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화가의 눈으로 바라본 수련… 그 모습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미술관 빛내는 걸작들]
모네 최후의 걸작 '수련' 위해 온실 개조한 오랑주리 미술관
실제 자연서 감상하는 느낌 줘
미국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러시아 예르미타주 미술관
명작 소장해 관람객 사랑받아
- ▲ 작품1 - 클로드 모네, 수련: 버드나무 두 그루, 1916-1926, 캔버스에 유채, 200 x 1700㎝, 오랑주리 미술관 소장.
세계 곳곳에는 유명한 미술관이 있어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걸작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미국의 뉴욕 현대미술관은 근·현대미술의 걸작들이 망라되어 있는 걸로 유명하고요. 어떤 미술관이 유명해지는 것은 그 미술관이 얼마나 훌륭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그래서 미술관의 소장품은 국가의 품격을 높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관광자원인 동시에 미술관을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나의 걸작을 소장하기만 해도 미술관은 세계적인 명소가 되기도 한답니다.
◇모네의 수련이 피어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
작품1은 인상주의의 거장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이에요. 이 작품은 프랑스 파리의 오랑주리 국립미술관〈사진1〉이 소장하고 있답니다. 오랑주리(orangerie)는 프랑스어로 '오렌지 재배 온실'이라는 뜻이에요. 오랑주리 미술관 건물은 원래 루브르 궁전의 오렌지 나무를 보호하는 온실로 사용되었는데, 이 건물을 개조한 것이 오랑주리 미술관이에요.
과거에는 이 건물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1927년 모네 최후의 걸작인 '수련'을 전시하기 위한 미술관으로 문을 연 이후 사정이 달라졌어요. 오늘날에도 수많은 관람객이 오직 모네의 '수련'을 보기 위해 오랑주리 미술관을 방문하고 있답니다.
- ▲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걸작 ‘수련 연작’이 전시되어 있는 프랑스 오랑주리 미술관 내부 모습이에요. 이 전시관은 모네의 요청에 따라 자연 속 연못에 피어 있는 수련을 보듯이 모네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꾸며졌어요. /AFP 연합뉴스
오렌지 재배 온실이 미술관으로 바뀌게 된 것은 모네의 특별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모네는 1916년부터 1926년까지 약 10년간 그린 8점의 '수련 연작'을 프랑스 정부에 기증하면서 이런 조건을 걸었어요. "관람객이 마치 실제로 자연광 아래 연못에 핀 수련을 감상하며 명상에 잠긴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특별 전시관을 마련해주시오."
모네는 왜 이런 요구를 한 것일까요? 모네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 지베르니에 사는 동안 수상 정원을 만들고, 연못에 수련을 심은 뒤 20년간 그 수련을 관찰하며 그림을 그렸어요. 모네는 관객들이 '수련 연작'을 화가의 눈이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전시관을 기대한 것이죠. 프랑스 정부는 모네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요구를 반영한 전시관을 오랑주리 미술관에 마련했어요. 그래서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 연작'을 감상하면 마치 자연 속에서 연못에 핀 수련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답니다. 오랑주리 미술관이 명품 미술관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상주의 거장 모네가 국가에 기증한 단 8점의 그림만을 위한 미술관'이라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죠.
◇프랑스 화가의 작품이 러시아에 전시된 사연은
작품2는 현대미술의 거장 앙리 마티스의 걸작 '춤'이에요. 이 작품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市)에 있는 예르미타주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답니다. 이 작품은 인물 5명이 둥그런 모양을 만들어 서로 손잡고 시계 방향으로 빠르게 돌면서 춤추고 뛰노는 모습을 통해 '삶의 기쁨과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을 흥겨운 춤동작을 통해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예르미타주 미술관은 '춤'뿐 아니라 '붉은 방' '음악' '대화' 등 앙리 마티스의 대표작을 여럿 소장하고 있답니다.
- ▲ 작품2 - 앙리 마티스, 춤 II, 1909-1910, 캔버스에 유채, 260 x 391㎝, 예르미타주 미술관 소장.
그런데 러시아에 있는 예르미타주 미술관이 어떻게 프랑스 화가인 마티스의 걸작들을 소장하게 된 것일까요? 러시아의 부유한 기업가이자 미술품 수집가로 손꼽히는 세르게이 슈킨이 마티스의 천재성을 미리 알아보고 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랍니다. 슈킨은 훌륭한 미술품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난 수집가로, 마티스의 가장 중요한 후원자 중 한 명이었어요.
슈킨은 자신의 저택을 장식할 목적으로 마티스에게 '춤'을 그리도록 주문했는데, 마티스가 완성해서 보낸 '춤'을 보고 "이 그림은 마티스의 최고 걸작이자, 20세기 최고의 작품"이라며 감탄했다고 합니다.
슈킨의 저택에 있던 '춤'은 러시아혁명 이후 슈킨이 프랑스로 건너가면서 러시아 정부의 소유가 되었고, 이후 예르미타주 미술관의 소장품이 되었어요. 그래서 오늘날 앙리 마티스의 '춤'을 보기 위해 많은 관람객이 예르미타주 미술관을 찾고 있답니다. 더불어 마티스의 '춤'은 예술가를 후원하는 수집가가 걸작의 탄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려준답니다.
◇사립 미술관에 걸린 라파엘로의 걸작
작품3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의 3대 천재 화가'로 불리는 라파엘로 산치오의 작품 '추기경 토마소 잉기라미'예요. 이 그림은 미국 보스턴에 있는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사진2〉이 소장하고 있답니다. 그림은 미술관 2층에 있는 라파엘로 전시실에 걸려 있는데, 미국인이 최초로 구입한 라파엘로의 작품이라 미국 관객들에게 더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지요.
- ▲ (사진 왼쪽)작품3 - 라파엘로, 추기경 토마소 잉기라미, 1515-1516, 캔버스에 유채, 90 x 62.5㎝,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 소장. (사진 오른쪽)사진2 - 미국 최초의 사립 미술관인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의 모습.
초상화의 모델은 당시 로마 바티칸의 교황청 도서관장인 토마소 잉기라미입니다. 그림 속 토마소는 일을 하다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눈길을 위로 올려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어요. 토마소는 생전에 사시가 아주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술사학자들은 "라파엘로가 토마소의 신체적 약점을 감추기 위해 이런 포즈를 취하도록 요구했다"고 말해요.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은 미국 최초의 사립 미술관으로도 알려져 있어요. 이 미술관의 설립자는 미국 보스턴의 한 부유한 집안의 딸로 태어났던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예요. 미술관의 이름은 설립자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죠. 이 미술관은 그가 살았던 저택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한 것으로 현재 약 2500여 점의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해요.
이저벨라는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많은 미술품을 수집했고, 자신이 수집한 걸작들을 전시하기 위해 자신의 저택을 미국 최초의 사립 미술관으로 만들었어요. 만일 이저벨라가 사립 미술관을 만들지 않았다면, 관람객들은 라파엘로의 걸작을 볼 기회를 갖지 못했을 거예요.
한 개인이 수집한 세계적인 소장품을 관객에게 공개하는 일은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어요. 미술 전문가들은 원작을 직접 보고 연구를 할 수 있고, 일반인은 자칫 볼 수 없었던 걸작을 감상하는 행운을 얻게 되는 것이니까요.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은 사립 미술관도 국공립 미술관과 더불어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