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돌아온 황새, '통일의 상징'될까

입력 : 2016.09.14 03:09

[황새]

1994년 이후 우리나라에선 멸종
최근 진행된 복원 사업으로 충남서 야생 번식 성공, 새끼 탄생해
46년 만에 우리 자연으로 돌아와

북한 10일 머물기도 한 어미 황새… 남·북 오가는 '통일 전달자' 될 수도

지난 1971년 4월 충북 음성에 살던 우리나라의 마지막 야생 황새 한 쌍 중 수컷이 밀렵꾼이 쏜 총에 숨이 끊어졌어요. 마지막 야생 황새인 암컷은 홀로 23년을 더 살다가 1994년에 죽었고요.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는 야생 황새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어요.

하지만 황새 복원 사업이 진행되면서 올해 초 충남 예산군에 방사된 황새 부부가 지난 4월 알 두 개를 낳는 데 성공했어요. 황새 부부는 31일 동안 교대로 알을 정성스레 품었고, 새끼 두 마리가 알에서 깨어나자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 새끼들을 먹여 기르고 있답니다. 1970년 이후 46년 만에 야생 번식으로 태어난 황새가 우리 자연의 품으로 돌아온 거예요.

하지만 황새가 우리 자연에 완전히 정착하려면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우리 생태계가 아직 황새들이 마음껏 먹이를 사냥하고 둥지를 짓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번에 야생 번식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황새 복원 사업에 참여한 학자와 연구원들이 방사된 황새 부부를 위한 인공 습지를 조성하고, 습지에 황새 부부가 사냥할 미꾸라지와 붕어 등을 인공적으로 공급해주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지난봄 충남의 예산 황새공원에서 자연 번식(야생 번식)에 성공한 황새 어미가 새끼들에게 물을 먹이는 모습이에요.
지난봄 충남의 예산 황새공원에서 자연 번식(야생 번식)에 성공한 황새 어미가 새끼들에게 물을 먹이는 모습이에요. 우리나라에서 황새가 자연 번식에 성공한 것은 지난 1970년 이후 4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랍니다. /황새생태연구원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던 황새가 지금은 중국의 동북부 지역과 러시아 시베리아 등에 고작 25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 간간이 관찰됐던 황새들은 러시아 시베리아에 살다가 겨울철을 보내기 위해 충남 서산 등으로 잠시 날아온 녀석들이었죠. 우리나라에 살던 황새들은 어떤 이유로 모습을 감추게 된 것일까요?

◇황새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이유는?

8·15 광복 전까지만 해도 황새는 황해도와 충청북도 일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어요. 우리 조상이 그린 그림이나 자수에 황새가 흔하게 나타나는 것만 보아도 황새가 우리 조상과 아주 가깝게 살았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옛날 우리나라에 사는 황새들은 논밭이나 물가에서 물고기나 개구리, 뱀, 들쥐 등을 잡아먹고 살았다고 합니다. 습지대나 바닷가 갯벌에서도 물고기나 작은 동물을 잡아먹으며 살기도 했죠.

그런데 논과 밭에 비료와 제초제가 뿌려지면서 황새가 잡아먹는 물고기와 개구리들도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먹을 것이 줄어들자 황새들도 점점 그 수가 줄어들었고요. 올해 야생 번식으로 태어난 황새 새끼들 외에 최근 자연에 방사한 황새는 총 13마리인데, 대부분이 자연에서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탓인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방랑 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황새가 사라진 또 다른 이유로 6·25전쟁을 꼽습니다. 황새는 보통 100년 이상 된 나무 위에 둥지를 짓고 사는데, 6·25전쟁 당시 무차별 폭격이 이루어지면서 우리나라에 있던 100년 이상 된 나무가 많이 사라져 버렸어요. 동시에 황새도 폭격으로 목숨을 잃거나 둥지를 틀 나무들이 사라져 버리면서 번식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요.

일본 황새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일본에서 황새가 사라진 것에도 6·25전쟁의 영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6·25전쟁 이후 한국에서 일본으로 날아오는 황새의 수가 줄었기 때문이에요. 황새는 나이가 어릴수록 멀리까지 날아가는 습성이 있어요. 지난해 우리나라에 방사된 황새 중에서도 어린 녀석이 일본까지 날아가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 황새의 번식이 줄어들자 일본으로 날아가는 어린 황새의 수도 줄어든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어요.

◇황새는 생태계 건강의 지표

우리나라는 황새를 천연기념물 199호와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해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이 땅에 황새가 다시 살아가게 된다는 건 황새의 먹이가 되는 생물이 많아졌다는 것이고, 이는 곧 우리 생태계가 건강하게 회복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황새는 곧 생태계의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같은 이유로 다른 선진국에서도 황새 복원 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어요. 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황새를 보호한 외국 마을에서는 아이들의 수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비록 우리나라의 황새와 종은 다르지만 황새가 사는 외국 마을들은 생태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졌고, 덕분에 이 마을에서 살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수도 자연히 늘어났다고 해요.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황새가 아이를 물어온다'는 속담이 있는데, 완전히 허언은 아니었던 셈이지요.

북한에도 1970년대 이전까지 황해남도 배천군·연안군 일대에 황새가 많이 살았다고 합니다. 북한도 이 지역을 황새 보호 지역으로 설정했지만, 어느샌가 황새가 다 사라지고 말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충남 예산에서 자연 번식에 성공한 암컷 황새가 지난 3월 북한의 황해도까지 날아가 10일 정도 머문 뒤 우리나라로 돌아왔어요. 만약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의 황새가 복원된다면 한 마리가 아닌 수많은 황새가 북한과 우리나라를 오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북한과 우리나라가 분단되어 있지만 황새만큼은 휴전선을 넘어 한반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된다면 황새는 장차 우리 생태계의 회복과 남과 북을 넘나드는 통일의 상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생물교육학) |