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숭어 떼, 지진 전 한 줄로 헤엄친다?… '진실 혹은 거짓'
[동물과 지진]
울산서 목격된 숭어 떼 이동
산소 줄어 수온 낮은 곳으로 갔지만 경주 지진 전조 현상으로 오해받아
동물, 지진 전 이상행동 보이기도… 수증기·오존 가스 등 원인으로 추정
행동만으론 지진 장담할 수 없어요
최근 경주에서 강한 지진과 400여 차례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지진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지진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퍼지고 있지요. 지난주에는 '일본에서 이달 24일 한반도에 큰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퍼졌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해프닝도 있었고요. 오늘은 지진에 관한 여러 이야기 중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동물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는 '전조 현상'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보도록 해요.
Q: 지진이 일어날 걸 미리 예측할 수 있나요?
A: 지금으로선 불가능합니다. 현재 과학으로는 지진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강하게 일어날지 정확히 예측할 방법이 없어요. 다만 지진은 대부분 활성단층(과거에 움직임이 있었던 단층)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활성단층의 위치를 파악하면 어떤 지역에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지는 대략 추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기상예보를 하듯 지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랍니다.
Q: 선진국에서는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 지진을 미리 예측하지 않나요?
A: 아닙니다.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은 지진을 미리 예측해서 경보를 내리는 게 아니라,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아주 빨리,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시스템이에요.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은 고속 열차나 원자력발전소 작동을 멈추게 하고 사람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 지진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해요.
- ▲ 지난달 30일 울산 태화강에서 숭어 수만 마리가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왼쪽)과 지난 7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개미 떼가 출몰한 것(오른쪽 상단)을 두고 “경주 지진을 예고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하지만 숭어 떼의 이동은 수온과 계절에 따라 종종 관찰되는 모습이고, 개미 떼는 저기압이 다가오면 집을 옮기는 습성을 갖고 있답니다. 지난 2008년 중국 쓰촨성에서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두꺼비 떼가 이동하는 모습(오른쪽 하단)이 목격되기도 했지만, 며칠 뒤 두꺼비 떼의 이동이 목격된 중국 산둥성에서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연합뉴스·트위터 캡쳐·홍콩 빈과일보
Q: 지진이 일어나기 전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 아닌가요?
A: 사실인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지진이 일어나기 전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었답니다. 중국에서는 동물의 이상행동을 통해 지진 피해를 줄인 일도 있었어요. 1975년 중국 랴오닝성의 하이청시와 선양시 일대에서 겨울잠을 자던 뱀들이 갑자기 깨어나 눈 위를 기어다니다 얼어 죽고, 대낮부터 쥐구멍에서 쥐들이 기어나와 힘없이 쓰러지는 일들이 목격됐어요. 말들이 갑자기 마구간을 마구 뛰쳐나가는 일도 벌어졌고요. 중국 당국은 동물들의 이상행동이 지진을 예고하는 것이라 판단해 이 일대 주민 100만여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규모 7.3의 대지진이 일어났어요.
이 외에도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 지역에서도 지진이 발생하기 전 두꺼비 떼가 갑자기 연못 밖으로 튀어나오는 등 지구 곳곳에서 지진 전 동물들의 이상행동이 목격됐답니다.
Q: 동물들은 왜 지진 전에 이상행동을 보이는 건가요?
A: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어요. 동물마다 특성이 다르고 이상행동을 보이는 원인도 다양하기 때문이에요. 다만 몇몇 과학자는 '지진 전 동물들이 세로토닌 증후군을 겪을 경우 이상행동을 보이게 된다'고 추정하고 있어요. 이에 따르면 지진이 일어나기 6시간 전쯤 지표면에 강한 중력이 작용하고, 이 중력이 특정한 바위에 압력을 가해 전기가 일어나도록 합니다. 이 전기는 갈라진 바위 틈새로 흘러 들어가 지하수를 분해하면서 '에어로졸'이라는 전기를 띤 수증기를 만들어내요. 이 에어로졸이 지표면으로 올라와 사람보다 민감한 신경을 가진 동물들을 자극해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도록 합니다.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되면 극도로 흥분하고 헛것을 보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세로토닌 증후군이라고 해요. 즉 지진이 일어나기 전 생성된 에어로졸이 동물들에게 세로토닌 증후군을 일으켜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 가설도 아직 완전히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랍니다.
최근에는 지진이 일어나기 전 발생하는 오존 가스가 동물들의 이상행동을 만들어낸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어요. 이에 따르면 지진이 일어나기 전 지각에 있는 암석이 부서지면서 대도시의 오염된 공기보다 100배 정도 짙은 오존 가스가 방출되는데, 이 오존 가스가 동물들의 이상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죠.
Q: 그렇다면 동물의 이상행동으로 지진을 예측할 수 있지 않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이유가 다양하기 때문에,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지진이 일어난다고 볼 수 없어요. 또 지진 전에 동물들이 반드시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도 아니랍니다. 지진이 일어나는 지역의 지질과 기후 특성에 따라 에어로졸이나 오존 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동물들의 이상행동이 보이지 않아도 지진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동물들의 정상적인 활동이 이상행동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예를 들어 경주에 지진이 일어나기 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개미 떼가 대거 나타나거나, 울산 태화강에서 숭어 수만 마리가 일렬로 헤엄치는 모습을 두고 "지진을 짐작한 동물들의 이상행동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지요.
하지만 이런 행동은 이상행동이 아니랍니다. 개미는 홍수나 폭우가 내리기 전 저기압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 개미집이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에 알을 하나씩 짊어지고 대이동을 해요. 숭어는 가을철이 되면 보통 강의 상류와 하구를 오가며 알을 낳고, 강물의 온도가 높아져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가 줄어들면 수온이 낮은 곳으로 떼를 지어 이동하기도 해요.
Q: 지진 전에 이상한 모양의 구름이 나타난다는 건 사실인가요?
A: 지진이 일어나기 전 생선 비늘이나 물결 모양의 구름이 나타난다는 주장은 2005년 '일본지진예지협회'라는 일본의 한 단체가 처음 내놓은 것이에요. 이들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 땅속에 축적된 전자파 에너지가 대기로 뿜어져 나오면서 구름의 모양이 바뀐다"고 주장하지만, 과학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이 말하는 생선 비늘 모양이나 물결 모양의 구름은 기상 현상으로 으레 나타나는 구름이고, 지진과 아무 연관이 없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