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남·북한 비공식 교류 창구… 한국어 간판도 볼 수 있어요

입력 : 2016.09.26 03:09

옌볜 조선족 자치주

최근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어요. 하지만 북한의 북쪽 끝과 이어진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훈춘(琿春)은 여전히 북한과 활발하게 교역하고 있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던 중국 단둥-북한 신의주 교역로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제재가 약한 훈춘과 북한의 나진을 통한 교역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죠.

북·중 교역의 다리 역할을 하는 옌볜 조선족 자치주는 어떤 곳일까요? 중국에서 가장 큰 행정구역은 성(省)이고, 그 아래 시 또는 소수민족 자치주가 있답니다. 중국 정부는 1952년 중국 동북 지방의 지린(吉林) 성에서도 특히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는 옌볜 일대를 조선족 자치주로 지정했어요. 자치주의 주도(州都)는 인구의 약 40%가 조선족으로 이루어진 옌지(延吉)시랍니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주도(州都)인 옌지시 시내의 밤 풍경이에요.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주도(州都)인 옌지시 시내의 밤 풍경이에요. /연합뉴스
중국은 13억5천만이 넘는 인구 중 92%가 한족이고, 나머지 8%는 소수민족 55개로 이루어져 있죠. 그 소수민족 중 하나가 조선에 뿌리를 두고 있는 조선족인데, 중국에는 조선족 약 190만명 정도가 살고 있어요. 조선족은 중국 내 소수민족 중에서도 평균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편이기도 합니다.

조선족의 대부분은 중국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에 거주하고 있는데 특히 북한 함경도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 많이 살고 있어요. 옌볜 지역에 조선족이 늘어나게 된 건 19세기 무렵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온 조선 사람들이 주로 이 지역에 정착했기 때문이에요. 광복 후 많은 사람이 북한과 남한으로 돌아갔고, 이곳에 남은 사람들은 중국 국적을 부여받아 조선족으로 살고 있는 것이죠.

옌지
중국의 소수민족 자치주는 주 행정을 총괄하는 주장(州長)을 반드시 해당 소수민족 출신이 맡도록 하고 있답니다. 덕분에 조선족 자치주에서는 조선족이 한족과 함께 살면서도 차별이나 무시당하지 않고 우리 고유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어요. 그래서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중심 도시인 옌지에서는 거리에 중국어뿐 아니라 한글이 적힌 간판이 빼곡하고, 길거리에서는 중국어만큼이나 한국어를 많이 들을 수 있어요.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는 중국어를 알지 못해도 길을 찾아가거나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 큰 어려움이 없답니다.

그런데 최근 조선족 자치주의 조선족 인구 수가 많이 감소하면서 자치주 지위가 흔들리고 있어요. 조선족 상당수가 돈을 벌기 위해 중국의 다른 도시나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 나가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에 귀화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조선족도 적지 않고요.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조선족 인구는 80만명 수준에서 근래 약 50만명 내외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자치주 전체 인구의 30%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만약 조선족의 수가 더 줄어들어 자치주 인구의 30%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면 자치주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해요.

옌볜 조선족 자치주는 북한과 남한의 공식적인 교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공식적인 연결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답니다. 남북한이 통일을 이루게 된다면 중국과 통일 한국 간 육상 교역과 교류의 중심지로서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민병권 중동고 교사(EBS 세계지리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