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달콤한 겨울잠에서 깬 곰… '변비의 고통' 시작된다
[곰]
자는 동안 변 딱딱하게 굳어있어 2~3일간 울부짖으며 첫 배설 성공
땅 파기 좋게 진화한 발톱으로 땅속에 숨은 곤충 찾아 먹는 안경곰
한국서 복원 사업 중인 반달가슴곰… 전 세계엔 8종의 곰이 살고 있어요
곰은 우리 민족과 인연이 깊은 동물이에요. 마늘과 쑥만 먹은 곰이 사람으로 변해 단군을 낳았다는 단군신화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죠. 오늘날 곰은 동물원에 가야만 직접 볼 수 있는 희귀 동물이지만, 일제강점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 곳곳에는 반달가슴곰이 많이 살고 있었답니다.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 때 이루어진 무분별한 밀렵으로 인해 반달가슴곰은 우리나라에서 멸종할 위기에 처해있어요. 세계적으로도 반달가슴곰은 웅담과 가죽, 발바닥을 노리는 무자비한 남획과 밀렵으로 인해 심각한 멸종 위기 상태에 놓여 있답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 새끼를 낳아요
흔히들 곰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육식동물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랍니다. 곰의 조상들은 고기를 즐겨 먹는 육식성이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북극곰을 제외한 대부분의 곰은 나뭇잎이나 과일 등 식물을 주로 먹도록 진화했어요. 곰의 먹이 중 약 80%가 식물이고 20% 정도가 동물인데, 먹는 동물도 기껏해야 동물의 사체나 애벌레, 곤충 정도예요.
아주 드물지만 곰이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도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의도로 공격하는 것은 아니에요. 사람을 발견하면 곰은 그 사람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적이라고 생각해 방어 본능에 의해 공격을 가하는 것이지요. 미국에 사는 곰의 경우 먹을 것이 부족해 굶주린 상황에서 관광객이 갖고 있는 음식 냄새를 맡고 음식물을 뺏기 위해 공격을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합니다.
곰들은 대체로 여름에 짝짓기하고 추운 겨울이 되면 겨울잠을 잡니다. 가을이 되면 곰들은 겨울잠을 자기 위해 분주히 먹을 것을 찾아 평소보다 30% 이상 체중을 늘려요. 겨울잠을 자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미리 축적하는 것이죠. 날이 더 추워지면 곰은 따뜻한 동굴이나 흙을 파서 만든 굴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기 시작합니다.
어미 곰은 겨울잠을 자는 1~2월 무렵 잠에서 깨지 않은 채로 새끼 곰을 낳아요. 새끼 곰은 태어날 때 겨우 엄지손가락 크기에 몸무게는 약 200g에 불과할 정도로 조그마해요. 새끼 곰은 여전히 잠에 빠져 있는 어미젖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 어미 곰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3~4월 무렵이면 약 40㎝ 크기로 커진답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배설입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첫 배설을 하는 것은 곰에게 아주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겨울잠을 자는 동안 배설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이 딱딱하게 굳어 있기 때문이죠. 곰은 2~3일간 울부짖고 피까지 흘려야 첫 배설을 마칠 수 있답니다.
◇환경에 따라 진화한 곰들
전 세계에는 8종의 곰이 살고 있어요. 북극곰을 포함한 7종은 모두 북반구에 살고 있고, 남반구에는 안경곰이라는 1종의 곰만이 라틴아메리카의 안데스산맥에서 살고 있답니다. 해발 400~3000m 산지에 사는 안경곰은 이름처럼 흰색 털이 두 눈을 에워싸듯 나있어 마치 안경을 쓴 생김새를 하고 있어요. 나뭇잎과 나무뿌리, 과일 등 식물을 주로 먹지만 땅을 파기 좋게 진화한 발톱으로 땅속에 숨어 있는 곤충을 찾아 먹기도 합니다.
- ▲ 반달가슴곰과 안경곰, 판다와 북극곰의 모습이에요(왼쪽부터 시계 방향). 지구에는 8종의 곰이 살고 있는데, 안경곰만 유일하게 남반구에 살고 있답니다. /토픽이미지·위키피디아
인도·미얀마와 말레이반도 등 열대지방에 사는 말레이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아요. 말레이곰이 사는 열대·아열대지방은 겨울이 없고 1년 내내 먹을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몸길이가 1.1~1.4m 정도로 곰 중에서 덩치가 가장 작은 편이지만, 사람에게는 난폭하다고 해요.
북극곰은 물범과 물고기, 순록, 바닷새 등을 잡아먹는 육식성을 유지하고 있어요. 영하 40도에 이르는 북극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 표면은 유난히 두꺼운 지방층과 피부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발에는 작고 단단한 돌기가 수백 개씩 돋아나 있어 얼음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빠르게 달릴 수 있어요.
◇멸종 위기의 반달가슴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과 시베리아에 퍼져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땅에 떨어진 도토리나 개미와 벌의 유충, 나무 열매 등을 먹고살아요. 가슴에 난 반달 모양의 흰 털과 갈기가 반달가슴곰의 특징이지요.
반달가슴곰은 우리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어요. 여러 종류의 열매를 골고루 먹고 배설물을 통해 씨앗을 여기저기로 옮겨 새로운 숲을 만드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지금은 겨우 대여섯 마리 정도의 야생 반달가슴곰이 북한과의 접경 지역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과 오대산, 설악산 등 백두대간의 주요 국립공원지역과 북한과의 접경 지역인 민통선 일대(민간인통제구역)가 야생 반달가슴곰이 살 수 있는 터전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그래서 정부에서는 야생 반달가슴곰이 발견됐던 지리산을 중심으로 야생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해오고 있답니다. 지난 2004년 우리나라 반달가슴곰과 혈통이 같은 러시아 연해주의 야생 반달가슴곰을 지리산에 풀어준 이후 지금까지 약 40마리가 방사되었어요. 2010년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이 처음으로 새끼를 낳은 것이 확인된 이후 매년 새끼 곰이 지리산에서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