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헤밍웨이가 겪은 스페인 내전, 소설로 담아냈어요

입력 : 2016.09.29 03:09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인 1936년 스페인에서는 전체주의 독재를 꿈꾸는 프랑코의 군부 세력(국민당파)과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시민 세력(공화파)의 내전이 벌어졌어요. 이 전쟁에는 스페인 사람뿐 아니라 국민당파의 승리를 저지하기 위해 세계 각지 청년들이 스페인에 들어와 공화파 군대에 가담하였어요. 미국의 소설가이자 신문사 기자였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당시 특파원으로 스페인에 파견되어 국민당파와 공화파의 치열한 내전을 생생히 겪었답니다. 이때의 경험과 취재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 바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공화파를 돕기 위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미국인 청년 로버트 조던이에요. 스페인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던 로버트는 공화파 군대에서 1년 가까이 폭파원으로 활약했어요. 그러던 중 공화파 군대의 총공격에 맞추어 과다라마 산맥에 위치한 다리를 폭파해 국민당파 군대의 합류를 막으라는 임무를 받고 유격대에 합류하게 됩니다.

[고전 이야기] 헤밍웨이가 겪은 스페인 내전, 소설로 담아냈어요
/그림=이병익
그러나 유격대 대장인 파블로는 폭파 작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작전 실행을 반대합니다. 다행히 파블로의 아내 필라르와 나머지 대원들은 로버트에게 협조할 것을 약속하지요. 유격대 동료들과 함께 임무를 준비하던 로버트는 적군에게 붙잡혔다 유격대원들에게 구조된 마리아라는 여성과도 사랑에 빠지게 되죠.

로버트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폭파할 다리 주위를 탐색하며 치밀하게 작전을 세우지만, 뜻하지 않은 눈보라에 예상치 못한 적군의 습격으로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폭파 작전이 예정되어 있던 날 새벽에는 작전을 반대하던 파블로가 폭파 장치를 가지고 도망을 가버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아요.

하지만 로버트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폭파 장치는 없지만 남아 있는 폭약과 수류탄을 이용해 다리 폭파를 시도합니다. 다행히 배신한 줄 알았던 파블로가 탈출에 필요한 여러 필의 말을 데리고 다시 나타나는 기적 같은 일도 더해졌죠.

결국 로버트는 다리 폭파 작전을 수행하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적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중 그가 타고 있던 말이 적군이 쏜 총에 맞으면서 로버트는 말 위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고 말아요. 더 달아날 수 없게 된 로버트는 마리아와 파블로, 그리고 다른 유격대원들이 무사히 탈출할 시간을 벌기 위해 홀로 적군을 상대하기로 결심합니다.

"나는 내가 믿고 있던 것을 위해 지난 일 년 동안 싸워 왔지. 만약 우리가 여기서 승리를 거두면 우린 어디서나 승리를 거두게 될 거야. 이 세계는 아름다운 곳이고, 그것을 위해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지."

모국이 아닌 스페인의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로버트의 모습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들어요. 실제 스페인 내전에서는 프랑코의 국민당파를 막기 위해 로버트와 같은 청년이 많이 희생되었어요. 청년들의 희생에도 스페인 내전은 안타깝게도 국민당파의 승리로 끝났고요. 이후 스페인은 프랑코가 죽는 1975년까지 독재 정권 통치 아래 놓이고 말았지요.

하지만 헤밍웨이는 이 작품을 통해 세계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전쟁에 뛰어든 이들의 진한 동료애와 용기, 그리고 그들이 보여준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말하는 듯합니다.

권경주 한우리독서토론논술 객원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