙을 해도 찾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해마는 위장술의 달인이거든요. 마치 카멜레온처럼 피부색을 주변색과 같이 변하게 하는 능력이 있답니다. 해마 피부에 색소세포가 여러 종류 있어 환경에 따라 색소를 섞어 피부색을 바꿀 수 있어요. 헤엄을 잘 치지 못하기 때문에 피부색을 바꾸어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기는 것이죠.
해마의 먹이는 조류를 타고 이동하는 아주 작은 새우류의 동물 플랑크톤입니다. 해마는 이빨과 턱이 없지만 파이프처럼 생긴 주둥이로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플랑크톤을 흡입해 먹어요.
◇전시용, 약재로 불법 남획돼
해마는 헤엄을 잘 치지 못하기 때문에 행동반경이 좁아 불법적 남획의 희생양이 되기 쉬워요. 국제적으로 해마는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독특한 생김새 탓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해마를 불법적으로 붙잡아 관상용이나 보신용 약재로 쓰고 있어요. 특히 수컷이 알을 품고 있는 기간에 해마를 남획하게 되면, 수컷 배 속에 있는 새끼들도 죽게 되어 해마 수가 크게 줄어든답니다.
이런 상황에 맞서 세계적으로 해마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캐나다와 영국을 중심으로 필리핀과 호주, 홍콩과 우리나라 등이 참여하고 있는 '해마 프로젝트(Project Seahorse)'입니다. 해마의 종과 그 특징을 정확히 파악해 이들을 보호할 방법을 찾는 사업이지요. 국립공원연구원에서도 '해마 프로젝트'에 참여해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해마 7종 서식 환경과 특징을 파악하고 보호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