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진정한 '신사'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에요

입력 : 2016.09.22 03:09

'위대한 유산'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소설 '위대한 유산'을 발표한 1861년 영국 사회는 큰 변화를 겪고 있었어요. 산업혁명으로 엄청난 부를 거머쥔 자본가가 생겨났고, 영국의 젊은이들은 자본가들을 우러러보며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답니다.

'위대한 유산'의 주인공 핍도 이런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상류층 사회의 삶을 꿈꾸는 인물이에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핍은 누나 집에 얹혀살았답니다. 매형 조는 넉넉하진 않지만 대장간 일로 돈을 벌어 핍을 보살피고, 핍도 이런 조를 존경하며 대장간 일을 도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부모 묘지를 찾은 핍은 족쇄를 찬 채 감옥을 탈출한 죄수와 마주쳤어요. 죄수가 핍에게 "먹을 것과 족쇄를 끊을 도구를 가져오라"고 협박하자 핍은 겁나기도 하고 죄수가 불쌍하기도 해 그 요구를 들어주었지요.

[고전 이야기] 진정한 '신사'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림=이병익
그 일이 있고 나서 핍은 "입양한 딸과 놀아줄 남자아이가 필요하다"는 미스 해비셤의 제안을 받고 그의 대저택에 정기적으로 놀러 가게 되었어요. 핍은 예쁜 미스 해비셤의 딸 에스텔라에게 반했지만, 에스텔라는 번번이 핍을 무시하고 비웃어요. 핍이 가난한 데다 옷차림도 볼품없고, 상류층 예절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였지요. 에스텔라의 조롱을 받은 핍은 점점 자기 처지를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가난한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매형 조에 대한 존경심도 사라졌고, 대장간 일도 싫어졌어요. 그저 상류층 사회의 신사가 되어 에스텔라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만 하게 됐답니다.

이때 한 변호사가 핍을 찾아와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사람이 당신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주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대신 재산을 받으려면 런던으로 가서 상류층 사회의 신사가 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제안해요. 미스 해비셤의 제안이라고 생각한 핍은 에스텔라와 결혼할 수 있는 신사가 되고자 곧장 런던으로 떠납니다. 런던 신사 모임에 가입한 핍은 막대한 재산을 준다는 약속을 믿고 빚을 내어 신사가 되는 데 필요한 옷과 책을 사들이기 시작해요.

그런데 핍의 예상과 달리 막대한 재산을 주기로 한 사람은 묘지에서 마주쳤던 죄수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죄수는 다시 경찰에 붙잡혀 사형 집행 직전에 숨을 거두고, 죄수가 핍에게 주기로 했던 재산은 모두 정부에 압수당하고 말아요. 뒤이어 핍은 에스텔라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돈과 사랑을 모두 잃고 빚더미에 앉은 핍은 큰 절망감에 그만 열병에 걸리고 말아요. 열병을 앓고 있는 핍을 찾아온 것은 바로 매형 조였습니다. 핍은 자신을 보살펴 준 매형 조를 떠났지만, 조는 원망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묵묵히 핍을 보살펴요.

그제야 핍은 가난을 원망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며 자기 곁을 지켜 준 매형 조의 사랑이 바로 '위대한 유산'이라는 것을 깨달아요. 핍은 부와 출세를 좇았던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디킨스는 조라는 인물을 통해 "진정한 신사는 자기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며 곁에 있는 사람을 보살필 줄 아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최영주 한우리독서토론논술 객원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