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종교 이야기] 부처 '사리' 모신 집… 빙빙 돌며 인사 올려요

입력 : 2016.09.21 03:10

탑의 의미

다보탑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탑으로 꼽히는 경주 불국사 석가탑의 모습이에요.
다보탑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탑으로 꼽히는 경주 불국사 석가탑의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지난 12일 경주 부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해 불국사다보탑의 상층부 난간석이 내려앉는 피해가 있었다고 해요. 국보 제20호인 불국사다보탑은 통일신라 때부터 전해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석탑 중 하나랍니다. 문화재청이 긴급 복구 작업에 들어갔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태풍의 영향이 겹쳐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해요.

보통 절을 방문하면 커다란 불상을 모신 대웅전 앞에 탑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 있는 절은 대부분 대웅전 앞에 탑을 세워두었답니다. 절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 커다란 불상과 여러 건물을 둘러보고도 탑은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절에 세워진 탑은 대웅전에 모셔져 있는 불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답니다.

탑의 의미를 알려면 지금으로부터 약 2600여 년 전 부처가 세상을 떠날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부처가 곧 세상을 떠날 것 같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처의 곁에 있던 사람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어요. 늘 다정하게 뜻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준 부처와 영영 헤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죠. 하지만 태어난 것은 무엇이든 사라지기 마련이기에 부처도 예외일 수는 없었지요.

숨이 다하기 전 부처는 자신을 화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겼어요. 부처가 숨을 거두자 사람들은 유언대로 화장을 치렀는데, 부처의 유해에서 사리(舍利)라고 부르는 구슬 모양의 유골이 아주 많이 발견되었답니다. 부처뿐 아니라 깊은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은 승려가 숨을 다한 뒤 화장하면 이런 사리가 여럿 발견된다고 해요.

부처의 사리를 본 사람들은 큰 위안을 받았어요. 비록 부처와는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되었지만, 사리를 가까이 두면 부처가 마치 우리 곁에 늘 머물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 거리에 탑을 세우고, 그 안에 사리를 보관하기 시작했답니다.

이런 연유로 불교 신자들에게 탑은 '부처가 영원히 머무는 집'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불교 신자들은 절을 찾게 되면 부처의 사리가 모셔져 있는 탑 앞에 가서 인사를 올려요.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인사를 올리는 것과 같은 것이죠.

불교 신자들이 탑을 도는 '탑돌이'는 '소망을 품고 탑을 돌면 원하는 일이 이뤄진다'는 의미로 알려져 있지만, 그 기원을 살펴보면 탑돌이는 소원을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인도에서는 존경하는 사람에게 공손함을 표하는 인사법이 있답니다. 우선 두 손을 가슴께로 올려 합장한 채 허리를 깊이 숙이는 인사법이 있고, 완전히 몸을 숙여서 상대방의 발등에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대는 인사법이 있어요. 이보다 더 공손한 인사법이 바로 상대를 중심에 두고 시계 방향으로 빙빙 도는 인사법이에요. 인도 사람들은 오른쪽이 깨끗하고 성스러운 반면, 왼쪽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자신의 깨끗한 오른쪽 신체를 존경하는 분에게 향한 채 세 번 도는 것을 아주 극진한 인사법이라고 여겼어요. 같은 방법으로 탑을 빙빙 도는 탑돌이는 곧 불교 신자들이 부처에게 극진한 인사를 올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이미령 불교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